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말,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약 1,650억 달러 규모의 AI6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기간은 8년으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위치한 삼성 공장에서 칩이 생산될 예정입니다. 이번 계약은 삼성 파운드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고객 계약으로, 삼성은 이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의 입지를 강화하고 미국 내 생산 역량을 한층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AI4 칩을 생산 중인 텍사스 공장이 앞으로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생산 효율화 과정에도 테슬라가 직접 관여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머스크의 거주지 인근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이 이루어지는 만큼 빠른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이번 계약은 테슬라가 추진하는 완전자율주행(FSD)과 로봇형 플랫폼 옵티머스, 그리고 자체 AI 데이터센터 도조(Dojo)의 성능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AI6 칩은 기존 AI4 대비 추론 성능이 약 10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율주행 차량뿐 아니라 대규모 AI 연산에 특화된 설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그동안 AI 하드웨어를 외부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설계와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해왔는데, 이번 계약은 이러한 수직통합 전략을 가속화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갖춤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고, 공급망을 보다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삼성 입장에서도 이번 계약은 반전의 기회로 평가됩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은 약 7.7%의 점유율로 TSMC에 크게 뒤처져 있으며, 수율 문제와 고객 대응 부족으로 오랜 기간 신뢰 회복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미국 공장 역시 생산 효율과 수율 문제로 '고립된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삼성은 테슬라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테슬라와의 협력을 통해 얻은 생산 경험과 기술을 어떻게 다른 고객사로 확산시킬지에 대한 전략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삼성의 최근 실적은 반도체 부문에서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 감소한 약 4천억 원 수준에 그쳤는데, 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출하 지연과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번 테슬라 계약이 하반기 반등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실제로 계약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테슬라 주가 역시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향후 실행 리스크와 단기 실적 압박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번 계약은 단순히 공급 계약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갖습니다. 테슬라는 공급망을 미국 내로 옮겨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통합을 통해 자율주행과 로봇택시, 옵티머스 로봇 등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삼성에게는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과 글로벌 고객 확보라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2나노 공정에서의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다만 안정적인 양산과 수율 확보, 그리고 타 고객사와의 기술 공유 리스크 관리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습니다.


결국 이번 계약은 양사 모두에게 도전이자 기회입니다. 테슬라는 더 강력한 AI 하드웨어를 통해 차세대 자율주행과 로봇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삼성은 이를 발판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AI6 칩의 성공적인 양산 여부와 테슬라의 서비스 상용화 속도, 삼성의 추가 고객 확보 가능성이 이 계약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