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판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젊고 열정 넘치는 20~30대 개발자들이 모여들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판교의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다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형 IT 기업에서 20대 신입 직원 수가 급격히 줄어든 반면, 40대와 50대 직원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20대 직원은 불과 2년 만에 30% 이상 줄어들었고, 카카오도 같은 시기 20대 인력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40대 이상 직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규 채용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도 한몫합니다.

예전에는 판교 기업들이 매년 수백 명의 신입을 뽑으며 경쟁적으로 인재를 확보했는데, 이제는 그 채용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저는 이 변화의 배경에 AI(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 몇 명을 뽑아 가르치는 것보다, AI 툴 하나 도입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실제로 IT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신입 몇 명보다 AI가 낫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고 하니, 젊은 인재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올라가면서 기업 문화 자체도 보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처럼 도전적인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분위기보다는 안정과 효율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판교에서 자주 언급되던 ‘창업 열기’나 ‘혁신 토론’ 같은 모습은 요즘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물론 경력직 인력의 경험과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IT 산업의 본질은 끊임없는 혁신과 젊은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중관춘처럼, 새로운 스타트업이 계속 태어나고 기존 기업을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판교는 높은 부동산 시세와 경직된 채용 문화 때문에 젊은 인재와 신생 스타트업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단순히 기업의 인력 구조 변화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IT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인재가 줄어들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과감한 도전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판교가 ‘혁신의 메카’가 아니라 ‘4050 고인물의 천국’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는 겁니다.


앞으로는 국가 차원에서도 젊은 인재가 모이고, 새로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대기업 채용 확대를 바라는 것보다, 다양한 실험과 창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판교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