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약 26조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 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6년 만의 해외 원전 수출 사례로, 한국 원전 산업이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의미 있는 사건입니다. 이번 수주는 체코전력공사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소(EDUⅡ)가 발주한 것으로, 총 용량 2GW(기가와트), 총사업비는 약 260억 체코 코루나(한화 약 26조 원)에 달합니다.
이 같은 호재성 뉴스는 국내 증시에서 원전 관련주들의 강세로 이어졌습니다. 6월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7.62% 상승한 45,900원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장중에는 52주 신고가인 46,25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이외에도 한수원의 파트너사인 한국전력 계열사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한전산업은 11.84% 상승한 12,750원, 한전기술은 19.8% 급등한 73,200원을 기록했으며, 한전KPS도 5.33% 오른 44,450원으로 장을 마무리했습니다.
그 외 부품, 건설, 자동화 분야 등 원전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기업들 역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급등했습니다. 성광벤드(25.65%), 한신기계(6.77%), 서전기전(4.79%), 우리기술(4.11%), 대우건설(3.19%) 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습니다.
이번 체코 원전 사업에는 한수원이 주계약자로 참여하며, 한전기술이 설계를 담당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공급 및 시공, 대우건설이 시공, 한전연료가 핵연료 공급, 한전KPS가 시운전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구조로 진행됩니다. 특히 체코 정부는 향후 테믈린 지역에 2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인데, 이 경우 한수원이 우선 협상자로 나설 수 있어 후속 수주 기대감도 높습니다.
이번 본계약 체결은 한때 프랑스전력공사(EDF)의 가처분 소송으로 지연됐지만, 체코 최고행정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정상적으로 체결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EDF, 웨스팅하우스 등 글로벌 경쟁자들을 제치고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안정성 등을 인정받아 본계약을 따낸 것입니다.
이러한 원전 수주의 흐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전 정책 변화가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원자력 산업 재건’을 핵심으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 행정명령의 핵심은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현재의 4배인 400GW로 확대하고 ▲신규 원자로 인허가 절차를 현행 수년에서 18개월로 대폭 단축하며 ▲민간 투자 유치 및 신형 원자로(소형모듈원자로, SMR) 개발에 정부가 전폭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 약 100GW 수준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는 것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원전 시장 형성을 의미합니다. 특히 인허가 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 프로젝트 추진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수익성 예측이 쉬워지므로 글로벌 EPC 및 기자재 공급사들에겐 대형 호재로 작용합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미국 시장에 다시금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며, 특히 SMR, 차세대 원전 기술 보유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미국과 협업할 가능성도 더욱 커졌습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원자력 확대 정책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원전 산업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전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중동·동남아시아·남미 국가들 또한 장기적인 전력 확보 수단으로 원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미 폴란드,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신규 원전 프로젝트 입찰이 잇따르고 있고, 한국은 이들 시장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글로벌 원전 시장은 탄소중립 실현, 에너지 안보, 경제적 발전이라는 세 가지 필요에 의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으며, 전통적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SMR, 초고온가스로(SHGR) 등 다양한 차세대 원자로 기술도 각국에서 실증과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체코 수주는 단순한 하나의 계약을 넘어 한국 원전 산업의 재도약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한전 계열사 등 원전 생태계 전체가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도 높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