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스 앤 허스, 노보 노디스크 관계 파국
재작년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은 바이오 기업, 힘스 앤 허스(Hims & Hers Health Inc.)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주가가 하루 아침에 폭락을 했습니다. 두 회사 사이에 맺었던 중요한 파트너십이 갑자기 종료되면서 서로 큰 타격을 입게 된 건데요.
체중 감량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어트약인 위고비를 두고 갈등이 벌어진 건데, 좀 지저분한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잠깐 기업 리뷰를 해보자면, Hims & Hers Health Inc.는 미국에 본사를 둔 원격의료 기업입니다. 탈모, 피부관리, 정신건강 관리 등을 온라인으로 상담받고 약을 택배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특히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죠. 최근에는 체중 감량 관련 처방 서비스로 성장세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반면 Novo Nordisk는 덴마크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회사로, 당뇨병과 비만 치료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는 기업입니다. 특히 ‘Ozempic’이나 ‘Wegovy’ 같은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GLP-1 계열 약물이 대표 상품입니다. 이 약물은 혈당을 조절하면서 체중 감량 효과도 크게 볼 수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죠.
노보 노디스크 “불법 복제약과 허위 광고, 환자 안전 위협” 주장
사건을 살펴보면, 일단 Novo Nordisk가 Hims & Hers와의 파트너십을 갑자기 끊어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원래 힘스 앤 허스는 노보 노디스크와의 계약 덕분에 브랜드 정품인 ‘Wegovy’를 자사 플랫폼에서 직접 판매할 수 있었는데요. 이 덕분에 체중 감량 관련 매출이 큰 축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Hims & Hers가 정품 약 대신 공급이 부족한 틈을 타서 약국에서 직접 섞어 만든 ‘조제 버전(Compounded version)’을 판매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시작됐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측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FDA가 위고비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했다고 판단하면서, 기존의 ‘조제 버전’ 복제약 사용 환자들이 정품, FDA 승인 의약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여러 원격진료 기업과 협력을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약 한 달 넘게 협력한 결과, 힘스앤허스 측이 허가받지 않은 대량 조제 판매를 ‘맞춤형 치료’로 위장해 진행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허위 광고를 지속해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미국법인 운영총괄 부사장 Dave Moore는 이번 결정에 대해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이 합법적이고 안전한, FDA 승인을 받은 정품 위고비를 처방받을 권리를 지켜드릴 것입니다. 환자 안전에 동의하는 원격진료 기업들과는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며, 불법적이고 허위 조제를 통해 미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단호히 대응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노보 노디스크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일부 복제약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중국 등 해외 무허가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해당 제조 공정은 FDA의 승인이나 검증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 내 환자들이 이러한 불법적이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복제약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죠.
결국 Novo Nordisk 입장에서는 파트너십 종료로 자사 브랜드 약이 무분별하게 판매되지 않도록 통제를 강화한 셈인데요. 정품 약이 아닌 유사 버전이 시장에 돌아다니면 브랜드 가치와 안전성 문제가 생기니까요.
힘즈앤허즈 CEO “거짓 해명, 우리는 제약사의 강압에 굴복 안 해”
이에 대해 Hims & Hers의 측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힘즈앤허즈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Andrew Dudum은 자신의 공식 SNS를 통해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그는 노보 노디스크가 사실을 왜곡해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몇 주 동안 노보 노디스크의 영업팀이 자사의 진료 기준을 통제하려고 압박해 왔다고 밝힌 건데요. 즉, 모든 환자에게 Wegovy를 쓰도록 유도하려 했다는 겁니다. 그는 이를 명백한 시장 경쟁 제한 행위로 규정하고, 회사는 어떤 제약사의 부당한 요구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못박았습니다.
더불어 Dudum CEO는 “우리 플랫폼의 진정성을 유지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개별 상황에 맞는 최선의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건강과 웰빙은 어떤 협력 관계보다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Wegovy 포함 다양한 치료 옵션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밝혀, 노보 노디스크 측과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음을 드러냈죠.
HIMS, NVO 주가 동반 폭락
이러한 소식들이 갑자기 쏟아지자 시장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먼저 Hims & Hers는 주가가 발표 직후 3분의 1이나 빠지면서 현재 주당 41.98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에 크게 빠졌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Wegovy 판매 중단을 심각한 리스크로 본다는 뜻입니다. 다만 애프터마켓에서 4% 정도 상승한 것을 보니 무나 과한 폭락이자 매수 찬스로 여긴 투자자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Novo Nordisk는 파트너십 해지 파로 주가가 약 6%가량 하락했습니다. 현재 주가는 69.72달러 정도인데요. 글로벌 제약사답게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경쟁사인 Eli Lilly 등이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라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죠.
힘스 & 노보 노디스크 투자 전망
양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번 사태의 핵심은 ‘누구의 안전 기준과 처방 기준이 옳은가’라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정품 의약품 공급망을 지키려 하고, 힘스앤허스는 제약사의 압박 없이 의료진과 환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죠.
우선 힘스 앤 허스 입장에서는 위고비 정품 판매 루트가 막힌다면 수익 구조에 큰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경우 Wegovy 매출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지, 다른 치료 분야로 무게를 옮길지, 혹은 조제 버전을 계속 밀어붙일지에 따라 주가 흐름이 달라질 겁니다. 혹시 모를 규제 조사나 법적 분쟁 가능성도 주의 깊게 봐야겠죠.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과 함께 불법 복제약 단속을 강화하며 브랜드 신뢰를 지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당분간 다른 신약 개발 소식이 중요할 겁니다. 참고로 최근 노보 노디스크가 공개한 새로운 비만 치료제 ‘CagriSema’의 임상 3상 결과가 다소 아쉬웠는데요. 참가자들의 평균 체중 감량률이 약 22.7%로 나타났습니다만, Novo Nordisk가 목표로 했던 25%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다행히도 ‘amycretin’이라는 또 다른 신약 후보가 초기 실험에서 최대 24%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앞으로의 임상 결과에 따라 반등 기회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왜냐면 이번 CagriSema 결과가 살짝 아쉬웠다고 해도, 전체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경쟁사보다 강하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죠. 다만 Eli Lilly 등 경쟁사가 가만있지 않으니 시장 점유율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어쨌거나 이번 사태로 또 한 번 느끼게 된 것이 있으니, 체중 감량 시장은 정말 큰 돈이 움직이는 분야이지만, 규제가 까다롭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건데요. Hims & Hers는 향후 몇 달간 위기 관리 능력이 투자자 신뢰 회복의 핵심이 될 거고, Novo Nordisk는 기술 리더십을 계속 지켜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양사 모두의 후속 발표와 규제 기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 같은데요. 이번 사건이 단기 악재로 끝날지, 혹은 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판도까지 흔들 변수로 작용할지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