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이 그동안의 갈등을 딛고 한 단계 더 성숙한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음

  •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등 기존 무역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소재와 부품이 강한 일본과 생산이 강한 한국이 파트너십을 이룬다면 유럽연합(EU)보다 강력한 경제 블록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 그동안 반일을 외쳐온 여당 내부에서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

  •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한일 FTA 타당성 분석 자료를 요청

  • 이 의원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별개로 한일 FTA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을 전달

  • 그동안 한일 FTA는 양국의 묵은 감정 때문에 추진이 어렵다는 ‘현실론’이 많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조금씩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

  • 실제 양국의 국내총생산(명목 GDP)을 합치면 약 8300조 원에 달해 미국과 중국에 이은 전 세계 3위 규모임. 고소득(1인당 GDP 4만 달러 이상) 인구만 1억 7500만 명에 이름. 소비력만 보면 미국·EU에 뒤지지 않는 초대형 시장

  • 하지만 한일 FTA 논의는 2003년 12월 서울에서 1차 협상을 연 뒤 2004년 11월 5차 회의를 끝으로 21년째 중단된 상태.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우리의 시장이 좁기 때문에 이걸 뚫고 나가려면 일본이라는 새로운 경제 영토가 필요하고 일본도 우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

자료 : 서울경제신문


  • 이덕원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 “산업 기술 영역에서 굳이 따지자면 한일 모두 어느 쪽이 앞섰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상태”. “이제 일본이 앞서고 우리는 추격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에는 섣불리 시장을 개방했다가 경제 주권을 내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 양측이 공동시장을 기반으로 공급망과 제조업 생태계에서 ‘윈윈’ 관계로 진화할 수 있다는 지적

  • 소재와 부품이 강한 일본과 생산이 강한 한국이 파트너십을 이룬다면 앞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 하재철 KIEP 일본동아시아팀장은 “이제 우리의 산업 경쟁력은 일본과 대등한 수준”이라며 “과거 우리가 일본의 도움을 받아 산업을 일으켰다면 이제 일본도 우리의 도움을 받을 영역이 있다”고 강조. 한일 양국이 자원 수입국이자 첨단 제조업 수출국이라는 경제구조를 공유하고 있는데 이제 산업 역량도 유사해져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주장

  •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매년 측정해 발표하는 제조업경쟁력지수(CIP)를 살펴보면 한국은 독일·중국·아일랜드에 이어 4위인 반면 일본은 미국과 함께 공동 7위

  • 1인당 제조업 부가가치 창출액 역시 한국은 8965달러로 일본(7956달러)보다 높았음

  • 정부 관계자 : “반도체·전자·조선·바이오 등 첨단 제조업 대부분의 밸류체인에 한국 기업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도 여전히 핵심 장비와 소재·부품에서 키를 쥐고 있는 기업이 많다”

  • 고지 아키요시 아사히그룹 회장 : “미중 양극체제 속에서 양국이 직면한 글로벌 공급망 단절 위험을 완화하려면 한일 협력을 통해 주체적인 통상 정책과 국제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수적”

  •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 산업의 시너지 효과가 특히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한국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종합반도체회사(IDM)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제조 역량은 압도적이지만 칩 설계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영역에서는 한 수 밀린다는 평가

  •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은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 네덜란드 ASML과 함께 4대 반도체 장비 회사. 실리콘 웨이퍼,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 정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 공급망에도 일본 기업들이 포진

  • 단순 협력을 넘어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자유 시장을 창출하면 ‘화이트리스트 사태’처럼 일본이 소부장 공급망을 무기로 삼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 일단 FTA가 체결되면 전시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입을 갑자기 막을 수 없기 때문

  •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과거사 문제 해결 수단으로 삼았던 2019년 이후 우리나라는 소부장 탈일본화를 꾸준히 추진했지만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222억 6100만 달러) 중 일본의 비중은 여전히 24%(52억 4800만 달러)

  •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우리가 중국처럼 모든 반도체 소부장을 자체 생산하도록 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핵심 품목 국산화는 시도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글로벌 교역망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

  • 이 교수도 “반도체 산업 뿐 아니라 2차전지·디스플레이·일반기계 영역에서도 한국은 종합 제조에서, 일본은 소부장에서 강점을 가진 구도가 유사하다”며 “미래 먹거리인 AI 영역에서도 미중을 극복하려면 한일 협력이 절실하다”

  • 식품·의류와 같은 소비재 산업도 양국 시장 통합 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분야. K푸드는 한국 음악·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이미 일본 내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음

  • 양국 농산물 시장이 열릴 경우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농축수산물 대란 사태에도 유연하게 대처

  • 올해 일본의 ‘쌀값 대란’ 역시 한국의 비축미를 적극적으로 수입했다면 혼란을 조기에 잠재우지 않았겠느냐는 지적

<시사점>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한일 경제협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선 승리 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공식적인 대선공약으로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후보시절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일본과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관세압박으로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한일 FTA는 김대중-오부치의 한일공동선언 발표 이후 2000~2004년간 FTA 공식협상이 이루어졌으나 무역불균형 문제(한국의 대일적자)로 FTA체결시 무역적자가 더 커질 수있다는 우려로 중단되었습니다. 또한 농수산물 시장 개방이 부담이 되었으며, 중소기업 보호의 필요성도 제기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여년 동안 한국은 거의 일본과 대등한 수준으로 경제체력이 강화되어 왔습니다. 지난 2000년대에는 한국의 열위로 FTA가 진행되지 못했지만 지금은 거의 대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한일 FTA가 양국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 정권이 과거사 중심에서 실용주의로 크게 정책노선을 변경한 데다, 미중 갈등 격화로 한일 모두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들도 한일 기술협력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정치권이 아니라 민간이 협상 개시를 먼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 정권에서 한일FTA가 가장 큰 경제적 이슈가 될 것으로 짐작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1인당 GDP가 비슷하며(한국 약 36,700달러, 일본 약 34,000달러), 소비력을 갖춘 부자 나라로 합산 경제규모가 8,300조원으로 인도를 추월해 세계 4위 경제권에 해당합니다(1위 미국, 2위 중국, 3위 EU, 4위 한국+일본).

최근 한국의 경제단체에서는 한일 경제협력을 FTA를 넘어 EU와 같은 경제공동체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구상이 실현된다면 비자없이 일본에 취업할 수 있어 한국 청년층의 실업난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고급제품 중 하나인 일본제품을 무관세로 이용할 수 있고, 한국의 K-컬쳐, K-푸드, K-컨텐츠가 일본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려운 경제통합이 논의될 만큼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격상되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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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498698?type=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