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에서 독보적 1위인 엔비디아에 보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신뢰성 검증(Reliability Testing) 시험을 통과해 이달 말 최종 양산 직전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
최종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르면 연말 HBM4 대량생산이 가능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엔비디아에 납품한 HBM4 샘플이 초기 시제품 시험과 품질 시험을 통과해 이달 말 ‘프리 프로덕션(PP)’ 단계에 돌입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수율을 포함한 품질 부문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PP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안다”면서 “PP 단계를 통과하면 11~12월 대량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
PP는 반도체 대량생산에 앞서 시행되는 최종 검증 절차. 지난달 삼성전자가 제공한 HBM4 시제품은 단순 가동 여부를 확인하는 ‘엔지니어링 샘플’
프리 프로덕션은 고객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과 호환성 검증부터 특정 온도 조건에서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지 등을 시험하는 단계
해당 단계를 통과하면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양산 이관이 시작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적용.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가 올 3월 HBM4 샘플을 납품하고 6월 초도 물량을 공급한 바 있음. 10월에는 대량생산을 계획하고 있음. 삼성전자가 PP 단계를 통과하면 11월 양산을 시작해 SK하이닉스와 격차를 빠르게 좁히게 됨
이달 말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퀄리티 테스트를 통과해 납품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옴. 업계는 최근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HBM 물량·가격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을 두고 삼성전자의 납품이 임박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음
최근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으로 개발된 저사양 H20의 매출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을 허가 받았음.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20에 적용될 HBM3E의 납품 가격을 SK하이닉스 대비 20~30% 낮춰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음
이에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HBM3E 가격을 합의하기 전에 삼성전자의 HBM3E와 HBM4의 품질 테스트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파악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HBM 시장에서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원하고 삼성전자는 신규 공급을 원해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 회장과 젠슨 황 CEO 간 회동에서 현안을 풀기 위한 많은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고 분석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와 HBM4 공급을 성공하면 내년 AI 메모리 시장의 판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HBM 시장에서 점유율이 17%로 지난해 동기(41%) 대비 크게 줄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55%에서 62%, 마이크론은 4%에서 21%까지 점유율을 키웠음. 금융투자 업계는 삼성전자의 내년 HBM 매출 성장률이 두 배 이상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음
삼성전자가 HBM 매출 확대에 맞춰 미국에 대규모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평택 공장에서 D램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현지에서 HBM을 패키징하는 시나리오임. 삼성전자가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에 대규모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임
한편 삼성전자는 HBM4 공급과 관련해 “고객사와 관련한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설명
삼성전자 지분 노리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해당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추진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미 현지 시설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계약을 뒤엎는 결정이라며 당혹해하는 분위기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준비한 우리 기업들로서는 예기치 못한 변수에 직면
1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근거한 보조금 지급 대가로 삼성전자·마이크론·TSMC와 같은 기업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 미국 정부가 인텔에 109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10%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삼성전자 등에도 확대하려는 움직임
이는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는 관세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도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인식에 따른 것
소식통은 “러트닉 장관이 이 아이디어를 추진해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마음에 들어한다”고 전했음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원의 대가로 지분 인수 카드를 꺼내 들자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사실상 계약 파기”라는 반응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미국 보조금 액수에 대입하면 트럼프 정부는 1.5% 내외의 지분율로 주요 주주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의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주주로 들어오면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등에 개입할 수 있고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관세 폭풍을 피하기 위해 25일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미국 투자 확대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계획 확정에 제동
<시사점>
삼성전자에 대한 두 가지 소식이 희비를 교차하게 만듭니다. 그동안 기다리던 엔비디아 납품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반가운 소식과 트럼프 정권이 당초 계약을 위반해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참담한 소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엔비디아에 대한 삼성전자의 HBM 공급은 SK하이닉스의 독점 구조를 흔들고,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 및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재입니다.
그러나 이 호재 앞에 이 호재를 상쇄시킬 메가톤급 미국의 비상식적 요구, 즉 삼성전자의 지분을 내놓아라는 요구에는 결국 보조금 포기라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삼성전자의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입니다. 오늘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460조원인데 만일 미국에 상장되어 있다면 약 1,000조원의 가치를 보일 기업이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기업이 공개된 상장기업인 만큼, 시장을 통해 누구나 주식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외국계 기업에 대한 지분 매수는 과거 사례도 없을 뿐더러 자본주의 원칙에도 위배됩니다.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국민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요구한 것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어기는 공산당+자본주의인 국가자본주의의 발현이랄 수 있습니다.
우리정부와 삼성전자는 미국의 요구에 당연히 NO라고 답해야 하며, 우리의 주권, 국민기업을 미국에 갖다바치면 안됩니다. 이는 마치 한국의 주권을 일본에 갖다바치는 을사조약과 다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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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523139?cds=news_media_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