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572억 7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3%나 감소했습니다. 
단순히 수치적인 감소를 넘어, 내용을 뜯어보면 더욱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수출 쌍두마차, 미국과 중국마저 휘청!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동시에 급감했다는 점이 가장 큰 충격입니다. 대미 수출은 8.1% 감소한 101억 달러, 대중 수출은 8.4%나 줄어든 104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관세 전쟁의 진원지인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지난 4월 6.8% 감소에 이어 5월에는 8.1%까지 하락하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자동차 수출의 32% 급감이라는 직격탄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자동차 품목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서 나타난 명백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반도체가 '나 홀로' 버텼지만...


이처럼 암울한 수출 전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었으니, 바로 반도체 수출입니다. 
5월 기준 역대 최대치인 138억 달러를 기록하며 무려 21%나 성장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전체 수출의 급격한 추락을 그나마 막아선 셈입니다.
전체 반도체 수출은 늘었지만,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오히려 15% 감소했다는 사실은 중국 경제의 부진이 국내 IT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스마트폰 구매 수요가 줄면서 아이폰용 고사양 반도체의 중국 수출이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9대 수출 시장 중 7곳에서 동반 하락... 글로벌 교역 시장 위축의 그림자


지난달에는 우리나라 9대 수출 시장 중 유럽연합(EU)과 옛 소련 연합(CSI)을 제외한 7개 지역에서 수출이 일제히 감소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로 인해 전 세계 교역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관세를 부과한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마저 크게 줄었다는 점은 중국 내부 경기 부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석유제품(-21%)과 일반기계(-14%) 등 대중국 주력 수출 품목들의 실적이 처참한 수준입니다. 
심지어 3대 수출 시장인 아세안으로의 수출 역시 1.3% 감소하며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수출 효자 '반도체'마저 흔들릴 수 있다?!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수출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떠오른 대만과 베트남에 대한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국가가 미국으로부터 높은 상호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25일까지 대만과 아세안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각각 50%, 47%나 급증했습니다. 
대만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수입해 엔비디아, AMD 등의 GPU를 제조하고, 베트남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기지로서 한국산 반도체를 활용해 완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대만과 베트남에 각각 32%, 46%라는 높은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입니다. 
다음 달 8일부터 예고된 대로 국가별 상호 관세가 적용되면, 대만과 베트남산 IT 제품의 수요 감소로 이어져 결국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역수지 흑자,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수출 부진 속에서도 5월 무역수지는 69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작년 동기 대비 흑자 규모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수출이 잘 돼서가 아니라,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결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