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리가격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구리 관련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기업이 바로 풍산입니다. 풍산은 국내 최대의 구리 가공 전문 업체이자, 동시에 국방부 주요 공급처로서 탄약을 제조하는 방산기업입니다. 민간용 산업소재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군수품을 동시에 생산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풍산의 전체 매출을 보면, 약 65~70%는 구리 가공 등 민수 부문에서 나오고, 나머지 약 30~35%는 방산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리 가공 부문은 전기전자, 통신, 자동차, 반도체,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필요한 황동봉, 동판, 동선 등 비철금속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예를 들어 황동봉의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 동판도 7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높은 점유율은 국내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부품소재 분야에서 풍산의 존재감을 더욱 크게 만들어 줍니다.


구리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원자재로서 국제 시세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합니다. 풍산은 이 구리를 가공하여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가공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1년간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가격은 톤당 7,500달러 수준에서 9,800달러까지 상승한 바 있으며, 구리가격이 상승할 경우 풍산의 영업이익률도 동반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구리가격이 상승한 2021년과 2022년, 풍산은 영업이익이 각각 3,500억 원, 2,800억 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냈습니다.


하지만 풍산의 진짜 경쟁력은 방산 부문에 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풍산은 육군, 해군, 공군 등 대한민국 전군에 탄약을 납품하는 업체로, 소총탄, 기관총탄, 박격포탄, 포탄 등 다양한 탄종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탄약들은 국내 군수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중동, 동유럽 등 해외 시장에도 수출되고 있으며, 최근 지정학적 갈등과 국방비 확대 흐름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3년 기준 풍산의 방산 부문 매출은 약 1조 원에 달하며, 이는 3년 전보다 약 60% 가까이 성장한 수치입니다. 특히 동유럽, 중동 지역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출 비중도 4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군수 수요가 늘어나면서 방산 매출의 안정성과 성장성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습니다. 방산 부문은 구리 가격과 무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실적의 변동성을 완충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처럼 풍산은 경기에 민감한 구리 가공 산업과 비교적 안정적인 방산 산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어, 두 산업의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 둔화로 인해 구리 수요가 줄어든 해에도 방산 부문에서 수출이 확대되며 실적 방어에 성공한 사례가 있으며, 이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ESG 측면에서도 풍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구리는 친환경 인프라의 핵심 소재로, 전기차, 태양광, 풍력발전, 배터리 등 다양한 친환경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친환경 전환을 위해 구리 수요가 약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풍산 역시 이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관련 부품용 구리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고효율·고순도 구리 제품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풍산은 배당 정책에서도 투자자 친화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연간 배당금은 주당 1,000원을 기록했으며, 배당수익률은 약 3% 중반대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연속 배당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익잉여금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병행하고 있어 주주환원 정책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째, 원자재 가격의 급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구리가격이 급락할 경우 민수 부문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습니다. 둘째, 방산 부문은 단일 계약 규모가 크고 수출 계약의 불확실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분기 실적이 다소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산 수출은 국제 정치 상황에 따라 허가나 제한이 가해질 수 있는 민감한 영역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구리 수요 확대, 방산 수출 증가, ESG 친화 사업 구조, 안정적인 배당 등 여러 긍정적인 요인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친환경 시대를 맞아 구리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조명되고 있으며, 탄약 수요 역시 국제 정세의 불안정 속에서 쉽게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로벌 소재 기업이자 방산 수출 기업으로서 풍산의 입지는 앞으로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실물 자산과 국방 수요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갖춘 풍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기업으로서 꾸준히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