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실적 부진과 의료비 급증, 대규모 해킹, 규제 압박, 경영진 교체 등 ‘퍼펙트 스톰’을 맞고 있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itedHealth Group, UNH)이 분위기 반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로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1.6조 원 규모로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 때문인데요. 버핏이 도대체 왜 UNH 주식을 샀는지와 함께 유나이티드 헬스그룹의 근황과 전망까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빠르게 기업 리뷰 먼저 잠깐 들어가겠습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미국 최대의 건강보험 및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입니다. 근데 보험사 중에서도 규모와 역할이 큰데, ‘유나이티드헬스케어’ 부문을 통해 수천만 명의 미국인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옵텀(Optum)’이라는 헬스케어 서비스 부문을 통해 병원과 의원을 직접 운영하며, 약국 혜택 관리, 진료비 청구 처리, 헬스케어 기술 솔루션 개발까지 폭넓게 맡고 있습니다.
즉, 보험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환자 진료 현장과 처방 관리에서부터 의료 데이터 분석과 같은 백엔드 시스템까지 미국 의료 시스템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린 회사입니다. 이런 통합 구조와 규모 덕분에 그동안 S&P500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죠.
그런데 이런 거대 기업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주가는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단일 사건이 아니라 여러 악재가 겹친 ‘퍼펙트 스톰’의 결과입니다.
먼저 올해 4월, UNH는 무려 10년 넘게 이어온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을 깨고 처음으로 실적 전망치를 밑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의료 서비스 이용 빈도와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늘었기 때문인데요. 특히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와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서의 지출이 수십억 달러나 증가했습니다. 이런 의료비 급증은 당연히 이익률을 떨어뜨리죠.
전망치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25년 조정 주당순이익(EPS)을 최대 30달러까지 예상했지만, 현재는 최소 16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법무부는 메디케어 청구 관행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홈 헬스케어 기업 ‘아메디시스(Amedisys)’ 인수와 관련해 사업 일부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합의금 규모는 최대 16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사이버 보안 문제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올해 초 자회사 ‘체인지 헬스케어(Change Healthcare)’가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의 의료 데이터 유출 사고를 겪었는데, 피해자가 약 1억 9,3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십 변동도 투자자 불안을 키웠습니다. 작년 말 뉴욕 맨해튼에서 임원 브라이언 톰슨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CEO 교체와 CFO 교체 계획이 이어졌습니다. 경영 공백이 채워졌다고 해도, 이런 변화는 항상 불확실성을 동반하죠.
이렇게 악재가 겹치면서 회사 역사상 최악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던 와중에 분위기 반전이 생긴 거죠. 말씀 드렸듯이, 바로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약 5백만 주, 시가 약 16억 달러 규모의 UNH 지분을 신규 매입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매입 방식인데요. 버핏의 팀은 지난 2024년 말부터 지분을 조금씩 사들이기 시작했지만, ‘비공개 매입’ 승인을 규제 당국에서 받아냈습니다. 이를 통해 시장에 신호를 주지 않고, 가격이 뛰기 전에 조용히 지분을 늘린 것이죠.
그리고 이번 13F 보고서에서 공식적으로 공개되자마자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급등했습니다. 이른바 ‘버핏 효과’가 그대로 나타난 순간이죠. 지난 5일 동안 이미 10%를 상승했으니 만일 시간 외 거래 급등분이 정규장에도 반영된다면 주가 흐름에 온기가 돌 수도 있겠네요.
이 투자는 전형적인 버핏식 역발상 매수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삭스에 위기 자금을 넣었던 것처럼, 버핏은 이번에도 시장이 비관적으로 보는 시기에 구조적으로 강한 회사를 ‘할인된 가격’에 매수한 셈입니다. 분석가들은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규모의 경제, 데이터 기반 효율성이 경제와 의료 이용 패턴이 안정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위험도 존재합니다. 의료비 상승이 장기화되거나, 규제 및 반독점 소송이 본격화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이러한 단기 리스크보다 장기적인 경쟁 우위와 사업 구조를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번 분기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보면 같은 시기에 애플 지분을 7% 줄이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도 4% 축소했습니다. T-모바일은 전량 매도했고, 차터 커뮤니케이션스 지분은 절반 가까이 줄였습니다. 반면, 에너지(셰브런), 산업(누코어, 알레지온, 라마 광고), 주택(D.R. 호튼, 레나), 일부 소비재(콘스텔레이션 브랜즈, 도미노 피자, 풀 코퍼레이션) 분야에서는 비중을 늘렸습니다. 기술·은행 비중을 줄이고 방어적이거나 필수적인 산업, 경기 회복 수혜 업종으로 무게를 옮기는 흐름으로 해석됩니다.
수년 만에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유나헬이 워런 버핏이라는 생명수를 만난 셈인데요. 버핏이 투자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유나헬의 기초 체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신호로 받아 들여진다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상황이 단기적인 ‘역풍’에 불과한지, 아니면 헬스케어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알리는 전조인지가 관건일 텐데. 만약 전자라고 본다면, 이번 투자는 또 한 번의 ‘버핏식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이 높겠죠.
한편 최근 유나이티드 헬스 그룹은 분기 배당금을 주당 2.21달러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같은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배당 수익률은 현재 주가 기준 3%를 넘어서기 때문에 장기 보유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아메디시스 인수 합병 건은 규제 조건 때문에 지연되거나 전략적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체인지 헬스케어 보안 사고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기업 평판과 업계 규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실적 전망을 낮추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UNH의 주가가 과도하게 낮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예상 주가수익비율(P/E)이 약 11배 수준으로 낮아졌고, 전통적으로 경기 방어력이 높은 사업 모델을 갖춘 만큼 의료비가 안정되고 법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현재 애널리스트 커버리지는 24명 중 매수 의견이 18명, 홀드가 4명, 매도가 2명입니다. 목표가 평균은 약 312 달러고요.
다만 현재 UNH 주가 차트는 여전히 떨어지는 칼날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300 달러에서 326 달러 구간을 시원하게 넘겨야 바닥을 찍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나이티드 헬스그룹은 지금 쉽지 않은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의료비 부담, 규제 조사, 보안 문제라는 삼중고가 신뢰를 흔들고 있지만, 동시에 거대한 규모와 시장 지배력, 위기 극복 경험도 가진 기업입니다. 버핏의 투자는 장기적인 긍정 시그널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변동성이 클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