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브랜드로 익숙한 파크랜드가 요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한때 '직장인의 기본템'으로 불리던 파크랜드는 양복, 셔츠, 타이와 같은 남성 비즈니스 패션의 상징과도 같은 브랜드였습니다. 백화점보다는 대형마트나 로드숍 위주로 유통망을 넓혀가며 중장년 남성층을 타겟으로 한 실용적인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가격 대비 품질’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파크랜드가 최근에는 신발 제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크랜드는 기존의 의류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지난 몇 년간 신발 생산 설비에 꾸준히 투자를 해왔습니다. 특히 2020년 이후 비대면 소비 증가와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패션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자, 이 흐름에 발맞춰 신발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품질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입니다. 겉보기엔 단순한 제품군 확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제조 기반 확대를 통한 수익 구조의 다각화’라는 명확한 경영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이제 파크랜드는 OEM과 ODM 방식으로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의 신발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워킹화, 기능성 운동화, 슬립온, 구두 등 다양한 라인을 소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었습니다. 기존 정장 브랜드로서의 노하우를 살려 구두류에서는 착화감과 디자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운동화나 캐주얼화 부문에서는 내구성과 트렌디한 감각까지 갖춘 제품군으로 고객층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자체 신발 연구개발(R&D) 인력을 충원하고, 생산 자동화 설비에도 과감히 투자하면서 기술 기반의 제조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OEM 사업에서의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의 계약을 통해 미국과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한 수출 물량도 크게 늘었으며, 국내 유명 이커머스 플랫폼의 자체 브랜드 신발 생산도 맡으면서 B2B 영역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신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파크랜드가 이제는 의류보다는 신발에서 더 주목해야 할 기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회사 내부의 확고한 위기의식과 전환에 대한 결단이 있었습니다. 정장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직장 내 복장 자율화가 일반화되면서 기존의 주력 사업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남성복 시장은 큰 폭으로 축소되었고, 파크랜드 역시 매출의 감소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이때 위기를 기회로 삼고, 제조업의 뿌리를 다시 다지자는 판단 아래 신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운 것입니다. 쉽게 말해 ‘판매’에서 ‘생산’ 중심으로 사업 축을 전환한 셈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파크랜드는 현재 국내 신발 공장에서만 수백 명의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ESG 경영 측면에서도 환경 친화적인 소재를 활용한 제품 라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폐신발 재활용 프로젝트 등 지속가능한 제조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업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까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사 브랜드 신발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으며, 정장 브랜드의 특성을 살려 수트와 함께 신을 수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40~60대 남성뿐 아니라 30대 고객층까지 공략하기 위해 디자인에 차별화를 주고, 편안한 착용감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매장에서만 구매 가능하던 기존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스토어, 무신사 스토어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로 판로를 확장하면서 브랜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파크랜드의 이 같은 변신은 한국 제조업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산 인프라와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영역에 진입하고, 시장의 수요에 맞춰 발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는 유연성이 빛을 발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단기적인 유행에 편승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조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이 지금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앞으로 파크랜드가 신발 제조 분야에서 어떤 브랜드들과 협력할지, 어떤 기술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가 큽니다. 기존 고객층은 물론이고, 품질 좋은 신발을 찾는 새로운 소비자들에게도 점차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장 브랜드에서 출발한 파크랜드가 이제는 ‘대한민국 신발 산업의 조용한 강자’로 우뚝 서고 있다는 점, 꼭 기억해둘 만한 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