8월말 현 시점에서 미국에서 가장 핫한 밈 주식인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OPEN) 다시 다뤄보겠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부동산 기술 기업이죠. 주식을 사고파는 것처럼 집을 사고팔 수 있게 만들겠다는 회사인데요. 전통적인 중개인과 계약하는 대신, 집주인이 오픈도어에 직접 집을 팔면, 회사가 그 집을 사들여 약간 손질을 거친 후 다시 시장에 내놓는 구조입니다.

이런 방식을 아이바잉(iBuying)이라고 부르는데요, '즉시 매입'(instant buying)의 줄임말입니다. 속도와 편리함이 장점이지만, 동시에 금리 상승이나 주택 경기 침체에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은 현금 소진이 많고 수익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이젠 단순히 ‘집을 대량으로 사고파는 기업’이 아니라, 기술 기반의 부동산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5년 들어 오픈도어의 주가는 눈에 띄게 급등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7월부터 급등세가 시작됐는데, 올해 들어서만 200% 이상 상승했고,

최근 한 달 동안은 다시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런 급등의 배경에는 AI 활용 전략에 대한 기대감이라든가 회사의 재무 상태가 조금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라든가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으나, 가장 큰 부분은 밈 주식 현상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열광적으로 언급되며 오르는 주식이란 의미인데, 과거 게임스톱이나 AMC 사례를 떠올리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리고 오픈도어를 밈 주식으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캐나다 기반 투자사 EMJ 캐피털(EMJ Capital Ltd.)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잭슨인데요. 아마존, 우버, 메타, 넷플릭스 등 플랫폼 기반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일찍이 강조한 인물인데, 오픈도어를 두고 단순한 부동산 매매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우버(Uber of housing)”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픈도어가 헌드레드 배거(100-bagger)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투자금이 100배 성장할 수 있는 잠재적 종목을 뜻합니다. 그러면서 오픈도어가 단순히 개인투자자들의 밈 주식이 아니라, 장기적 지지층을 확보한 컬트 주식(cult stock)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즉, 단기 투기 대상이 아니라 열성적인 지지자들과 함께 장기간 성장할 수 있다는 관점이죠.

다만, 자신이 ‘주가 띄우기(pump)’를 하는 게 아니라는 말과는 달리, 트위터에서 쓰는 트윗이나 리트윗을 하는 행태를 보면 영락없는 밈 주식 펌핑이 따로 없긴 합니다. 참고로 EMJ 캐피털 펀드 내에서 오픈도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에릭 잭슨이 제시한 1차 목표가는 82 달러인데, 장기적으로는 200 달러를 넘어 500 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찍었던 역사상 저점이 0.5 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100 배거가 아니라 1000 배거를 꿈꾸고 있다는 거죠.


한편 최근에 OPEN 주가를 크게 자극한 사건 중 하나는 바로 캐리 휠러 CEO 겸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이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회사의 새로운 방향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소식은 오히려 환영받았죠.

현재는 스리샤 라다크리슈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임시 대표직을 맡고 있는데요. 정식 CEO 선임은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인 스펜서 스튜어트가 진행 중입니다.

보통 이런 리더십 공백은 불확실성을 키우는데, 이번에는 주가가 오히려 뛰었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기술 전문가 출신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죠.


새 리더십 체제에서 오픈도어는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주택 가격을 더 정확히 산출하고, 수요를 예측하며, 가상 상담이나 투어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데이터 산업이기도 합니다. 위치, 가격 추세, 소비자 행동 같은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에 AI가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결국 오픈도어는 여전히 실제 주택을 사서 되팔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주택 시장의 경기 변동에도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AI가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리스크를 없애주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재무적으로는 지난 8월 5일에 발표한 2025년 2분기 실적이 오랜만에 긍정적인 신호를 줬습니다. 매출은 약 16억 달러로 전년 대비 4% 늘었고, 핵심 수익성 지표인 조정 EBITDA2,3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EBITDA란 이자, 세금, 감가상각을 빼고 순수하게 영업 성과만을 보여주는 지표인데요. 쉽게 말해 실제 장부상의 이익은 아니지만, 운영 효율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순손실도 크게 줄어들어 2,9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에는 9,200만 달러 적자였으니 큰 개선이죠. 판매한 주택 수는 4,200여 채로 소폭 늘었습니다.

다만 3분기 전망은 보수적입니다.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이던스를 내놨습니다. 즉, 아직 안정적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한때 오픈도어는 OPEN 주가가 1달러 밑으로 장기간 떨어지면서 나스닥 상장 퇴출 위기에 몰렸습니다. 이런 경우 흔히 리버스 스플릿이라는 방식을 씁니다. 한국말로는 주식 액면 병합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주식을 합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조치죠.

하지만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12일 연속 1달러 이상을 기록했고, 덕분에 상장 기준을 충족했습니다. 이로써 주주총회에서 예정했던 리버스 스플릿 안건은 취소됐습니다. 이게 또 투자자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죠.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일부 유명 투자자와 펀드 매니저들은 오픈도어의 전환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집 장사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와 기술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신중론도 많습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금리 부담이 높고 수요 회복이 더디며, 오픈도어는 여전히 차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얇은 수익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의 열풍’과 ‘근본적 리스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오픈도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오픈도어가 AI 전략과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느냐입니다. 시장은 몇 가지 포인트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새 CEO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기술에 더 무게를 둘지 부동산 경험을 강조할지가 관건입니다. 또한 AI 도입이 실제로 가격 산정이나 운영 효율을 개선하는지 여부도 중요하죠. 마지막으로 주택 시장 자체가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거시적 환경도 성패를 좌우할 변수입니다.

현재 오픈도어는 흥미로운 기로에 서 있습니다. 더 이상 단순한 부동산 혁신 기업으로만 볼 수 없지만, 아직 확실한 기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지도 못했습니다. 이번 급등으로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그 시간을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라고 말하는 게 펀더멘털적인 관점이고, 기술적으로 대충 차트를 분석해보더라도 OPEN 주가는 꽤나 흥미로운 자리에 있습니다. 지난 8월 22일 금요일,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하 시사 발언이 나오고 미국 증시가 급등하던 날 오픈도어 주가는 무려 40% 급등했습니다. 애프터마켓에서도 추가로 상승했죠.

이로써 지난 7월 21일에 윗꼬리가 길게 달린 양봉이 나왔던 고점 레벨에 위치한 상황입니다. 즉, 여기를 시원하게 넘느냐 마느냐가 중요해지는 시점인 거죠.

좀 더 시계열을 넓혀보면 2023년 8월에 찍었던 5.41 달러 레벨도 중요해집니다. 그러니까, '이제 화성 날아갈 일만 남았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중요한 저항 레벨이 남아있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현재 시점에서 오픈도어 주가는 펀더멘털보다 기술적 관점에 훨씬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보기 때문에, 우선은 8월 말과 9월 초에 OPEN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오픈도어 주가는 밈 주식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까요?


#Opendoor #오픈도어 #OPEN #주식투자 #미국주식 #부동산투자 #AI #에릭잭슨 #EMJCap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