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계란 가격이 다시 급등하면서 정부와 생산자 단체 간의 책임 공방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계란 가격 결정 체계의 불투명성을 계란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반면, 생산자 단체는 정부의 사육 기준 강화 정책이 계란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에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계란 특란 한 판(30구)의 도매가격은 607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상승했습니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6.9%나 올라 계란값 상승세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대한산란계협회가 기준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렸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올해 3월과 5월에만 두 달 만에 44원을 인상해 특란 기준가격을 30%나 올렸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산란계협회가 고시하는 기준가격이 사실상 계란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생산자 단체의 가격 고시 관행을 개선해 합리적인 가격 결정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계란 관련 단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개별 농가와 유통인 간 협상이 가능하도록 수급 정보를 제공하고, 표준거래계약서를 통해 안정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산란계협회 등 생산자 단체는 정부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기준가격 고시 관행이 문제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계란값 상승은 오히려 정부의 축산법 개정과 사육기준 강화로 인한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는 9월부터 기존 0.05㎡였던 사육면적 기준이 0.075㎡로 확대되면서, 이를 앞두고 농가들이 노계를 병아리로 교체하는 수요가 몰렸고, 결과적으로 계란 생산이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사육면적 확대가 계란의 안전성 확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생산량을 줄이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처럼 정부와 생산자 단체가 각기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계란 한 판 가격은 이미 7000원을 넘어서며, 두 달 새 17.4%나 급등했습니다. 계란값 급등의 영향은 단순히 가정용 식재료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외식업체와 제과·제빵 업계 등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라면, 과자 등 각종 식품 가격이 연이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계란값까지 오르자 서민 가계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최근 계란값이 오를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보고, 담합 등의 불공정 거래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가 계란 농가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마친 결과, 산지 가격이 23% 이상 급등할 만한 이유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계란 생산량도 증가 추세이고, 계란 수출량은 전체 생산량의 1%도 되지 않는 만큼 수출로 인한 공급 부족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산란계협회의 기준가격 고시 관행을 폐지하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고시하는 가격을 활용하도록 유통 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축산물유통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가격 기준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개선이 생산자 단체의 반발로 인해 시행이 미뤄지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계란은 국민의 식탁에 꼭 필요한 필수 식재료입니다. 계란값 급등은 단순히 소비자 부담으로 그치지 않고, 외식업계와 식품 산업 전반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절실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산란계 수급 상황과 유통 구조를 면밀히 점검하고, 불공정 거래가 있는지 철저히 단속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동시에 필요하다면 수입 확대와 비축 물량 방출을 통해 공급을 보완할 필요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유통 구조의 투명화와 생산 기반의 안정화를 통해 계란값의 안정적 관리를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장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책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