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곳곳에서 ‘라부부(LABUBU)’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블라인드 박스 장난감으로 등장했지만, 지금은 리셀 시장에서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 프리미엄이 붙으며 투자와 수집의 대상이 되었고, 심지어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독특한 외형의 캐릭터는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홍콩 출신 작가 룽카싱(Kasing Lung)이 디자인했으며, 중국의 장난감 전문 기업 팝마트(Pop Mart)가 그의 IP를 상업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라부부는 처음 출시 당시에는 1만 9천 원대의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일부 한정판 제품이 5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대형 인형은 경매에서 2억 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경매에서는 4종 세트가 4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화제가 되었고, 연간 수익률만 따져도 300%가 넘는 투자 성과를 보여주며 금이나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명 ‘플라스틱 마오타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이러한 돌풍은 단순히 중국 내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닙니다. 태국 공주, 리한나, 블랙핑크 리사, 데이비드 베컴 등 유명 셀럽들이 이 캐릭터를 SNS에 소개하면서 아시아는 물론 유럽, 미국 시장까지 팬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도쿄, LA, 싱가포르 매장 앞에 오픈런 줄이 형성되고 있고, 한국 명동의 팝마트 매장 앞에서도 구매 경쟁이 벌어지며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특히 MZ세대들은 라부부를 단순한 귀여운 장난감이 아닌 자산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일종의 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사회적으로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팝마트의 실적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팝마트의 매출은 약 2조 5천억 원에 달했으며, 이 중 라부부 관련 매출만 해도 약 6천억 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은 전년 대비 900%, 유럽은 600%, 전체 해외 매출은 480%나 증가하면서 글로벌 확장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팝마트는 최근 홍콩 증시에서 시가총액 53조 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기록했고, 해외 증권사들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JP모건은 라부부를 ‘차세대 헬로키티’로 평가하며 목표 주가를 300홍콩달러 이상으로 제시했고, UBS도 목표 주가를 216홍콩달러에서 329홍콩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닙니다. 블라인드 박스 특유의 ‘가챠 시스템’은 소비자들로부터 도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특히 히든 에디션을 뽑기 위해 수십 개의 제품을 사야 하는 경우도 있어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지적이 큽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히든 에디션을 얻기 위해 평균 7개 이상의 박스를 사야 하며, 일부는 10개 이상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소비자 피로를 누적시키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불어 공급 과잉으로 인해 희소성이 떨어질 경우, 지금의 리셀 프리미엄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이미 중국 내 일부 플랫폼에서는 인기 시리즈 일부가 정가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팝마트는 라부부 열풍의 최대 수혜주입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팝마트(09992.HK)는 라부부 IP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 상품군을 확보하고 있어 확장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해외 주식이므로 환율과 외화 리스크는 감안해야 하며, 단기 급등 이후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개별 종목에 대한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팝마트 지분이 편입된 ETF 상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TIMEFOLIO 글로벌 소비 트렌드 액티브 ETF가 있는데, 팝마트가 이 ETF에서 약 8.38%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라부부 트렌드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한 달간 이 ETF의 수익률도 약 12%에 달할 정도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라부부 열풍은 단순한 완구의 성공을 넘어, 요즘 소비와 투자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특히 MZ세대가 이끄는 팬덤 소비가 투자와 연결되며 새로운 자산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열풍이 만들어낸 과열, 그리고 리셀 중심의 투기화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열기를 잘 활용한다면 의미 있는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언제든지 꺼질 수 있는 버블의 가능성 또한 존재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