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러본 적 있는 생활용품 전문점입니다. ‘천 원’이라는 균일가 콘셉트를 내세우며 국내 유통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다이소는, 합리적인 가격과 놀라운 제품 구색으로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물가 상승 속에서도 가격을 낮게 유지하며 서민 물가의 ‘방패’ 같은 존재로 여겨졌고, 유통업계 내에서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매장은 전국 1,500개를 넘어서며 일상에 가장 밀접한 리테일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소비자들은 다이소를 “가성비의 끝판왕”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이소의 균일가 전략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유통업계 전반의 비용이 크게 올라간 반면, 다이소는 여전히 ‘천 원부터 시작되는 가격대’라는 구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3천 원, 5천 원, 1만 원대의 프리미엄 제품군도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고객들은 다이소에 가면 ‘모든 것이 천 원’이라는 기대심리를 가지고 방문하기 때문에,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브랜드가 가진 가격 이미지 자체가 스스로에게 족쇄가 되는 구조는, 경쟁 브랜드 대비 전략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천 원으로 살 수 있는 제품이 줄어들고 있다는 불만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나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는 “다이소가 예전 다이소가 아니다”라는 평가도 종종 보입니다. 제품의 질은 높아졌을 수 있지만, 가격에 대한 체감도는 높아졌고, 균일가 이미지가 무너지면서 고객 충성도에도 영향을 주는 분위기입니다. 이는 단순히 물건 하나의 가격이 아니라, 다이소를 구성하고 있던 정체성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가성비라는 명분과 함께 일정한 신뢰감을 갖고 다이소를 찾았던 만큼, 이런 변화가 쌓일수록 브랜드 전체에 대한 기대도 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다이소가 ‘균일가 전략’을 고수하는 대신, 이제는 소비자와의 심리적 균형을 새롭게 맞춰야 할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더 이상 천 원 단위의 가격으로는 품질 좋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고, 실제 다이소가 수익을 내는 품목들도 대부분 2천 원, 3천 원 이상의 상품군이라는 점에서, 가격 전략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다이소 역시 이를 인지하고 최근에는 ‘라이프 스타일’ 카테고리 확대, 계절 특화 상품 강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및 ‘키덜트’ 취향 공략 등 트렌디한 상품 구성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와중에 일본 다이소의 대항마로 불리는 중국계 미니소(Miniso)의 국내 확장 움직임은 더욱 다이소를 압박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미니소는 다이소처럼 저가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성장한 브랜드지만, 가격 전략과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다소 차별화된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미니소는 다이소보다 더 세련된 디자인과 글로벌 캐릭터 IP 협업 등을 통해 MZ세대 여성 고객층을 타겟으로 명확히 설정했고, 가격도 2천 원대부터 시작해 1만 원대 이상까지 다양하게 구성하면서 유연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마블, 위니더푸, 헬로키티 등 글로벌 라이선스를 이용한 제품들은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선 ‘굿즈’로 인식되어, 선물 수요나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미니소는 2024년부터 국내 점포 확장에 다시 시동을 걸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되었던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미니소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매장을 공격적으로 오픈하고 있으며, 롯데몰이나 스타필드 등 대형 복합쇼핑몰 입점을 확대해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이소는 기존 매장 수에서는 압도적이지만, 매장 분위기나 인테리어, 상품 디스플레이 등에서 ‘가성비’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요즘엔 다이소보단 미니소가 예쁘고 감성적”이라는 이유로 미니소를 택하는 현상은, 다이소가 장기간 유지해 온 ‘대체불가능한 브랜드’라는 위상을 흔드는 조짐일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싸고 많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고, 브랜드가 주는 감성, 트렌드 수용력, 상품의 차별성, 체험 요소 등이 소비자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미니소는 이러한 점에서 트렌드를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고, SNS 확산력도 강해 젊은층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다이소가 아직까지도 '생활의 필수'로서 압도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감성적인 측면과 고객 경험에 있어서도 미니소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다이소는 그동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생활용품의 절대 강자’로 자리해 왔지만, 고정된 가격 이미지가 오히려 성장의 족쇄가 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미니소와 같은 경쟁자의 등장과 함께, 소비자 눈높이가 달라지는 지금, 다이소 역시 가격 중심의 브랜드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가치 제안을 시도해야 할 시점입니다. 단순히 가격을 유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어떻게 재정립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어떻게 새롭게 형성할 것인지가 향후 다이소의 지속 가능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