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잠 못 들고 미국 증시를 보다가 흥미로운 실적 발표를 하나 접했습니다.
바로 메타(페이스북)의 2분기 실적이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습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메타의 매출을 448억 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무려 475억 달러를 기록했더군요. 순이익 역시 예상치를 가뿐하게 넘었습니다.
역시 메타의 본업인 광고 사업이 정말 탄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입니다.
이런 엄청난 실적 덕분에, 정규장에서는 소폭 하락했던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10% 넘게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아마 오늘 밤 미국 증시가 열리면 메타 주주분들은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민되는 지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바로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 부문입니다.
이 사업부에서만 이번 분기에 무려 45억 달러, 우리 돈으로 6조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2020년 말부터 따지면 누적 손실액이 거의 700억 달러, 약 97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입니다.
저커버그 CEO가 꿈꾸는 메타버스의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것인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큰 기대 요소이자 동시에 불안 요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실적 발표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보다 '개인용 초지능(personal superintelligence)' 구축이라는 AI 비전을 더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AI 개발 때문에 올해 총비용과 설비 투자 전망치도 소폭 올렸다고 하니, 이제 메타의 미래 성장동력은 '메타버스'와 'AI'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움직일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메타는 '광고'라는 매우 강력하고 안정적인 현재의 수익원을 바탕으로, '메타버스'와 'AI'라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미래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력한 현재와 거대한 꿈이 담긴 미래 사이에서, 앞으로 메타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계속해서 흥미롭게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