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그룹 창업주이자 회장인 윤동한 회장이 장남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습니다. 윤 회장은 2019년 장남에게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의 주식 230만 주를 부담부 증여했는데, 이 결정은 가족 간 경영 합의를 기반으로 이뤄졌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장남에게 그룹의 화장품·의약품 부문을 맡기고, 차녀에게는 건강기능식품 부문을 담당하게 하는 방식의 승계 구도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장남이 이러한 합의와 무관하게 콜마비앤에이치의 이사회 구성에 개입하고, 외부 인사를 사내이사로 추천하는 등 그룹 내 경영구조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윤 회장은 이를 신뢰 위반으로 보고 주식 반환을 요구하게 된 것입니다.


이 소송은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이 아닌, 한국콜마그룹의 경영권과 지배구조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윤 회장은 지난 5월 창립 35주년 행사에서 화장품·제약 부문은 장남이,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차녀가 맡기로 한 기존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히며 본인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장남이 이러한 중재안을 따르지 않고 주주 권한을 행사하면서 결국 법적 대응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윤 회장 측은 장남의 경영 행보가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으며, 당시 이러한 행동을 예상했다면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가 최근 콜마홀딩스 지분 5% 이상을 확보하고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외부 압력까지 겹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장남이 이들과 연계해 그룹 내 권한 강화를 꾀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은 단순히 가족 간의 다툼을 넘어, 외부 세력과 오너 일가의 충돌,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부담부 증여한 주식을 법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가입니다. 일반적으로 부담부 증여는 조건부 계약에 가까운 성격을 갖기 때문에, 수증자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될 경우 증여를 취소하고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과 증여 당시 계약 조건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장남은 여전히 콜마홀딩스의 최대 주주로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콜마비앤에이치의 이사회 구성에도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미치고 있는 구조입니다.


한국콜마는 1990년 윤 회장이 설립한 대한민국 대표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입니다.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국내외 대형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며, K-뷰티 열풍을 이끄는 데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지주사인 콜마홀딩스를 정점으로 화장품·의약품을 담당하는 한국콜마와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한 콜마비앤에이치를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습니다. 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2024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이 2조 원을 넘고, 2025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5% 이상 증가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다만 콜마비앤에이치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경쟁 심화와 내수 부진으로 인해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2020년 대비 2024년 영업이익은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주가도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불만을 불러왔습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오너 일가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습니다. 차녀는 자신에게 맡겨진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권을 지키려는 입장이며, 장남이 실적 부진을 빌미로 이사회 재편을 시도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전통적인 오너 경영체제에서 종종 발생하는 ‘형제의 난’을 연상케 하며, 앞으로 법원의 판단뿐 아니라 윤 회장이 다시 중재에 나설지, 아니면 가족 내 분열이 장기화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특히 외부 투자자와의 신뢰, 주주 가치, 브랜드 이미지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이번 분쟁은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브랜드 신뢰와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콜마는 다시 한 번 오너십의 본질적 가치와 기업의 공공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