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BTS를 비롯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보유하며 한때 K-엔터 산업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가 흐름만 보면 그 화려했던 영광이 무색할 정도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이어진 하락세는 올해 들어 더욱 심화되었고, 2025년 현재까지도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BTS의 활동 재개라는 기대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연이은 악재들이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먼저 가장 큰 악재로 지목되는 것은 방시혁 의장을 둘러싼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입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하이브 전·현직 임직원들을 상대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방 의장 본인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내부 문제를 넘어 기업 전체의 신뢰도에 직격탄을 안기고 있습니다. 특히 방 의장이 하이브의 상징적 존재인 만큼,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며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사안은 단기간에 마무리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주가의 회복 가능성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하이브 산하의 어도어(ADOR)와 그 수장이자 뉴진스의 프로듀서인 민희진 대표를 둘러싼 갈등 역시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뉴진스는 하이브 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인 걸그룹 중 하나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하이브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어도어의 독립성과 민 대표의 경영권 확보 시도,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하이브와의 갈등이 외부로 공개되면서, 그룹 전체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특히 팬덤이 분열되고 민희진 대표의 발언들이 논란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뉴진스를 둘러싼 여론마저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어도어의 기업가치 하락 우려와 함께 하이브 전체의 수익 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뉴진스의 공백은 하이브에게 단순한 한 아티스트의 활동 중단을 넘어선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뉴진스는 빠른 시간 안에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협업, 대형 광고 계약, 해외 차트 성과 등으로 하이브의 실적과 기업가치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 이후 팬덤 내 분열, 스케줄 축소, 활동 방향 불투명 등으로 인해 뉴진스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제2의 BTS는 없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뉴진스를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짜왔던 하이브 입장에서, 이 그룹의 불안정성은 실적뿐 아니라 향후 신사업 추진과 글로벌 확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이브는 2022년 매출 1조 7,782억 원, 2023년 2조 2,155억 원, 그리고 2024년에는 2조 4,800억 원 수준까지 매출을 늘리며 외형 성장은 지속해왔습니다. 특히 공연과 음반·음원 사업의 확대, 위버스 플랫폼 수익 증가 등 덕분에 외형적으로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2024년 4분기와 2025년 1분기에는 어도어와 관련한 내부 갈등 비용, 그리고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아졌고,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커졌습니다. 매출만으로는 주가를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아티스트들의 성적 역시 엇갈리고 있습니다. BTS는 군 복무로 인해 단체 활동이 중단된 상황이며, 개별 멤버들의 솔로 활동은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그룹 전체의 영향력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입니다. 뉴진스는 해외 주요 시상식에서 신인상 수상 등으로 주목받았으나, 내부 분쟁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과 팬덤 이탈 우려가 커졌고, 르세라핌과 아이릴리 등 다른 여성 그룹들은 차트 성적과 음반 판매량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시장 내 영향력 확대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보이넥스트도어와 TWS 등 신인 그룹들도 데뷔 초반 반짝 주목을 받았으나 지속적인 팬덤 확보에는 실패하고 있어, 하이브가 BTS 이후 두 번째 메가 IP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구조적 한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브가 기대를 걸고 있는 한 가지 변수는 BTS의 완전체 컴백입니다. 멤버들의 군복무가 2025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될 예정이며, 이르면 연말 또는 2026년 초에는 BTS의 그룹 활동 재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BTS는 데뷔 10주년과 관련된 전시회, 팬미팅, 앨범 등으로 군백기에도 일정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컴백 이후에는 글로벌 투어와 앨범 판매를 통한 폭발적인 수익 회복이 기대됩니다. 특히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콘서트 투어가 재개된다면, 하이브의 실적은 물론, 위축된 투자 심리도 단기간에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대는 어디까지나 중장기 전망일 뿐, 현재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단숨에 해소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단기 대응책과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가 흐름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하이브의 주가는 2021년 상장 이후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10만 원 초반대까지 밀려났습니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하이브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매도세가 강화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하이브 주식을 지속적으로 처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역시 크게 줄어들며, 한때 엔터 대장주로 군림하던 위상에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이브의 주가 부진은 단순한 실적 악화나 팬덤 감소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업의 거버넌스 이슈, 아티스트 중심의 불안정한 수익 구조, 그리고 콘텐츠 산업 특유의 변동성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K-팝 시장 전반에 대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하이브뿐 아니라 다른 엔터테인먼트 주식들도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하이브는 그중에서도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향후 하이브가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방시혁 의장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뉴진스를 비롯한 주요 아티스트 관련 갈등이 지속된다면, 하이브의 브랜드 가치와 투자 매력은 더욱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하이브는 조직 안정화와 아티스트 보호, 그리고 팬덤 신뢰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내부 갈등과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글로벌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키우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면, 한때 BTS로 세계를 제패했던 영광은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