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목소리 빠진 혁신산업 정책]
이재명 정부의 경제팀이 진용을 갖춰가면서 JM노믹스의 구체적인 성장 전략도 이른 시일 내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임
전문가들은 내우외환 위기 속 발표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업, 바이오 등 신수종 육성 전략을 압축적으로 제시해 민간의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경제정책방향의 뿌리는 박정희 정부가 1962년부터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경제정책방향은 6·12월 연 2회 발표를 기본으로 하되 정권 교체나 재창출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선 경우 일정이 밀리기도 했음
새 정부의 첫 경제정책방향은 향후 1년이 아니라 5년의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남달랐음. 대개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에서 두 달 사이에 발표
반대로 정권 말에 가까워질수록 소재와 추진 동력이 고갈돼 재탕·삼탕 대책이 남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면서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 등 3·3·5 경제·산업 대도약을 비전으로 제시. 기술 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을 3대 전략으로 내놓음
일각에서는 확장 재정 중심의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이 자칫 ‘예산안 편성 세부 지침’ 같은 만기친람형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실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 공개된 2020년 경방(125쪽)이나 2021년 경방(153쪽)은 보고서 분량이 150쪽에 이를 정도로 방대해 민간기업에서 (제대로 숙지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아직도 100쪽 경제정책 방향 짜는 한국. 분량보다 민간 목소리 담아야)
경제 부처의 한 전직 관료는 “대통령실과 기재부가 따로 놀면서 각자 하고 싶은 말만 경방에 담은 것으로 보였다”며 “관료들에게 100쪽, 200쪽 짜리 정책을 짜라고 지시하기 전에 이 정부가 가진 경제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
메모리반도체 이후 전 세계 1등 기업을 배출해내지 못하고 혁신이 지연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산업정책의 주도권을 민간에 일부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
특히 첨단산업에서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어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
대표적인 사례가 이미 16년 전부터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미래 산업 전략을 공동 설계해 엔비디아와 같은 1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아놓은 미국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직속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를 전면 개편해 민간 부문의 핵심 인사들을 대거 자문위원으로 참여시킴.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이 공동의장을 맡았고 폴 오텔리니 전 인텔 사장 등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름을 올렸음. 단순한 자문을 넘어 민관이 미래 첨단산업의 기술과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슈퍼 싱크탱크’가 출범한 것
오바마 행정부 당시 PCAST는 ‘미국 첨단 제조업 리더십 확보 방안’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인재 양성 방안’ 등의 보고서를 줄줄이 쏟아내면서 미국의 첨단제조파트너십(AMP)의 토대를 닦았음. 엔비디아와 같은 ‘괴물 기업’이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민관이 함께 조성한 것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 “미국처럼 기업과 정부가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로 통하는 대만 TSMC의 성장 배경에는 ‘민관 원팀’의 역사가 자리잡고 있음. 정부가 “산업 혁신 기반을 닦되 기업 경영에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TSMC와 함께 만들어졌음. 실제 대만 정부는 TSMC 설립 때 자본금의 절반을 댄 주요 주주였지만 모리스 창 창업주의 전략과 판단을 존중했고 경영과 인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음
반도체 장비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 : “대만에는 세계 1위 TSMC뿐 아니라 미디어텍과 같은 반도체 설계 회사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민관과 함께 만든 생태계의 힘이 대만을 글로벌 일류로 끌어올렸다”
재계에서는 한국의 새로운 성장 공식을 민관이 함께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 당장 과거 ‘필승 공식’으로 통했던 패스트팔로어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음. 기술 자체의 난도가 상승하고 수출입 장벽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모방 가능성 자체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임. 가령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나 미국 오픈AI의 챗GPT와 비슷한 수준의 물건을 만들어 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이러는 사이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음. 특히 과거에는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와 같은 한계 산업을 잠식해왔다면 현재는 저부가 산업은 물론 첨단산업도 선점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큼. 전 세계에 딥시크 쇼크를 불러왔던 첨단 인공지능(AI)이나 로봇·드론·배터리 등이 대표적 사례. 현재 중국의 전체 산업에서 고기술 첨단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노동집약적산업의 비중보다 더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
민관이 함께 경제·산업전략을 짜는 것은 대만이나 미국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는 2017년 ‘미래경제위원회(CFE)’를 출범시키며 정책 설계 방식을 근본부터 바꿨음. 위원회에는 장관과 기업 최고경영자(CEO), 학계·노동계 인사들이 모여 산업 전략을 함께 짜고 실제 실행까지 책임졌음. 총 23개 산업별 디지털 전환 청사진인 ‘산업 전환 지도(ITMs)’를 공동 작성했고 산업별로 민관이 공동 의장을 맡아 전환 과정을 이끌었음. 위원회가 단순히 의견을 듣는 자문 기구에 머물지 않고 예산 편성부터 인력 양성까지 민과 관이 역할을 나누고 실행하는 협업 체계가 작동한 것임
일본이 반도체 부활을 위해 2022년 민간 주도로 설립한 ‘라피더스’도 대표적인 민관 협력 사례. 라피더스는 도요타·소니·NTT 등 8개 대기업이 자본을 출자했고 일본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는 9200억 엔(약 9조 원)에 달함. 독일은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민관 협력 모델을 적극 도입. 2023년 독일 정부는 지멘스에너지에 75억 유로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그린수소 기술 개발에 공동 투자했음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 “정부가 인프라·제도·인력 공급 같은 기반을 확실히 마련해서 민간과 기업이 2인3각으로 협동하면서 전투에서 이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성장 발목잡는 노동생산성]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 개혁 조치는 조기에 과감하게 취해져야 한다.’ (1998년 2월 9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전문 일부)
90개 이행 사항을 담은 2·6 노사정 대타협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여야 정당 대표까지 참여한 노사정위원회가 발족된 지 약 한 달 만에 타결
노사정위원회는 3차 본회의 만에 구조조정 방안, 실업 대책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10대 의제를 채택
김대중 정부가 마주한 당시의 경제 상황은 처참. 외환보유액이 39억 달러까지 급감해 국가 파산 위기였고 기업들의 줄도산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 이 같은 상황 속에 이뤄진 2·6 노사정 대타협은 역대 정부의 유일한 ‘노사 빅딜’로 평가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 경쟁력과 사회안전망을 동시에 높이는 구조 개혁을 단행한 것. 정리해고제 도입, 파견법 법제화, 노동조합 활동 보장(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사 양보 없이 추진할 수 없는 과감한 개혁안이 여기에 담겼음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경제 현실이 IMF 때만큼 녹록지 않다고 진단. IMF 위기가 외화 유동성 부족에서 비롯됐다면 지금은 고금리, 내수·수출 부진에 더해 성장의 활로까지 잃어버린 복합 위기 상황
8년 전 3%대였던 잠재성장률은 1%대까지 추락했으며 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배터리 등 주력 기술은 중국에 따라잡혔음. 정부 부채가 양호하다지만 18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도 앞서 “28년 전 IMF 때는 큰 경제적 추세가 상승이었는데 지금은 경제적 추세 자체가 하강과 침체 상태”라고 우려. 이런 가운데 정년 연장, 청년 취업난, 주4.5일제, 주52시간제, 노란봉투법까지 성장과 직결되는 노사 현안이 수두룩.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MF에 비견되는 현 경제 상황에서 노사정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하고 산업과 노동 구조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처럼 노사정은 물론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노사 현안들은 패키지 딜(사안별 합의로 전체 일괄 타결)이 유효한 합의 수단”
[무늬만 최대 R&D패러독스]
지난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는 ‘네이처 인덱스 2024 한국 특집호’를 통해 “한국의 연구개발(R&D) 성과는 예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낮다”는 혹독한 평가
투입되는 R&D 예산은 세계적 수준이고 연구 인력의 역량도 높은 데 비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
실제로 2023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은 4.96%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공공·민간 영역의 R&D 투자 규모는 120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 하지만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과 사회에 뿌리내리는 사례는 많지 않음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사업화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술이전이 성사된 계약 1만 1791건 중 이전된 기술이 성공적으로 제품·서비스 생산에 활용돼 매출을 얻고 있는 경우는 19.2%인 2265건. 이전된 기술의 70.1%인 8269건은 시설 투자, 추가 R&D 등의 준비 단계에 놓여 있었고 10.7%인 1257건은 기술이전 후에도 활용되지 않았음
기술이 연구실을 떠나 산업 현장까지 도달하는 기술사업화는 보통 ‘기술이전→시제품 제작(파일럿 테스트)→실증·인증→시장 적용(양산·판로 확보)’ 과정을 거침. 하지만 국내에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사다리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탓에 기술이 실험실을 떠난 직후부터 버려질 위기에 처함
연구 현장에서는 기술사업화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기술사업화 활동을 위한 전담 지원 인력의 부족을 꼽음. 공공연구기관에는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제한적. 또한 기술을 도입하거나 사업화를 진행할 수요 기업이나 창업자를 발굴하는 데 대한 어려움을 호소. 기술이 연구 현장을 떠난 후 ‘이어달리기’가 되지 않고 사장되는 이유
연구 현장에서는 지난 정부 당시 삭감된 R&D 예산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옴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포기하고 현장을 떠났다”. “무너진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예산을 좀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
[성장 갉아 먹을 갈등, 양극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사회의 갈등지수는 4점 만점에 3.04점으로 2018년 조사 이래 최고를 기록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9명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1990~2022년 발생한 사회적 갈등 비용은 2628조 200억 원으로 집계. 연간 80조 원 규모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2292조 원의 3.4%가 갈등 비용으로 날아간 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갈등지수는 최고 수준인 반면 정부의 갈등 관리 능력을 뜻하는 갈등관리지수는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
극심한 사회 분열 속에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갈등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을 선언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정치가 확고한 지지층 확보를 위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이번 정부는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해야만 협상과 타협이 가능하다”. “강자와 약자 중에서는 강자가 양보해야 한다. 즉 더불어민주당이 더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
제도적 기반도 절실.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의 갈등 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할 필요가 있음.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대안적분쟁해결(ADR)’ 제도나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 등과 같은 조정 시스템을 통해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현안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음
제도적 노력과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몽플뢰르 대타협(Mont Fleur Scenarios)’ 모델을 참고하자는 제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음. 남아공은 민주화 과도기인 1991~1992년 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모여 ‘10년 후 미래’에 대한 4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공론화했음. 이후 넬슨 만델라 정부는 ‘플라밍고의 비행 시나리오’를 채택해 흑백 양 세력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점진적 개혁을 성공시켰음. 민주주의 이행 과정의 첨예한 갈등을 국민통합으로 이끈 몽플뢰르 대타협은 현재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음
[부메랑으로 돌아올 민간부채]
우리나라의 민간부채가 향후 경제성장에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
정부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변동성에 취약한 ‘약골 경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
전문가들은 특히 부동산에 집중된 부채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
12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3%. 조사 대상 38개국 중 캐나다(100.4%)에 이어 2위. 2021년 3분기 99.3%로 정점을 찍고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인 미국(68%), 일본(61.8%), 영국(76%)은 물론 중국(61.1%) 대비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음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한 민간부채는 2020년 처음으로 GDP의 2배를 넘어선 뒤 줄곧 비슷한 수준(2024년 3분기 기준 201.9%)을 보이고 있음. 일본의 거품 붕괴가 본격화한 1992년(208%)의 턱밑 수준까지 차고 올라왔음
부채가 많으면 경제를 짓누르는 요소로 작용한다. 지나친 가계빚은 소비 여력을 줄여 내수 부진을 촉발해 경기 침체를 부르기 쉽다.
더욱이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비용이 급증해 가계의 소비심리가 더 크게 위축되고 이자조차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늘어나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민간부채는 부동산에 너무 쏠려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부문에 투입된 신용 잔액은 1932조 5000억 원으로 전체 민간부채의 49.7%를 차지. 부동산 신용 잔액은 2014년 이후 연간 100조 원 이상 증가해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음
만약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담보 가치가 하락해 금융권도 연쇄 타격을 입게 됨
전문가들은 급증한 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된 대출을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지적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 : “부채 증가세가 이어지면 가계와 기업의 지출 감소로 내수 및 투자 부진을 촉발해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출 수요를 관리하면서 생산적인 분야로 신용이 배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 옥죄는 의무지출]
확장재정을 선언한 이재명 정부의 최대 약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이에 따른 복지 지출 급증
국세 수입은 한정적인데 정부가 매년 꼬박꼬박 써야 하는 복지 비용(의무지출)은 정해져 있어 첨단산업 시설투자나 연구개발(R&D) 지원에 쓸 수 있는 여력(재량지출)이 매년 줄어들고 있음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에 시동을 걸어야 성장 중심 경제에 마중물을 부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음
15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마지막 해인 2030년 의무지출은 501조 3000억 원으로 올해(365조 1000억 원)보다 37.3% 증가 예상
2031년에는 의무지출이 530조 8000억 원으로 더 불어나 총지출(882조 원)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율(60.2%)이 처음으로 60%를 돌파
의무지출이 50% 선을 넘은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인데 불과 13여 년 만에 10%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셈
의무지출은 정부가 쓰는 돈 가운데 법률에 따라 지출 의무가 생기고 지출 규모도 결정돼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줄일 수 없는 사실상의 고정비
올해 주요 사업별 의무지출 규모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69조 6000억 원), 지방교부세(60조 4000억 원), 국민연금(48조 4133억 원), 국고채 이자(48조 4000억 원), 공무원연금(23조 5000억 원), 기초연금(21조 8000억 원) 순
복지 분야 지출(50.4%) 비중이 절반을 웃돔. 결국 비가역적이고, 한 번 주기 시작하면 좀처럼 끊기 어려운 복지 혜택을 줄이는 데 의무지출 구조조정의 성패가 달려 있음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상향을 골자로 한 3차 국민연금 개혁의 동력을 후속 구조 개혁으로
특히 노인 기초연금을 수술대에 올려야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현재 기초연금의 지급 대상을 줄이고 지급액을 올리는 게 맞는 방향”
<시사점>
서울경제신문이 6일에 걸쳐 <성장 막는 6대 경제 난제>라는 기획특집을 실었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업 목소리 빠진 혁신산업 정책을 지양하자 : 미국, 대만, 싱가포르, 일본의 사례와 같이 민관 협력 사례를 벤치마킹 하자. 정부 중심의 형식적인 정책 나열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민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자.
2) 성장 발목잡는 노동생산성을 높이자 : 김대중 정권 때처럼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성장의 활로를 찾자.
3) R&D 성과를 높이자 : 투입되는 R&D 예산만큼 성과가 높지 않다. 그것은 기술이 연구실을 떠나 산업현장까지 도달하는 경로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 경로를 구축하자.
4) 갈등과 양극화의 비용을 줄이자 : 한국사회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 강자인 민주당이 양보를 해야 협상과 타협이 가능하다. 과거 남아프리카의 몽플뢰르 대타협을 배우자. 남아공은 오랫동안 아파르헤이트 정책(인종차별 정책)으로 백인 소수정권과 흑인 다소 대중간의 갈등이 심했다. 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30여명의 각계 지도자가 모여 4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플라밍고 시나리오(협력, 상호이해, 느리지만 꾸준한 개혁)를 채택한 것.
5) 부동산 집중된 민간부채 구조를 개선하자 : 우리나라 민간부채는 향후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 부동산 집중 부채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기업(또는 주식시장)으로 돌리자.
6) 미래세대 옥죄는 국가 의무지출을 구조조정하자 : 정부의 선심성 지출구조를 조정하고,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을 조정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은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을 여섯가지로 요약해 실었습니다. 물론 이 여섯가지 외에도 더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들 문제들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우리나라 민족은 갈등과 양극화 속에서도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해온 기적의 국가입니다. 비록 지금은 큰 암초를 만나기는 했지만 위기를 극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의 몽플뢰르 대타협처럼 좌우가 만나 미래의 진로를 여는 점진적 개혁이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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