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과 지정학 리스크가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K-뷰티 산업을 이끄는 한국콜마가 미국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미국 제2공장의 본격 가동입니다. 이번 소식은 단순히 생산거점을 하나 더 확보했다는 수준을 넘어, 세계 시장 공략에 있어 중요한 전략 포인트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제2공장은 멕시코 국경 인근에 위치해 관세 장벽을 피해갈 수 있는 이점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화장품 산업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콜마는 2018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미국 제1공장을 설립하며 북미 시장 공략의 기반을 다졌고, 이어 2022년 뉴멕시코주 하바나 인근에 제2공장을 착공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7월, 마침내 이 두 번째 미국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이 공장은 단순히 생산시설만 갖춘 것이 아니라, 북미 시장의 빠른 제품 출시를 지원하는 R\&D 기능과 고객 대응 시스템도 함께 구축되어 있어 ‘미국 내 풀패키지 원스톱 서비스’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공장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인근에 위치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지역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구 NAFTA)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간주되어 고율의 수입관세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할 때 발생하는 각종 무역장벽이나 수입세를 피해갈 수 있는 ‘관세 안전지대’라는 뜻입니다. 화장품 산업처럼 포장부터 물류까지 전체 공급망이 복잡하고 비용 민감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이러한 요소가 원가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미국 소비자들의 K-뷰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현지 생산은 공급 리드타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미국 내 브랜드들과의 협업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미국 로컬 브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들도 최근에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현지 생산·현지 소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한국콜마는 더 많은 OEM·ODM 수주 기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제2공장의 가동에 따라 기존 미국 고객사의 물량 증대는 물론, 신규 고객사 유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콜마는 그동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현지화’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습니다. 중국에서는 우시공장을 통해 중화권 시장을 대응해 왔고, 이번 미국 제2공장은 북미 전체를 커버하는 핵심 허브로 자리 잡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제2공장의 가동이 단순히 북미 시장 대응에 그치지 않고, 향후 중남미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멕시코 국경 인근이라는 지리적 강점은 향후 남미 시장으로의 확장을 고려할 때도 전략적으로 매우 유리합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K-뷰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남미 주요국들은 관세 장벽이 높고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미국 내 생산 및 수출 거점을 갖추는 것이 실질적인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됩니다.
생산능력 측면에서도 이번 제2공장은 의미가 큽니다. 연간 1억 개 이상의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되어, 한국콜마 전체 글로벌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기초화장품과 색조 제품을 동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비가 구성되어 있어, 북미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다양한 제품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신 설비를 도입한 자동화 생산라인은 품질 일관성과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콜마의 전략적 확장은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글로벌 뷰티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해석됩니다. 그동안 글로벌 뷰티시장은 유럽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주도해왔고, 아시아 기업들은 대부분 OEM 생산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콜마는 기술력, 품질,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K-뷰티 ODM의 위상을 높였고, 이제는 세계 유수 브랜드들의 제품 개발과 생산까지 담당하는 ‘글로벌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제2공장은 ESG 경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지 고용 창출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며, 친환경 생산설비와 탄소배출 저감 설계가 반영되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ESG 관련 법률과 소비자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생산기지의 ESG 대응 능력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가동을 계기로 한국콜마는 미국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게 될 전망입니다. K-뷰티 시장은 이미 글로벌 소비자들 사이에서 ‘혁신’과 ‘품질’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한국 브랜드뿐 아니라 한국 ODM 기업의 위상도 그에 걸맞게 격상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한국콜마는 이제 ‘Made in USA, Designed by Korea’라는 새로운 브랜드 포지셔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친숙함과 신뢰를, 글로벌 파트너사들에게는 혁신과 속도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콜마의 미국 제2공장 가동은 단순한 해외공장 확대가 아닌, 북미·중남미 시장 공략, 글로벌 공급망 재편, ESG 전략 강화 등 여러 측면에서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특히 관세 안전지대라는 입지적 이점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