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대표 주자 쿠팡이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5년 2분기, 쿠팡은 1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소비 침체라는 시장의 역풍 속에서도 ‘로켓배송’을 비롯한 핵심 사업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했고, 대만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확장과 AI 투자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쿠팡Inc(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이자 한국 쿠팡의 모회사)는 2분기 매출이 11조97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의 기록을 단 한 분기 만에 뛰어넘은 셈이다. 영업이익은 20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쿠팡의 성장을 이끈 중심축은 여전히 ‘프로덕트 커머스’다.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마켓플레이스, 로켓그로스 등 핵심 서비스들이 고르게 성장하며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특히 로켓배송 상품 수는 50만 개 이상 늘었고, 새벽배송 주문량은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신선식품 부문도 2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입증했다.
활성 고객 수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 2분기 기준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239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 이는 쿠팡의 서비스 품질과 고객 충성도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눈여겨볼 부분은 ‘성장 사업’ 부문이다. 대만 사업,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 배달 앱 쿠팡이츠 등이 포함된 이 영역은 2분기에만 1조671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33% 성장했다. 특히 대만은 유료 멤버십 ‘와우멤버십’ 출시 이후 세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쿠팡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다만 성장 사업의 확장에 따른 투자 비용 증가로 인해 손실 폭은 다소 커졌다. 2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301억원으로, 전년 대비 손실이 20% 이상 확대됐다. 이에 대해 쿠팡 CFO 거라브 아난드는 “대만 사업의 성장이 가속화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며,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 확대 계획도 강조했다. 김범석 의장은 “AI 기반 자동화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쿠팡의 운영에 변혁을 일으킬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매출 증가와 마진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실적은 쿠팡이 단순한 유통 기업을 넘어 기술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상반기 매출 감소를 겪는 가운데, 쿠팡은 정반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기술 혁신, 글로벌 확장 전략이 삼박자를 이루며 쿠팡을 새로운 성장 궤도로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