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렌(IREN Limited)이라는 기업을 다뤄보겠습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호주 기반의 기업인데요. 원래는 100%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 채굴 회사로 출발했지만,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까지 확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즉, 채굴 업체를 넘어,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회사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셈이죠.

제가 개인적으로 팔로업하고 있는 APLD라는 기업하고 컨셉과 차트 모양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어찌 됐든,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아이렌은 세 가지 큰 발표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먼저, IREN은 자체 목표였던 50 EH/s(엑사해시 퍼 세컨드) 채굴 성능 달성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건 쉽게 말해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양과 직결되는 지표입니다. 성능이 높아질수록 비트코인을 얻을 확률이 올라가고, 수익도 커지는 구조죠. 계획보다 빠르게 이 수치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IREN의 운영 능력이 꽤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IREN은 “이제 채굴 확장은 잠시 멈추고, AI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 전환을 선언했죠. 실제로 7월 초에는 무려 1억 3천만 달러를 들여 NVIDIA의 최신 GPU인 Blackwell 시리즈 2,400대를 구매했다고 밝혔습니다. AI 인프라 시장에서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선언으로 보입니다.

이런 대형 투자를 가능하게 만든 자금 조달도 있었습니다. IREN은 최근 5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onvertible Notes)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는데요. 전환사채는 처음엔 채권처럼 돈을 빌리되, 나중엔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당장은 이자율이 낮아서 유리하지만, 주가가 낮게 유지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희석(지분 가치 하락) 위험이 생길 수도 있죠.

그런데 이런 대형 뉴스들을 잇달아 발표한 것이, 사실은 모두 하나의 핵심 전략을 향하고 있습니다. 즉, "클린에너지 기반 하드웨어 인프라 회사"로 자리매김하며, 비트코인과 인공지능 두 시장 모두에 깊숙이 진입하려는 이중 성장 구조를 완성하려는 중인 거죠. 이슈들을 빠르게 훑어보겠습니다.


먼저 6월 30일, IREN은 자사의 비트코인 채굴 능력이 50 EH/s에 도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H/s(엑사해시 퍼 세컨드)는 채굴 성능을 의미하는 단위인데요, 숫자가 클수록 더 많은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불과 2년 반 전인 2022년 말에는 1 EH/s도 되지 않았던 회사가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채굴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은 Childress라는 텍사스 소재 데이터센터 덕분입니다. 이 부지는 현재 650MW의 전력을 사용 중이며, IREN의 전체 해시레이트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IREN은 해당 부지에 2025년 말까지 Horizon 1이라는 50MW 규모의 액체 냉각 방식 AI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 말은 곧, 기존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AI 서버 전용으로 전환하거나 병행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죠.

운영 효율성도 주목할 만합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IREN의 비트코인 채굴 원가는 약 41,000달러 수준입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100,000달러대임을 감안하면, 다른 고비용 채굴 업체들이 탈락하는 상황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셈이죠.

게다가 IREN은 채굴한 비트코인을 즉시 시장에 매도하는 전략을 씁니다. 이렇게 하면 자산가치 하락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투명하고 실제 현금 흐름 중심의 경영이 가능합니다.


7월 3일, IREN은 또 하나의 굵직한 뉴스를 발표합니다. 1억 3천만 달러를 들여 NVIDIA의 최신 Blackwell B200, B300 GPU 총 2,400대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었죠.

이 칩들은 OpenAI나 Google DeepMind 같은 회사들이 사용하는 초고성능 인공지능 훈련용 서버 칩입니다. 특히 Blackwell 시리즈는 2025년 상반기에 출시된 최신 세대의 GPU로, 공급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이기 때문에 조기 확보 자체가 경쟁력으로 작용하죠.

IREN은 이 칩들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에 위치한 Prince George 캠퍼스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이 캠퍼스는 현재 50MW의 전력 용량을 보유하고 있고, 최대 20,000개 이상의 Blackwell GPU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총 약 4,300개의 NVIDIA GPU를 확보했으며, 앞으로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이나 클라우드 기업, 하이퍼스케일러들과의 협업을 통해 서버 임대, 클라우드 서비스, 턴키 AI 인프라 제공 사업으로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발표는 단계적 AI 인프라 확장 계획의 서막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GPU를 사고 데이터센터를 짓고 하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하겠죠. IREN은 여기에 대해 상당히 정교한 자금 전략을 펼쳤습니다.

지난 6월 13일, IREN은 3.5% 이자율의 전환사채(Convertible Notes) 5억 5천만 달러어치를 발행합니다. 원래 계획은 4.5억 달러였는데, 투자자 수요가 너무 많아 5억으로 증액했고, 추가 옵션(그린슈)을 통해 최종 5.5억까지 확대됐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환가 프리미엄이 30%라는 점. 즉,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기 전까지는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기에 기존 주주에게 단기 희석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둘째, Capped Call 전략을 병행했는데요. 이건 복잡한 파생상품이지만 쉽게 말해, 주가가 일정 범위($20.98)까지 오를 때까지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막아주는 일종의 방어막이라고 보면 됩니다.

셋째는 Prepaid Forward 거래 체결인데, 약 9,250만 달러어치 자사주를 장기적으로 사들이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구조는 전환사채 투자자가 시장에서 공매도(hedge) 전략을 펼치더라도, 단기 주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입니다.

즉, 이번 자금 조달은 기업가치 훼손 없이 장기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정교한 자본 구조 설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IREN은 7월 1일자로 Chief Capital Officer(자본 전략 최고책임자)라는 새로운 직책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앤서니 루이스(Anthony Lewis)를 선임했습니다. 22년간 맥쿼리 그룹(Macquarie Group)에서 글로벌 자금 조달, 유동성 관리, 자본 구조 전략을 총괄했던 인물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연결 고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실전형 전문가죠.

앞으로 아이렌 CCO는 향후 기업의 자금 조달과 투자자 대응을 총괄하게 됩니다. 대규모 투자를 앞둔 회사가 금융 전략을 전담할 임원을 세웠다는 건, 그만큼 자본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노리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가 합류한 건 IREN이 지금부터 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대규모 장기 투자를 앞두고 있고, 그 과정에서 자본시장과의 정밀한 커뮤니케이션, 장기 전략 수립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적 면에서도 최근 아이렌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5 회계연도 3분기(3월 말 기준)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1억 4,800만 달러, 전 분기 대비 약 24% 증가했습니다.

세후 순이익은 28% 늘었고, 조정 EBITDA(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는 8,3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쯤 되면 단순 채굴 스타트업이 아니라, 제법 규모 있는 디지털 인프라 기업이라고 볼 수 있겠죠.

여전히 대부분의 매출은 비트코인 채굴(1억 4,100만 달러)에서 나오고 있지만, AI 클라우드 사업도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예를 들어, 5월 한 달 동안만 AI 부문 매출이 220만 달러에 달했는데요. 한 달 만에 이 정도라면 연간 수치는 꽤 기대해볼 만합니다.

게다가 AI 서버 장비에서의 하드웨어 이익률은 무려 97%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전기료나 유지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매출이 수익으로 남는다는 뜻이죠. 클라우드 업계에서는 드문 수치입니다.

채굴 실적도 여전히 탄탄합니다. 5월 한 달 동안 총 627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했으며, 채굴 수익률(마진)은 약 74%였습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IREN의 주가는 50% 이상 상승했고, 최근 2개월 동안은 거의 매주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지금 당장은 기술적으로 매수 타이밍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2022년 말에 바닥을 찍은 뒤 우상향을 하고 있는 모습이고, 올해 들어 급등을 하고 있는 모습이긴 한데, 2024년에 찍었던 고점을 비롯해 2023년 초에 찍었던 고점까지 살짝 뚫긴 한 모양새입니다.

7월 3일, 52주 최고가인 18.54 달러를 기록하면서 세운 기록입니다만, 장초반 이후 조정을 겪는 흐름이 나왔습니다.

만약에 IREN 주가가 여기서 시원하게 고점을 뚫고 날라간담면 IPO 당시 가격까지 노려볼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거기까지 뚫는다면 신세계가 펼쳐지겠죠.

다만, 만약에 여기서 저항을 받는다면 한동안 조정이 나오는 그림이 펼쳐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비슷한 느낌의 기업인 APLD가 지난 달에 좋은 흐름을 보여준 이후 딱 그렇게 조정을 받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그래서 차라리 조정 후 다시 진입하는 게 안전할 수 있고, 아니면 아예 시원하게 천장을 뚫는 다음에 흐름에 타는 게 기술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렌(IREN)은 지금 비트코인과 AI라는 두 개의 성장 동력을 동시에 쥐고 있는 회사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채굴 성능과 비트코인 가격이 수익을 좌우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 인프라 사업이 기업가치의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리스크도 있습니다. 전환사채 구조는 주가가 기대 이하일 경우 장기 희석을 초래할 수 있고, GPU 인프라 구축에는 수백억 원의 추가 투자도 뒤따를 겁니다. 게다가 AI 서버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하죠.

하지만 1)초저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전 세계 최상위 수준의 채굴 효율성과 2) 수직 통합형 AI 인프라 구축 역량과 최신형 GPU 자산 확보라는 구조를 가진 기업이 시장에 드물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하더라도 흥미롭게 지켜볼만한 기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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