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를 보면,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개개인의 계좌를 열어보면, 그 기쁨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인데 내 계좌는 왜 그대로일까요? 어떤 종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괴리감은 최근의 ‘대형 기술주 주도 장세’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뒤늦은 추격매수나 잘못된 종목 선택으로 손실을 보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2023년부터 이어져 온 미국 증시는 소위 '매그니피슨트 7(Magnificent 7)'이라 불리는 소수의 초대형 기술주들, 즉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가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 종목들은 시가총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들이 오르면 S\&P500과 나스닥100 같은 시가총액 가중 지수 전체가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외 대부분 종목들, 특히 중소형주는 오히려 하락하거나 정체된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S\&P500 시가총액 가중 지수'와 '동일가중 지수(equal weight index)'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그 격차는 벌어질 대로 벌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수와 체감 수익률의 괴리를 만드는 핵심 요인입니다.
또한 ETF에 투자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S\&P500 ETF라고 해서 500개 종목에 동일하게 투자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기 때문에,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지수의 30% 이상을 차지합니다. 예를 들어 SPY나 IVV에 투자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기술주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ETF에 투자했더라도 대형 기술주의 랠리 수혜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거나, 반대로 이들 종목이 주춤할 때 큰 하락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요즘 같은 장세에서는 ‘무엇에 투자했느냐’보다 ‘어떤 비중으로 투자했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먼저 대형 기술주의 지배력이 높아진 시장에서는 그 흐름을 거스를 필요는 없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곧 ‘지수 상승=내 계좌 상승’이라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시장의 성격을 파악한 뒤 거기에 맞게 비중을 조정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입니다. 만약 아직까지도 반도체, AI, 클라우드 관련 대형 기술주에 대한 비중이 낮다면, 분할매수를 통해 일정 부분 포트에 편입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단기 급등 이후의 피로감, 고평가 논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전량 매수보다는 분산 접근이 유효합니다.
반대로 이미 대형 기술주에 일정 수준 이상 투자 중이라면, 이번 랠리에서 수익을 일부 실현하고 향후 중소형주나 가치주, 혹은 리오프닝 관련 종목들로 분산하는 전략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순환주의 턴어라운드 가능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어, 에너지, 금융, 산업재 같은 섹터에 저가 매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경제 지표의 흐름, 소비자 신뢰지수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시장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보 업데이트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국내 투자자의 경우, 미국 기술주 중심의 장세에서 소외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원화 강세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환율 손익까지 겹쳐 투자 성과가 왜곡되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 증시 자체가 반도체나 인터넷 플랫폼을 제외하면 글로벌 AI 트렌드에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미국 시장만 쫓아가기엔 환차손 리스크나 정보 비대칭성, 세금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 투자 환경에 맞는 전략, 즉 환노출을 조절할 수 있는 해외 ETF, 국내 상장된 해외 투자 상품,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는 국내 기업 발굴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수와 계좌 수익률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조급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의 시장 구조 자체가 특정 종목, 특정 섹터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체감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오히려 지금은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왜 소외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앞으로 그 흐름이 반전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며 다음 투자 전략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성과 실적, 밸류에이션이 조화를 이루는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정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수가 계속 오르는데 내 종목은 제자리라면, 그것은 당신이 틀린 것이 아니라 시장의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 구조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투자자의 태도입니다.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흐름은 인정하되 자신만의 기준과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 그것이 진짜 실력을 쌓는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