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룰 미국 주식은 오픈도어 테크놀로지(Opendoor Technologies Inc, 종목코드 $OPEN)입니다.
2025년 7월 22일 월요일, 오픈도어 테크놀로지 주가가 하루 동안 120% 가까이 치솟았다가 급락했고, 다시 거래가 재개되며 약 43% 상승한 상태로 마감했습니다. 마치 2021년의 게임스탑(GME) 사태를 떠올리게 했고, 월가뿐 아니라 전 세계 개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죠.
무엇보다도 이날 오픈도어는 나스닥 전체 거래량의 16%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생소한 기업일 수도 있는 오픈도어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걸까요?
먼저 기업 소개를 빠르게 해보자면, 오픈도어 테크놀로지는 미국 애리조나에 본사를 둔 부동산 기술 기업입니다. ‘iBuying’이라는 모델을 처음 도입한 대표적인 회사인데요, 간단히 말해 기존의 복잡한 집 매매 절차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간편하게 만든 서비스입니다.
주택을 팔고자 하는 사람이 앱을 통해 오픈도어에 집을 등록하면, 오픈도어는 해당 집을 현금으로 즉시 구매하고, 리모델링 후 시장에 다시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2020~2021년 저금리 부동산 호황기에는 이 모델이 부동산 산업을 뒤흔들 것처럼 보였지만,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고, 오픈도어 주가는 40달러에 육박하던 고점에서 최근까지 1달러 아래로 떨어졌었죠. 2025년 7월에 급등을 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실 오픈도어 테크놀로지 주식의 이번 급등은 한 사람의 게시글에서 시작됐습니다. 캐나다 헤지펀드인 EMJ 캐피털의 창립자 에릭 잭슨이 트위터(현 X)에 오픈도어가 “100배 상승할 수 있는 주식”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불이 붙었죠.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AI 기반 주식 분석 시스템에서 오픈도어라는 종목을 발견했고, 과거 카르바나(Carvana)가 4달러에서 300달러 넘게 오른 사례처럼 오픈도어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발언이 퍼지자,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섰습니다. 주가는 순식간에 두 배 넘게 뛰었고, 거래 중단(서킷브레이커)이 발동되었다가 다시 재개되는 등 하루 종일 요동쳤습니다. 투자 플랫폼 무무(Moomoo)에 따르면, 이날 거래량은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의 두 배가 넘었는데요,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매수세도 상당했음을 시사합니다.
오픈도어 테크놀로지는 주가 급등 직전까지 약 19~24%의 공매도 비중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유통 주식 중 5분의 1 가까이가 주가 하락에 베팅한 상태였다는 의미입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파는 전략인데, 만약 주가가 급등하게 되면 이들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여야 합니다. 이때 매수세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가가 더 오르는 현상이 바로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입니다. 게임스탑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오픈도어의 급등에도 이 같은 구조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에릭 잭슨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는 캐나다의 기술 중심 헤지펀드 EMJ 캐피털을 운영하며, AI와 머신러닝 기반의 주식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 대상을 발굴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최근 “오픈도어가 몇 년 안에 12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고, 2021년처럼 시장이 다시 한 번 5배의 매출액 대비 기업 가치 멀티플(EV/Revenue multiple)을 부여한다면 주가가 82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오픈도어 주가는 0.82달러 수준이었으니, 단순 계산으로도 100배 상승 여력이 있다는 말이었죠.
물론 이는 가정이 많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많지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꿈 같은 수익’을 상상하게 만드는 발언이었습니다.
물론 에릭 잭슨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첫째, 오픈도어 테크놀로지가 손실을 멈추고 실제 수익을 내야 합니다. 현재까지는 매 분기 적자를 보고 있지만, 마진 구조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빠르면 조만간 흑자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죠.
둘째, 미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iBuying 모델은 거래량이 많고 주택 가격이 일정하게 움직일 때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높은 금리 탓에 주택 매물이 크게 줄었고, 매수자 역시 줄어들면서 비즈니스 자체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셋째, 시장 분위기가 다시 한 번 ‘고성장 기술주’에 관대한 시기가 되어야 합니다. 2021년처럼 매출 배수 5배, 10배를 인정받는 환경이 다시 올지는 아직 불확실하죠.
한편 오픈도어 테크놀로지는 7월 28일, 주식 병합(reverse stock split) 여부에 대한 주주 투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주식 병합은 여러 주식을 한 주로 합치는 방식인데요, 이를 통해 단위 주당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여 나스닥 상장 기준을 유지하려는 목적입니다.
예를 들어 1달러 미만 주가가 계속되면 나스닥에서 퇴출될 수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20 대 1 병합’을 하면 20개의 0.50달러짜리 주식이 1개의 10달러짜리 주식으로 바뀌는 식입니다. 회사의 가치는 그대로지만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격은 상승하죠.
보통 동전주들이 주식 병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게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고, 오히려 회사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가릴 수도 있다는 점이 있긴 합니다.
최근에 여러모로 코로나 시기의 주식 시장 느낌이 나고 있었는데 오픈도어 테크놀로지가 여기에 또 불을 붙이는 느낌인데요,
OPEN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500% 급등했습니다. 단 30일 만이죠.
다만 여전히 고점 대비 90% 이상 떨어진 상태이긴 합니다. 그만큼 공매도 폭격을 받아왔던 종목인데요. 오픈도어 테크놀로지는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고,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고금리 상황에서 큰 제약을 받습니다. 주택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매입과 매도 사이에서 수익을 내기란 매우 어렵죠.
게다가 최근에는 가격 책정 기술과 관련된 집단소송에서 3,900만 달러를 합의금으로 지불하기로 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즉, 이번 급등은 기업의 근본적인 변화라기보다는 구조적 이슈와 심리적 기대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래도 지금처럼 주가 급등락을 보이면서 한동안 시장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연 이 반등이 실질적인 회복의 시작이 될지는 2025년 8월 5일 예정된 2분기 실적 발표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만약 회사가 실제로 흑자를 기록한다면, 주가는 지금보다 폭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지금의 상승도 거품처럼 꺼질 가능성이 있죠.
하나 확실한 건, 이번 사례는 지금의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점입니다. 모두 지혜롭게 투자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