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땅을 가진 자가 AI 인프라를 지배한다”

2025년 7월 7일, AI 전용 클라우드 인프라 회사인 코어위브(CoreWeave)가 미국 최대 비트코인 채굴 업체 중 하나인 코어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을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인수 금액은 약 90억 달러, 전액 주식으로 진행되는 거래입니다.

AI 인프라 회사들이 전통적인 암호화폐 채굴 회사를 사들이며 ‘전력’과 ‘데이터 센터’ 인프라를 손에 넣는 흐름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슈 빠르게 훑어보겠습니다.


먼저 코어위브는 원래 2017년에는 암호화폐 채굴로 시작한 소규모 회사였는데, 이후 빠르게 방향을 바꿔 지금은 AI·머신러닝·고성능 컴퓨팅(HPC)에 특화된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아마존 웹서비스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처럼 종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코어위브는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대여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 GPU들은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수적인 자원이죠. 주요 고객은 오픈AI(OpenAI),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분야에서 손꼽히는 기업들입니다.

간단히 말해, 코어위브는 AI의 뒷단에서 연산 능력을 공급하는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2025년 1분기 매출만 해도 9억 8천만 달러를 넘겼고, 전년 대비 400% 넘게 성장했죠. 여기에 이미 계약된 매출만 약 259억 달러에 달해 앞으로 몇 년간은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돼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코어사이언티픽은 겉보기엔 전통적인 비트코인 채굴 업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꽤 오래 전부터 방향을 바꿔왔습니다.

2019년부터 AI와 고성능 컴퓨팅을 위한 데이터 센터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었고, 단순 채굴이 아닌 다른 기업의 고성능 서버를 호스팅하는 형태로 사업을 다변화해왔죠.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번에 회사를 인수한 코어위브와 이미 12년짜리 장기 계약을 맺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코어위브의 고성능 GPU 장비들을 코어사이언티픽의 데이터 센터에서 운영 중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인수는 기존 파트너십을 완전히 내재화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회사가 가진 전력 인프라가 매우 중요합니다. 코어사이언티픽은 1.3GW(기가와트) 이상의 전력 용량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AI 모델을 운영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전력 자산’이죠.


한편 이번 인수는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코어사이언티픽의 주식 한 주당 코어위브 주식 0.1235주를 받게 되는 구조인데요, 현재 코어위브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코어사이언티픽 주당 약 20달러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인수 소문이 돌기 전인 6월 말 주가(12.30달러) 대비 약 66%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죠.

사실 코어위브는 작년에도 코어사이언티픽 인수를 시도했었는데요. 그때는 10억 달러, 주당 5.75달러 제안이었는데 거절됐죠. 1년 만에 제안 금액이 거의 9배로 늘었다는 점은, AI 인프라의 가치가 그만큼 폭발적으로 올라갔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발표 당일, 코어사이언티픽 주가는 17% 이상 급락했습니다. 이상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이건 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전액 주식 거래’가 발표되면 차익거래(Arbitrage) 트레이더들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주가의 단기적인 움직임보다, 딜이 성사됐을 때 최종 받을 가치와 현재 가격의 차이에 베팅하는 흐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편 코어위브 주가도 3~5% 정도 하락했는데요. 인수로 인한 단기적인 희석 우려 때문으로 보입니다. 인수 대가가 주식이기 때문에,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새로 발행되는 주식만큼 가치가 나뉘는 구조가 되거든요.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인수로 코어위브는 약 100억 달러 규모의 임대 계약을 없애고 데이터 센터를 직접 보유하게 됩니다. 집을 임대하던 사람이 소유권을 가지게 되면, 장기적으로 훨씬 효율적이고 자유로워지겠죠.


이번 인수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AI 기업들이 ‘전력’과 ‘인프라’를 찾아 채굴 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고성능 컴퓨팅 업계(HPC)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연산 능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력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업계는 이미 전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센터를 전국에 구축해놓았기 때문에, AI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인수 타깃이 되는 셈이죠.

업계 관련자 중에서는 “앞으로 10년간 HPC의 핵심은 ‘전력을 쫓는’ 구조가 될 것"이라면서 "비트코인 채굴 회사들은 AI 산업에 흡수되거나 합병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코어사이언티픽은 이미 AI를 위한 인프라 사업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인수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다음은 Hut 8, Riot, Marathon 같은 다른 채굴 업체가 될지도 모르죠.


정리하자면, AI 인프라 기업이 채굴 회사를 사들여 데이터 센터를 확보하고, 전력 자산을 통제하며,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구조를 완성한다는 큰 흐름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코어위브 입장에서는 기존에 임대하던 시설을 직접 소유하게 되면서 10억 달러 이상의 장기 비용을 아끼게 되고, 앞으로 AI 수요가 늘어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비트코인 채굴과 AI 인프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는 누가 더 많은 GPU를 갖고 있느냐보다, 누가 더 안정적인 전력과 인프라를 통제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지도 모르겠는데요. 큰 흐름에서 봤을 때 앞으로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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