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여행을 가보면 느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K-치킨’이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뉴욕, LA, 시카고는 물론이고 유럽의 파리, 베를린, 런던에서도 ‘Korean Fried Chicken’이라는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동남아나 중동 지역에서도 K-치킨을 파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익숙하게 먹던 양념치킨이나 간장치킨, 마늘치킨 등이 현지인들의 입맛에도 맞아 떨어진 덕분에 K-치킨은 이제 글로벌한 메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한 치킨 요리를 넘어서 ‘문화’로 확장되고 있는 모습인데요, 오늘은 K-치킨이 왜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어떤 산업적 흐름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K-치킨의 특징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일반적인 서양식 프라이드 치킨과는 다르게 튀김옷이 얇고 바삭하며, 다양한 소스를 활용해 맛의 폭이 넓다는 점입니다. 특히 양념치킨은 달콤하고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한국인의 입맛에는 물론, 외국인에게도 굉장히 이색적으로 다가갑니다. 최근에는 고추장, 불닭, 마라 등 글로벌 푸드 트렌드를 반영한 양념까지 추가되면서 더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뼈 있는 치킨’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닭가슴살 위주로 구성된 ‘보닛리스 치킨’을 선호하지만, 한국식 치킨은 다리, 날개, 허벅지 등 다양한 부위를 뼈째 튀겨내면서 식감의 다양함을 줍니다. 이런 점이 ‘한국식 치킨은 다르다’는 인식을 만들어내며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K-치킨이 해외에서 확산된 데에는 ‘한류’의 영향도 큽니다. BTS, 블랙핑크, 그리고 다양한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글로벌 팬층을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특히 드라마나 예능 속에서 주인공들이 치킨을 시켜 먹거나 친구들과 함께 치맥을 즐기는 장면이 자주 나오다 보니, 외국인들도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K-팝 공연이나 팬미팅이 열리는 도시에서는 K-치킨 매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하고, 실제로 이런 이벤트에 맞춰 한정판 메뉴를 내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화와 음식이 결합되며 서로의 영향력을 키우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K-치킨의 성장세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업모델’로서도 매우 성공적입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들로는 교촌치킨, BBQ, BHC, 네네치킨, 굽네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처갓집양념치킨, 또래오래, 맘스터치 등이 있습니다.


교촌치킨은 고급화 전략과 간장베이스 양념으로 유명하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장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애틀랜타, 댈러스, LA 등에 진출해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치킨+맥주 조합의 ‘치맥’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BBQ는 ‘비비큐올리브치킨’이라는 브랜드로 세계 50여 개국에 진출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 빠르게 매장을 늘리고 있습니다. 자체 물류 시스템과 공격적인 마케팅, 현지 메뉴 맞춤 전략을 통해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BHC는 가맹점 수 기준으로 국내 1위 브랜드로, 치킨 외에도 곱창, 감자튀김 등 다양한 사이드메뉴와의 결합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해외에서는 동남아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브랜드 입지를 키우고 있으며, ‘뿌링클’ 시리즈와 같은 창의적인 메뉴가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굽네치킨은 오븐구이 방식의 건강한 이미지로, 다이어트 중인 소비자나 어린이를 둔 가족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진출해 ‘굽네볼케이노’와 같은 매운맛 치킨으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네네치킨은 K-팝 스타와의 협업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로, 드라마 협찬이나 팬미팅 한정판 메뉴 등으로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고 있습니다. 홍콩, 호주, 싱가포르 등에 진출하여 '코리안 양념치킨'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호식이두마리치킨’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맘스터치’는 치킨버거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 남부 시장을 공략 중입니다.


최근에는 치킨과 IT를 결합한 디지털 전략도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BHC는 앱을 통해 주문-결제-배달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강화했고, 교촌은 드론 배송을 시험하는 등 물류 혁신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K-치킨 브랜드들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브랜드 팬덤을 키우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단순히 음식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브랜드의 세계관에 참여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글로벌 MZ세대 소비자에게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치킨은 단순한 요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한국의 식문화, 정서, 비즈니스 역량이 녹아든 하나의 ‘복합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한국식 치킨을 ‘Korean Soul Food’ 또는 ‘Korean Cultural Dish’로 부르며, 하나의 체험 요소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의 K타운에서는 치킨을 먹으며 케이팝을 감상하고, 친구들과 맥주를 나누는 것이 일종의 문화행사처럼 여겨집니다. 또 일부 대학교 근처에서는 ‘치킨 파티’가 한국 동아리 주최의 대표 이벤트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치킨 가격 인상 문제, 가맹점주와 본사 간의 갈등, 배달앱 수수료 문제 등은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이슈이고, 해외 진출 시에도 물류비용, 현지인 선호도, 규제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 요소에도 불구하고, K-치킨은 계속해서 성장 중이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제 K-치킨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라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브랜드 파워와 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대표적인 수출 상품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치킨 하나만으로도 ‘한국을 경험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치킨 한 조각에 담긴 이야기가 이렇게나 깊고 넓은 세상을 품고 있다는 것, 참 놀랍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