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및 베이스 오일 사업 부문이 독립하여 2022년 12월 새롭게 출범한 자회사입니다. 과거 SK루브리컨츠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이 기업은 최근 ‘Energy Saving Company’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친환경 기술 기반의 유체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윤활유 사업을 넘어서 전기차 전용 유체, 배터리 냉각 솔루션,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체, 냉난방(HVAC) 솔루션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ESG 흐름에 발맞춘 방향이기도 하며, 기술력과 지속가능성을 겸비한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SK엔무브는 1963년 윤활유 사업을 시작해 1990년대부터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자체 브랜드인 ZIC과 고급 베이스오일 YUBASE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고부가가치 윤활유 시장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갖췄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핵심 경쟁력입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높은 YUBASE는 베이스오일 시장에서 프리미엄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고, 윤활유 브랜드 ZIC 또한 동남아, 중동, 러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탄탄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뿐 아니라 EV 시장에 특화된 유체를 개발하면서 전동화 시대에 걸맞은 기술 혁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용 냉각유체, 절연유 등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SK텔레콤 및 미국 서버 업체 Giga Computing 등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수 있는 고효율 액침냉각 유체를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이는 데이터 열 처리 문제 해결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로 기대됩니다.


재무적으로도 SK엔무브는 SK그룹 내에서 알짜 자회사로 꼽힙니다. 2024년 기준 연결기준으로 약 6,8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과 4,300억 원대의 순이익을 거두었으며, 최근 3년간 EBITDA 기준으로 연평균 1조 원 이상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강한 현금창출력 덕분에 그룹 내 다른 부문, 특히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SK온과 같은 사업부를 재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외부 투자자 유치와 함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2021년에는 사모펀드로부터 약 40%의 지분을 유치하며 향후 상장을 약속했고, 10%의 콜옵션도 함께 설정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 규제 강화와 중복상장에 대한 정부 및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독립 상장은 점차 어려워졌고,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에서 지분 30%를 약 8,500억 원에 재매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의 완전 자회사로 다시 편입되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지분 구조 변화는 단순한 IPO 철회를 넘어 그룹 차원의 전략적 재조정으로 해석됩니다. 현재 SK온은 배터리 사업의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막대한 적자로 인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의 안정적 이익 구조를 활용해 SK온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장기적으로는 양사 간 합병을 통한 구조 재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일부 보도에서는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후 일괄 상장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자금 조달과 투자자 신뢰 확보라는 측면에서 모두 이점을 가질 수 있는 선택지로 평가됩니다.


정책 환경 또한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며 소액주주 보호 및 중복상장 규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상장 시 모회사 주주의 가치 희석 우려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선제적으로 IPO를 보류하고 지분을 회수한 것은 이런 규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룹 전체의 전략 방향과 자금 흐름을 보다 일관성 있게 가져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현재 SK엔무브는 ESG 경영에 맞춘 친환경 유체 개발, 글로벌 확장, 디지털 전환 가속화, 기술 고도화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향후 SK온과의 연결 가능성 또는 전략적 제휴 역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기존의 윤활유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넘어 전동화·데이터 시대를 위한 핵심 기술기업으로 재도약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고, 이는 앞으로 수년간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 평가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SK엔무브가 보여줄 다음 행보는 국내 산업계뿐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시장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