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 중요한 지표였다고 생각합니다.


관세 우려를 잠재운 '무난한' 물가

핵심부터 말씀드리자면, 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관세발 인플레이션'은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와 전월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이 3.1%로 5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초래할 것이라던 급격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쇼크)은 없었습니다.


이 결과는 시장에 안도감을 주었고,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할 명분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CPI 발표 직후 시장이 예측하는 9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베이비컷) 확률은 무려 94%를 넘어섰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50%대에 머물렀던 확률이 극적으로 치솟은 것입니다. 이는 시장이 사실상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연말까지 추가 인하 가능성도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12월까지 금리가 현재보다 0.5%포인트 이상 낮은 연 3.75% 이하일 확률이 50%를 넘었고,

0.25%포인트 이상 낮을 확률은 90%를 상회합니다. 완만한 물가 상승이 금리 인하의 마지막 걸림돌마저 치워준 셈입니다.


노골화되는 백악관의 금리 인하 압박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친(親)트럼프 인사들의 Fed를 향한 압박 수위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늦는 파월이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비난하며 Fed 청사 보수 비용을 문제 삼아 소송까지 거론했습니다.

  •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한술 더 떠 9월에 0.5%포인트 금리 인하, 즉 '빅컷'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최근 하향 조정된 고용 통계를 근거로 "Fed가 진작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며 지연된 만큼 더 큰 폭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차기 Fed 이사 지명자 및 의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스티븐 미란, 제임스 불러드 등도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며 행정부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신중론도 여전…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물론 Fed 내부와 월가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존재합니다.

관세 영향이 미미한 것은 그만큼 통화정책이 적절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주장과, 기업들이 소비 둔화를 우려해 관세 비용을 가격에 아직 전가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분석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제가 보기에, 7월 물가 지표에서 주목할 점은 '관세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왜 없었는가'입니다.

월가의 분석처럼,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기에 섣불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미국 경제의 체력이 그만큼 강하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관세 정책의 성공'이라 포장하며 금리 인하의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Fed의 속내는 복잡할 것입니다.

근원 물가는 여전히 3%를 상회하며 끈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압도적인 시장 분위기와 노골적인 정치적 압박을 고려할 때 9월 금리 인하는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인하 여부'가 아닌 '인하 폭'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베선트 장관이 주장하는 '빅컷'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만약 앞으로 발표될 고용이나 소비 지표마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Fed 내에서도 빅컷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Fed는 '끈적한 근원 물가'와 '경기 둔화 우려 및 정치적 압박'이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요인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계속할 것입니다.

투자자들께서는 이러한 복잡한 배경을 이해하시고, 앞으로 발표될 경제 지표들과 Fed 인사들의 발언 하나하나를 더욱 면밀히 살피며 시장의 방향성을 판단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