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룰 미국 주식은 이번에 실적을 발표한 코인베이스(Coinbase)입니다.

2012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중 하나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자산을 사고팔 수 있도록 대중화에 기여한 회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하지만 지금의 코인베이스는 지갑 서비스, 스테이킹, 결제 API, 기관 투자자 대상의 수탁(Custody)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인터넷 시대의 인프라를 아마존이나 구글이 책임졌다면, 코인베이스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 그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곳입니다. 그리고 이번 실적 발표는 코인베이스의 이러한 비전이 잘 드러나는 자리였습니다.


코인베이스 2분기 실적 요약

2025년 2분기, 코인베이스는 총 1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EBITDA(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는 5억 1,2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고, 핵심 사업인 거래 수수료 수익이 뚜렷하게 줄은 건데요. 또한, 단순 회계상의 이익을 제외하면 실질 영업이익은 약 3,3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실질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자, 시장은 실적 발표 직후 빠르게 반응하며 주가를 15% 이상 끌어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인베이스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올해 2분기에는 이 거래량이 급감했습니다.

이렇게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의 거래도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거래 수익은 전년 대비 39% 감소한 7억6,4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그 배경에는 하나의 큰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시장 변동성 감소입니다. 가격이 크게 오르내릴 때는 사람들이 많이 거래하지만, 가격이 잠잠하면 거래도 뜸해지죠. 이게 거래소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분기에는 고객 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3억700만 달러의 비용도 발생했습니다. 사이버 보안 문제로 인한 비용은 매우 이례적인 만큼,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거래 수익은 줄었지만, 스테이킹 서비스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 예치 서비스, 기관 수탁 서비스 등에서 얻는 반복 수익(subscription & services revenue)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인 숫자만 보고 실망하기엔 이른 상황입니다. 지금의 코인베이스는 단기 실적보다는 결제, 자산 토큰화, 규제 대응 등 ‘미래 금융의 기반’을 준비하면서 장기 전략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럼 이번에는 숫자 너머의 디테일을 살펴보겠습니다.


"Everything Exchange": 모든 자산이 거래되는 거래소

먼저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Everything Exchange’라는 비전을 강조했습니다. 암호화폐뿐 아니라 주식, 부동산, 원자재,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s) 등 모든 자산을 한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건데요.

즉, 주식은 증권사에서, 부동산은 별도 앱에서, 코인은 거래소에서 따로 거래하던 기존 방식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코인베이스 한 곳에서, 그것도 24시간 365일, 실시간 정산으로 모든 자산을 거래하게 만드는 거죠.

이를 위해 코인베이스는 이미 1) 수백, 수천 개의 토큰을 상장해 폭넓은 자산 접근을 제공하고, 2) 미국 주식을 토큰 형태로 도입해 ‘온체인 주식 거래’를 준비하며, 3) 파생상품인 퍼페추얼 선물도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출시를 한 바 있습니다.

또한 코인베이스는 Deribit(데리빗)이라는 암호화폐 옵션 거래소를 인수했는데요. 약 29억 달러 규모의 딜로 알려졌으며, 이를 통해 코인베이스는 파생상품 시장에 본격 진입하게 됩니다. 참고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파생상품 거래량은 현물 거래보다 훨씬 큽니다.


스테이블코인과 결제의 미래, 그리고 USDC

코인베이스를 논할 때 스테이블코인을 빼놓을 수가 없죠. 코인베이스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결제 인프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USDC(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는 코인베이스가 직접 공동 설립한 자산이기도 하죠.

Alesia Haas CFO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B2B 국제 송금을 위한 인프라로 USDC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글로벌 B2B 결제 시장 규모는 40조 달러에 달하는데, 이 시장이 여전히 느리고 비싼 와이어 전송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겁니다.

여기에 쇼피파이(Shopify)와의 제휴를 통해 USDC 결제를 지원하는 API를 출시했고, Base라는 자체 L2 블록체인을 결제 네트워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몇 초 안에, 수수료 없이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거죠.

참고로 다양한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코인베이스는 USDC가 결국 ‘네트워크 효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규제 준수 이력과 리워드 시스템도 강점이죠.


블록체인, 신용카드, 토큰 주식 사업 현황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코인베이스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신사업도 논의됐습니다.

코인베이스는 Base라는 블록체인을 직접 구축한 바 있는데요. 단순한 기술 플랫폼을 넘어, 앞으로의 금융 시스템이 이 체인 위에서 작동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죠.

지금까지는 빠른 처리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 위에 ‘사기 방지, 환불, 결제 확정 시스템’ 등 기존 카드사 수준의 서비스도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부는 코인베이스가 직접 만들고, 나머지는 외부 개발자가 API를 활용해 구축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죠.

또한 코인베이스는 ‘코인베이스 원 카드’라는 신용카드를 출시했습니다. 이 카드는 사용 시 비트코인으로 4% 캐시백을 제공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수익성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의 플랫폼 내 체류 시간과 활동 증가입니다. 이 카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사용, 스테이킹, 구독 서비스 등으로 확장되는 소비자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죠. 참고로 신용공여는 제휴사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코인베이스가 직접 대출 리스크를 지는 구조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토큰 주식 사업 근황도 논의됐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실제 미국 주식을 블록체인상에서 거래 가능한 ‘토큰’으로 만들 계획인데요. 다만 이건 법적 이슈, 기술 문제, 파트너사 구조 등 복잡한 과제가 많기 때문에 아직은 초기 논의 단계라고 합니다. 주주 투표권, 배당 수령 등도 온체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구상 중이지만, 실제 출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번 실적은 숫자만 보면 기대에 못 미친 게 맞습니다.

때문에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고요. 하지만 실적 그 자체보다 중요한 건 코인베이스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입니다.

결제를 위한 블록체인 인프라, 자산 토큰화, 글로벌 거래소로의 확장, 규제 준수 시스템 구축 등 이제 코인베이스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를 24시간, 온체인 기반으로 재설계하려는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물론 시간도 걸릴 것이고, 시장 변동성도 클 겁니다. 하지만 코인베이스가 구상하는 금융의 미래는, 이제 단지 암호화폐에만 국한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미국 내에서는 현재 ‘CLARITY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증권 브로커, 거래소, 결제 플랫폼 등을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Alesia Haas CFO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법 의지 등을 들어 미국이 이제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하려 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습니다.

다시 말해, 큰 흐름은 코인베이스에 매우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향후 몇 년 간 걱정 없이 담을 개별 종목 몇 개를 고르라고 하면 코인베이스를 꼽고 싶은데요. 다만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은 여러가지 요소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은 초단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 증시나 암호화폐 시장에서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이번 코인베이스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으실 예정인가요?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코인베이스 #Coinbase #USDC #스테이블코인 #Base체인 #토큰화주식 #암호화폐 #주식토큰 #파생상품 #CLARITY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