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정말이지 역대급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117년 만의 폭염이라니, 에어컨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든 날씨의 연속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에어컨도 아닌 제품이 무려 400만 대나 팔려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선풍기를 말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에어 서큘레이터'였다.


나도 처음에는 에어 서큘레이터가 그저 조금 더 비싼 선풍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써보니 그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에어컨 바로 아래 두고 틀면 찬 공기를 집안 구석구석까지 보내줘서 설정 온도를 2~3도는 낮춘 것 같은 효과를 낸다.

괜히 '에어컨 짝꿍'으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을 마음껏 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효자 아이템도 없을 거다.


특히 선풍기로 유명한 신일전자가 2015년부터 이 시장에 뛰어들어 벌써 누적 400만 대를 돌파했다니, 그 인기가 실감이 난다.

최근에는 BLDC 모터를 사용해 소음과 발열을 크게 줄인 신제품도 내놓았다고 한다.

도서관보다 조용한 수준이라니, 잠귀가 밝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딱이다.

심지어 음성으로 16단계 풍속을 조절하고, 인공지능(AI) 모드로 알아서 바람을 조절해 전기까지 아껴준다니, 기술의 발전이 놀랍다.


비단 서큘레이터뿐만이 아니다. 꿉꿉한 장마철에는 제습기만 한 게 없다.

빨래 건조 기능이 있는 제습기는 이제 여름철 필수 가전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 같다.

여기에 야외 활동이나 캠핑족을 겨냥한 무선 폴딩팬까지. 작게 접어 가방에 쏙 들어간다니 하나쯤 장만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여름 가전이라고 하면 에어컨과 선풍기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서큘레이터, 제습기, 휴대용 선풍기 등이 없어서는 안 될 '생존템'으로 등극했다. 전례 없는 폭염이 우리의 여름 나기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