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난 몇 년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고정형 거실 TV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의 다양한 생활 공간 속으로 진입하기 위한 전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제품이 바로 스탠바이미 시리즈이며, 그 중에서도 최근 출시된 LG 스탠바이미2는 LG전자의 변화된 전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스탠바이미2는 기존의 TV와는 확연히 다른 이동형 스크린입니다.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최대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으며, 무게 중심을 안정적으로 설계한 5륜 바퀴를 통해 침실, 주방, 서재 등 집안 어디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 하나의 기능 개선이 아니라,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춘 새로운 카테고리 제안이라는 점에서 LG전자의 전략적 의도가 엿보입니다.
실제로 LG전자는 스탠바이미 시리즈를 통해 기존 TV 매출 의존도를 줄이고, 소형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LG 스탠바이미 시리즈는 2021년 1세대 출시 이후 누적 판매 30만 대를 돌파했으며, 2세대인 스탠바이미2는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해 출시 6개월 만에 국내외 합산 약 5만 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당 출고가가 약 110만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일 모델로만 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셈입니다. 특히 미국, 일본, 독일 등 1인 가구 및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높은 국가에서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LG전자는 이 제품을 앞세워 소형 디스플레이 부문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스탠바이미2를 단순히 하드웨어로만 접근하고 있지 않습니다. webOS 기반 운영체제를 탑재해 OTT 서비스, 미디어 공유, 웹브라우징 등 스마트TV 기능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콘텐츠 소비 시간을 늘리고 자체 생태계 내 콘텐츠 소비 경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webOS 플랫폼 기반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약 2억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스탠바이미2와 같은 기기를 통해 이 수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광고, 콘텐츠 구독, 데이터 분석 등의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LG전자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자체 콘텐츠 허브를 webOS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향후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나 유료 구독 모델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수익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webOS를 탑재한 LG 스마트TV와 디스플레이 제품의 연간 출하량은 약 2천만 대 이상이며, 여기에 스탠바이미 시리즈가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LG전자는 이 제품을 통해 스마트홈 연동 생태계 강화도 노리고 있습니다. LG 씽큐 앱을 통해 스탠바이미2와 가전제품을 연동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음성 비서, IoT 디바이스 허브, 헬스케어 콘텐츠와의 통합 등으로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LG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생활 속 기술' 전략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대표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은 재무적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LG전자의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는 2024년 기준 연간 매출 약 15조 원, 영업이익 약 1조 3천억 원 수준을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스탠바이미와 같은 프리미엄 및 신규 카테고리 제품의 확대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TV의 평균 판매 단가(ASP)가 상승하는 데에도 스탠바이미 시리즈의 기여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스탠바이미2의 성공을 단정짓기에는 아직 이른 측면도 존재합니다. 글로벌 공급망, 가격 경쟁력, 콘텐츠 로컬라이징 등 과제가 남아 있으며, 소비자에게 '세컨드 TV' 또는 '개인형 디스플레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설득하는 데 지속적인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애플, 삼성전자 등도 유사한 제품군을 준비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탠바이미2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사용자 경험과 공간 중심으로 진화하고자 하는 LG전자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입니다. 이는 향후 디스플레이 산업이 '기술력' 그 자체보다, '사용자 맥락과 환경에 얼마나 밀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갈릴 것이라는 LG전자의 전략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앞으로 LG전자가 스탠바이미 라인업을 통해 어떤 후속 모델을 선보이고, 이를 어떤 콘텐츠 및 서비스와 연동시켜 나갈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단기적인 매출 확대를 위한 수단이 아닌, 장기적인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LG전자의 실험이자 선언입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LG전자의 움직임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