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인 미국의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최대 25% 관세 부과 방침은 단순한 무역 쟁점을 넘어 한국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부상했습니다.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자동차, 배터리, 조선,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으로, 이들 품목의 대미 수출 규모는 약 4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전체 대미 수출 규모가 연간 1,160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그 중 35% 이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7월 말 예정되어 있던 ‘한·미 2+2 고위급 경제협의체’ 회의가 돌연 연기되면서, 협상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총 1,000억 달러(약 138조 원)에 달하는 미국 내 투자 패키지를 제안했습니다. 이 제안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 반도체 패키징 팹, 조선 기자재 공급망, 항공우주 부품 조립 공장 등 14개 이상의 산업군을 포함하고 있으며, 단순히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수준을 넘어서 미국 현지에서의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을 공동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현재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팹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SK그룹 역시 배터리 생산 설비에만 미국 내에서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한국 민간기업의 대미 누적 투자 규모는 3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한국의 이러한 대응은 과거 일본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했던 방식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은 최근 미국의 25% 관세 위협에 직면하자, 5,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확대를 약속하며 자동차 부문에 대해 15% 수준으로 관세를 완화받는 조건을 협상했습니다. 일본은 1980년대 무역 갈등 당시에도 미국 내 조립 공장 확대, 부품 구매 확대 등으로 긴장을 완화한 전례가 있으며, 이번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한 셈입니다. 현재 일본의 대미 수출 규모는 연간 약 1,500억 달러이며, 이 중 자동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감안할 때, 일본의 전략은 주력 산업을 보호하면서 미국의 정치적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실용적 접근이라 볼 수 있습니다.
EU 역시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으며, 미국은 EU 수출품에 대해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EU는 보복 관세 시행을 예고하며 협상력을 높이고 있으며, 대부분 품목에 대해 10\~15%의 조정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연합의 연간 대미 수출은 약 4,500억 유로 수준으로, 미국과의 무역 관계는 EU 경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EU는 자동차, 항공기 부품, 의약품, 첨단기기 등의 분야에서 관세가 적용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하며, 상호주의 기반의 관세 조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 인도는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부 품목의 수출 관세를 낮추고, 미국산 농산물 및 에너지 제품의 수입 확대를 약속하면서 협상 국면을 선회했습니다. 인도의 연간 대미 수출은 약 660억 달러이며, 자동차 부품, 화학제품, 섬유류 등이 주요 품목입니다. 미국은 인도에 대해 27% 수준의 관세율을 제안했고, 인도는 이에 대응해 자국 내 수입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조건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습니다. 인도 정부는 관세보다는 ‘무역 상호성’과 ‘지역 균형’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동남아와의 균형 전략 차원에서 협상의 여지를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발도상국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은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관세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미국 제품의 수입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평균 32%의 관세율을 19% 수준으로 낮추는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해 전략물자 통제는 유지하되, 소비재 및 부품 수출에 대해서는 완화된 조치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FTA 재개 또는 무역특혜 지위를 조건부로 검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해외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현재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첫째, 미국 내 주정부 및 연방의회 대상 로비를 확대해 친한 성향 정치인과 산업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우호 여론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둘째, 미국 고객사와의 공동 성명 및 공급망 안정성 강조를 통해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미국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셋째, 일부 기업은 생산 거점을 멕시코, 캐나다 등 USMCA 가입국으로 다변화하면서, 관세를 우회할 수 있는 합법적 루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손실 방어는 물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전략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단순히 관세 철회를 요청하는 수동적 입장을 넘어서, 미국과의 신산업 중심 전략적 협력을 통해 관세 이슈를 기회로 전환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바라는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공급망 안정성 등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며 실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과거 일본, 유럽, 인도 등과는 차별화된 ‘첨단산업 중심의 협상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향후 8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고위급 협의체에서 최종 관세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며,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연간 3조\~5조 원 수준의 수출 손실과 일자리 축소가 우려됩니다. 그러나 협상을 통해 한국이 공급망 내에서 필수 파트너로 인정받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미국 내 산업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관세 위협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