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증시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 한편에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월가에서도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과 곧 큰 폭의 조정이 올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 타결 소식 등을 근거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와 같은 투자은행은 S&P500 목표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하며 월가에서 가장 낙관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죠.
반면 UBS는 시장이 얇은 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며 무려 17%에 달하는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며 정반대의 시각을 보였습니다.
상승의 힘은 약해진 반면, 아래를 받치고 있는 기반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분석은 현재 시장 상황을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증시가 가진 가치, 즉 밸류에이션에 대한 지적에 가장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주요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은 과거 IT 버블 시기를 넘어설 정도로 높아져 있는데, 이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었다는 명백한 신호입니다.
주식의 매력도를 보여주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마저 거의 '0'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은, 이제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에 투자할 명분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경고로 들립니다.
마치 4년 전 '밈 주식' 광풍을 떠올리게 하는 투기적인 거래가 시장 곳곳에서 나타나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주가가 단기간에 수백 퍼센트씩 폭등하는 현상은 시장이 이성보다는 탐욕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주가가 급등한 기업 대다수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현재 시장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끼어있는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빚투', 즉 빚을 내 투자하는 마진 부채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는 코로나 시기 유동성 파티 때보다도 더 많은 투자자가 빚을 내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지난 두 달간의 마진 부채 증가 속도는 닷컴 버블 붕괴 직전과 맞먹는다는 도이체방크의 분석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이번 주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FOMC 회의 결과까지 예정된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이번 주가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처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섣부른 낙관보다는 신중한 자세로 시장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