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비트코인, 다시 사상 최고치…이번 상승의 배경은?

  2. 기술적 지표를 보자

  3. ‘비트코인 사들이는 회사들’이 시장을 끌어올린다?

  4. GBTC 사례로 본 구조적 수요 문제

  5. 거래소 비트코인 보유량 감소가 의미하는 것

  6. 지금부터 조심해야 할 것들

  7. 상승장은 맞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비트코인, 다시 사상 최고치…이번 상승의 배경은?

최근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인 11만 2천 달러를 돌파했다가 살짝 조정되며 고점 근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소식이지만, 더 주목해야 할 건 무엇이 이 상승을 이끌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몇 달 동안 비트코인은 방향성을 잃은 채 횡보장에 갇혀 있었는데요. 그런데 지난 4월 말쯤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온체인 지표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흔치 않은 기술적 신호까지 겹치면서 9만 4천 달러에서 11만 2천 달러까지 비교적 빠르게 상승했죠.

시장 전체의 시각에서 보자면,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조정 기간 동안 시가총액 대비 코스트 베이시스(평균 매입 단가) 지표가 충분히 열기를 식혀주었습니다. 다시 말해, 시장에 과열된 심리나 지나친 낙관론이 퍼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상승은 비교적 건강한 구조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지표, 다시 주목할 때인가?

기술적 분석을 신뢰하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기본적인 모멘텀 지표는 시장의 방향을 파악하는 데 꽤 유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봉 차트를 보면 RSI(상대강도지수)와 MACD(이동평균 수렴확산지표)가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2024년 3월에서 10월 사이의 횡보장이 끝나고 상승 전환됐을 때와 비슷한 흐름이죠.

물론 차트 하나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이런 신호들이 온체인 데이터, 글로벌 유동성과 함께 작용하면 꽤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가 됩니다. 특히 올해 4월 9일에 기록했던 7만 5천 달러는 이번 사이클에서 의미 있는 바닥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조금씩 우상향하는 흐름입니다.


‘비트코인 사들이는 회사들’이 시장을 끌어올린다?

이번 상승장에서 특히 눈에 띄는 흐름은 비트코인을 회사 자산으로 보유하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 매거진의 모회사인 BTC Inc의 대표 데이비드 베일리가 최근 나카모토(Nakamoto) 라는 비트코인 특화 지주회사를 세우고, 7억 1천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는 소식이 있었죠.

이 회사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가 2020년부터 진행해온 비트코인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비트코인을 축적하고 주당 보유량을 늘리는 방식의 사업모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은 상승장에서는 분명 수요를 유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문제는, 이 전략이 약한 회사가 따라 하면 곧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채 구조가 불안정하거나, 지나치게 레버리지를 활용한 회사들은 하락장이 왔을 때 비트코인을 팔아서 빚을 갚아야 할 수도 있거든요.

잘 운영되는 회사는 장기 부채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면서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GBTC 사례로 본 구조적 수요 문제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 인데요.

2020년 당시 GBTC는 시장에서 가장 큰 비트코인 매수 주체였습니다. 프리미엄 구조 덕분에 기관투자자들이 NAV(순자산가치)보다 비싸게 팔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장기 매수 후 차익을 남기는 구조로 비트코인을 매입했죠.

하지만 2021년 초부터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오히려 디스카운트 상태로 전환되면서 이 전략은 무력화됐습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수요가 급감했고, 그 효과는 꽤 오래 지속됐습니다.

즉, 특정 구조적 수요가 사라졌을 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 비트코인 보유량 감소가 의미하는 것

최근 몇 년간 가장 흥미로운 변화 중 하나는 거래소에 보관된 비트코인의 수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트코인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 동안, 거래소 보유량은 꾸준히 증가했었는데요. 2020년 이후부터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기관투자자들과 장기 보유자들이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빼내콜드 월렛(오프라인 지갑)으로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변화는 유통 가능한 비트코인의 수량을 줄이면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경우 공급 부족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공급 압박이 시장에 작용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부터 조심해야 할 것들

이번 상승장이 계속되려면 넘어야 할 변수들이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를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첫째는 금리입니다.

만약 미국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한다면,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자산들은 다시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투자자들이 더 안정적인 수익을 찾아서 자금을 이동시킬 경우, 비트코인은 일시적인 매도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미국 증시의 조정 가능성입니다.

최근 미국 내 관세 정책이나 지정학적 이슈로 인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비트코인도 같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만 급락이 아니라 완만한 하락이라면, 비트코인이 이를 버티고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어떤 무역정책을 펼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죠.


상승장은 맞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현재의 비트코인 시장은 2021년 초와는 많이 다릅니다. 과열된 감정도 없고, 온체인 지표도 건전하며, 기업 매수도 아직 탄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클은 언제나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2021년에도 비트코인은 6만 9천 달러까지 오른 뒤 장기간 하락했고, 2022년에는 FTX 사태로 1만 6천 달러까지 내려갔습니다.

지금은 상승장 중반쯤에 있다고 판단되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점에 대한 경계심도 함께 키워야 합니다. 특히 비트코인 전략을 채택한 회사들이 앞으로도 계속 레버리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혹은 2026년쯤에는 GBTC와 비슷한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로선 여전히 상승장이 기본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그 속에서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자세가 가장 현명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