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0일)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개최된 연례 개발자 행사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5’를 통해 새로운 운영체제(OS)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인 ‘리퀴드 글래스’를 공개했습니다.
2013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OS의 기본 디자인을 완전히 바꾼 파격적인 행보에 많은 기대가 쏠렸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인공지능(AI) 부문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12년 만의 OS 디자인 개편, '리퀴드 글래스'의 등장


새로운 UI인 '리퀴드 글래스'는 이름 그대로 유리와 액체를 형상화한 디자인이 적용되었습니다. 
알림창, 아이콘, 검색창 등이 반투명으로 흐리게 처리되어 창을 열어도 배경화면이 은은하게 보이도록 한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시각적으로 신선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며, 사용자 경험을 한층 더 부드럽게 만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전 "오늘 엄청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한껏 키웠고, 실제로 UI 개편은 사용자들에게 시각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AI는 '실망' 그 자체… 경쟁사 추격에 급급한 모습


문제는 AI 부문이었습니다. 작년 WWDC에서 자체 개발 AI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고 오픈AI와의 협력을 발표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애플은, 올해는 AI 관련 새로운 발표가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에 그쳤습니다. 이는 제3자 업체 개발자가 애플의 AI 모델을 자사 앱에 접목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더욱이, 통화·메시지 실시간 번역, 캡처한 화면에 있는 제품을 AI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 등은 이미 삼성전자와 구글 등 경쟁업체들이 내놓은 AI 기능을 '따라가는 수준'이라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AI 부활을 포기했다"는 탄식까지 내놓았을 정도입니다.

시장의 싸늘한 반응과 불확실성 증폭

이번 발표는 시장에서도 차가운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어제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1% 떨어진 201.4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애플 전문가로 꼽히는 마크 거먼 블룸버그통신 기자는 애플의 발표에 대해 "애플은 사실상 AI 갭이어(안식년)를 보내는 셈"이라고 평가했으며, 토머스 허슨 포레스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새롭고 멋진 기능이 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사용 경험에 근본적인 경험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스마트폰 관세 부과 방침에 타격을 받은 데 이어, 핵심 경쟁 분야로 떠오른 AI 경쟁에서도 소외되는 모습을 보이며 애플의 향후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과연 애플이 AI 분야에서 다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