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신당 창당을 전격 선언하자, 테슬라 주가가 하루 만에 8% 넘게 급락하며 무려 93조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습니다. 한 개인의 정치적 선언 하나가 이렇게까지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은, 그가 단순한 CEO를 넘어 미국 사회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인지 다시금 상기시키게 만듭니다. 문제는 단순한 정치 선언에 그치지 않고, 테슬라를 비롯한 주주들에게도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머스크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전후로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이라는 이름의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기존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국민의 진짜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자신이야말로 실리콘밸리 정신과 첨단 기술, 자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치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테슬라라는 기업의 CEO로서의 위치와 정치적 행보가 불가분하게 얽혀 있다는 점입니다.


머스크가 트위터, 우주, AI, 전기차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번 정치 선언은 단순한 ‘개인의 자유’의 차원을 넘어, 투자자 입장에서 ‘오너 리스크’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존재합니다. 특히 이번 발표 이후 테슬라 주식은 하루 만에 8.4% 급락하며, 약 680억 달러, 한화로 약 93조 원이 사라졌습니다. 이 정도 급락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라, 시장이 그만큼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미국 투자업계에서는 ‘머스크 리스크’라는 말까지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간에도 머스크는 트위터(현 X)에서의 무분별한 발언, 정치적 편향, 특정 종교 및 이념에 대한 공개적 지지 등으로 기업 이미지에 여러 차례 타격을 줬습니다. 테슬라 주식은 전통적으로 머스크의 한마디에 따라 출렁이는 변동성이 매우 큰 종목으로 평가되어 왔는데, 이번 신당 창당 선언은 그 정점을 찍은 셈입니다. 실제로 머스크는 과거에도 트위터 상에서 “테슬라 상장폐지를 고려 중”이라는 말 한마디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았던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 정치 선언 역시 SEC가 주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테슬라는 판매 부진과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해 전기차 시장 내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2024년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며,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BYD와 같은 경쟁사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가격 인하 전략을 통해 판매량을 방어하고 있지만, 그 결과 수익성과 마진율이 크게 줄어들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AI와 로봇택시 등 미래 성장 동력도 명확한 상용화 시점을 제시하지 못해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기차 브랜드 중 하나이며, 막대한 충성도와 브랜드 파워를 갖추고 있습니다. 북미 시장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우위를 기반으로 여전히 우세한 입지를 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로보택시 발표를 예고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은 CEO가 경영에 몰입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머스크가 정치에 깊이 관여하게 될 경우, 테슬라가 가진 잠재력이 현실화되기보다 리더십 리스크에 발목 잡힐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치 행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머스크는 이미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주요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과의 접촉도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와의 정책 갈등이 심화되면서, 자신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거나 정치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기업 경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주주들에게 불확실성과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단지 이미지 훼손이 아닙니다. 머스크가 정치적 이슈에 몰두하면 할수록, 테슬라라는 기업의 경영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일례로 최근 몇 년간 그가 트위터 인수 이후 해당 플랫폼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테슬라의 핵심 제품 개발이나 수익 구조 개선에 다소 소홀해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몇 분기 연속으로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주가도 한때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한 상태입니다.


또한, 이번 사안은 다른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나 ESG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친환경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테슬라에 대한 투자 비중을 조절하거나, ESG 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일부 유럽계 투자펀드는 이미 머스크의 반사회적 발언들을 이유로 테슬라에 대한 투자 철회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단기적 이슈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머스크가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는 것은 향후 최소 몇 개월에서 몇 년에 걸쳐 정치권과 계속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이로 인해 테슬라 CEO로서의 중립성과 일관성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로 인해 테슬라가 단순한 ‘자동차 기업’이 아닌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물의 사유 기업’처럼 인식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신뢰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머스크가 신당 창당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적 행동을 이어갈지 명확하지 않지만, 시장은 그의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정치를, 기업가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금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가치란 단순히 실적이나 매출이 아니라, 그것을 이끄는 리더의 방향성과 책임감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머스크의 이번 행보는 테슬라에게 ‘가장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향후 테슬라의 주가는 머스크의 정치 행보에 따라 더욱 요동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제 ‘제품과 기술’만이 아닌 ‘CEO의 정치 성향과 말’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신당 창당이라는 새로운 변수는 단순한 정치 뉴스가 아닌, 글로벌 자산시장에 직격탄을 날리는 경제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주가 93조 원 증발은 단지 시작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