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1일) 고용노동부 차관이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을 이끄는 6개 기업의 CEO들을 만났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국회 통과를 앞둔 '노란봉투법'에 대한 기업들의 절박한 우려를 듣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기업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저 수사적인 위로로 들릴 뿐, 현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권창준 차관은 이번 법 개정이 "규제 강화나 사용자 책임의 일방적 전가가 목표가 아니며,
예측 가능한 교섭 질서를 확립하고 노사 모두에게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설명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하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예측 가능한 교섭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원청기업이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없는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에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공장의 수많은 부품 협력업체 중 한 곳의 노사 문제가 곧바로 원청인 완성차 업체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산업 생태계 전체를 뒤흔드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정부는 "기업 리스크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경영계 의견을 수렴하는 TF를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이미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둔 시점에서 너무 뒤늦은 대응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법안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폭력이나 파괴와 같은 명백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노조와 조합원의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된다면, 앞으로 산업 현장에서 법치주의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는 노사 관계를 대화와 타협이 아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킬 위험이 매우 큽니다.
정부는 "친노동이 반기업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 법안이야말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투자를 막아 결국 일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반노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무너지면 노동자의 삶의 터전도 함께 사라진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부디 정부와 국회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지금이라도 '노란봉투법'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심각하게 재고하고,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이 법안의 통과를 멈춰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