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더현대백화점 지하 1층에서 진행 중인 돈키호테 팝업스토어가 연일 화제를 모으며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할인 잡화 브랜드인 돈키호테가 국내 대형 편의점 체인인 GS25와 손잡고 국내 첫 팝업스토어를 연 이번 사례는 단순한 일회성 프로모션을 넘어, 글로벌 리테일 브랜드의 로컬 진출 실험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오픈 당일 오전 8시부터 인파가 몰려들어 대기 줄이 1,200명을 넘어서면서 오후 입장은 조기 마감되었고, 일부 인기 상품은 2시간 만에 품절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일본 여행객들 사이에서 ‘쇼핑 명소’로 각인된 돈키호테가 오랜만에 서울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낸 만큼, 현지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컸고, SNS 바이럴을 통한 자발적 홍보가 엄청난 효과를 불러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매장이 아니라, 체험 중심의 브랜딩 이벤트로 설계되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복잡하고 다채로운 진열 방식, 익숙한 일본식 간판과 문구, 직원들의 유니폼과 진열 소품까지 돈키호테의 현지 매장 분위기를 최대한 재현해 ‘일본 그 자체’의 이미지를 살렸습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쇼핑이 아니라 일본을 여행하는 듯한 체험을 하며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브랜드 충성도가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GS25가 확보한 유통 인프라와 결합되면서, 물류·결제·운영 등에서도 큰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이 협업이 향후 정식 매장 진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파일럿 테스트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GS25 측은 행사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며 정식 런칭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팝업이 아니라, 글로벌 유통 기업의 한국 시장 진입 방식의 변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돈키호테 팝업스토어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가격 경쟁력입니다. 일본 현지 가격과 거의 차이 없는 수준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이 많아, 환율 상승과 배송비를 고려해야 하는 직구보다 훨씬 효율적인 구매 수단이 되었습니다. 특히 돈키호테의 PB 브랜드인 ‘조네츠 가카쿠(열정 가격)’ 시리즈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일본 여행을 다녀온 고객들에게는 익숙하고 신뢰도 있는 상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간장계란밥 양념장, 곤약젤리, 말차 스낵, 쫀득쿠키 등은 오픈 직후 바로 품절되며 해당 제품군의 브랜드 파워를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한편, 이번 팝업스토어의 성공은 국내 유사 유통 브랜드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경쟁 브랜드인 ‘다이소’는 오랜 기간 동안 ‘균일가 생활잡화 전문점’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국내 저가 리테일 시장을 선도해왔습니다. 전국 1,300여 개 이상의 매장을 기반으로 탄탄한 물류망과 높은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PB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고객 충성도를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이미지가 정체되어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으며,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굿즈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돈키호테가 일본의 유쾌하고 독특한 캐릭터, 유머 감성, 식품과 비식품을 넘나드는 큐레이션 역량을 앞세워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국내 유통업계는 기존 균일가 매장이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 중심 쇼핑의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유통 기업인 ‘미니소(MINISO)’도 일본풍 콘셉트를 내세우며 아시아 시장 전반에서 세를 넓혀가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브랜딩에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돈키호테는 일본 현지에서의 오랜 운영 경험, 독창적인 진열 방식, 식음료와 생활용품을 넘나드는 상품 전략 등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보이고 있으며,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입증한 셈입니다. 여기에 GS25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편의점 채널과 연결된 새로운 유통 접점을 만들어냄으로써, 향후 O2O 기반의 상품 라인업 확장이나 정기배송, QR 기반의 예약 구매 시스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례는 글로벌 리테일 브랜드가 로컬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됩니다. 팝업스토어는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피드백 받을 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 확보와 시장성 테스트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효한 수단입니다. 동시에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단기형 리테일 마케팅이 단순한 홍보를 넘어 실제 매출과 충성도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또한 이번 사례를 통해 유통 채널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팝업스토어가 점차 하나의 옴니채널로 융합되는 흐름 속에서, 소비자는 브랜드보다 ‘경험’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이번 돈키호테 팝업스토어는 바로 그 트렌드를 정조준한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향후 GS리테일이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정식 매장 유치에 나설 경우, 국내 유통 시장 내 일본 브랜드의 영향력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다이소, 이마트24, 롯데마트 같은 기존 로컬 플레이어들에게는 브랜드 차별화와 감성적 마케팅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리테일 브랜드를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동시에, 가격·서비스·경험 측면에서 더 많은 선택권을 확보하게 되는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됩니다. 돈키호테 팝업스토어의 성공은 단지 인기 있는 일본 브랜드의 국내 등장이라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유통 시장의 패러다임이 ‘상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