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감세 법안이 하원 문턱을 넘은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가 우려했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폐지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늦춰졌음
반면 세액공제가 대폭 축소된 청정에너지 분야는 직격탄을 맞으며 대미 전략 전반을 손질해야 하는 처지
22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은 본회의에서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5표 대 반대 214표로 가결 처리
민주당 의원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으며 공화당에서도 반대 2표, 기권 1표가 나왔음
감세 법안은 2017년 감세법에 따라 시행됐다가 올해 말 종료를 앞둔 각종 감세 조치를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 소득세율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 확대 등. 여기에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했던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제, 미국산 자동차 구입시 대출이자에 대한 신규 세액공제 등도 포함
법안 세부 내용이 알려지자 국내 배터리 업계는 직격탄을 피했다며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
당초 내연기관차를 부흥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AMPC 조항이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 해당 조항의 폐지 시점을 당초 2032년에서 2028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노심초사
하지만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에서는 배터리 셀과 모듈에 대한 생산 보조금 액수는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됐고 종료 시점도 종전 2032년 말에서 2031년 말로 1년 단축되는 데 그쳤음
AMPC 혜택은 현재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제도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747억 원으로 AMPC에 따른 혜택(4577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
삼성SDI는 같은 기간 434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마저도 AMPC(1094억 원) 혜택으로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음
여기에다 미국 하원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막는 강력한 조항을 추가하면서 경쟁 환경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나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에 직접 투자는 하지 못하고 라이선스(사업 허가) 등에 우회적으로 투자해왔는데 이번에 그마저도 막혔다”며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음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구매자에 주는 최대 7500달러(약 1036만원)의 세액공제는 폐지 시한을 2026년 12월 31일로 6년 앞당겼음(2026년에는 지난 16년간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가 20만 대를 넘지 않은 업체의 전기차만 공제를 받을 수 있어, 실질적으로 많은 기업이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
한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도 수혜 대상이었던 차량 대여(리스)와 렌터카 등 상업용 전기차에 제공하는 세액공제도 없애기로 했음
이에 대해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이외에도 내연기관 제품군이 다양해 당장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음.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모든 전기차 업체가 동등하게 세제 혜택이 축소된다면 현대차·기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기차만 판매하는 업체들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음
세액공제 혜택이 대폭 줄어든 청정에너지 분야는 사업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하는 형편. 수정 전 법안 내용과 비교하면 청정전력생산세액공제(45Y)와 청정전력투자세액공제(48E) 폐지 시점을 앞당기게 됐음. 해당 세액 공제는 태양광·풍력·지열·원자력발전소·에너지저장시설 등 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을 생산하는 업체가 받을 수 있는데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법안 제정 60일 이내에 착공하고 2028년 말까지 가동을 시작한 시설로 대상을 제한. 다만 원전의 경우 2028년 말까지 건설을 시작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예외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 : “현재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는 구매 보조금 폐지 및 생산보조금 유지라는 가정하에 컨센서스가 형성됐다”며 “AMPC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에서 주가 하방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
유럽의 이산화탄소(CO2) 규제 강화로 전기차 판매 회복세를 보이면서 2차전지주의 반등이 점차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 “유럽 전기차 판매 턴어라운드 폭 확대로 배터리 재고 소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올해 2분기부터 유럽발 2차전지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 : “유럽은 탄소 규제에 따른 벌금을 회피하고자 2025∼2027년 연평균 20% 내외의 전기차 판매 증가가 필요해 국내 업체들의 유럽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전망”. “인도는 전기차 침투율이 2% 미만이지만 미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관세 등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하반기부터 시장이 열릴 것”
이진명·김명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 "미국의 탈중국 노선은 중국산 배터리 관세 부과로 더욱 강화돼 국내 업체들의 경쟁 우위가 예상된다"며 "특히 중국산 점유율이 87%인 ESS(에너지저장장치)용은 향후 비중국산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국내 업체들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
2차전지 구하기 임원 주식 매수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박진 삼성SDI 부사장은 이달 12일 삼성SDI 주식 500주를 장내 매수. 취득 단가는 주당 17만 1700원으로 전체 취득 금액은 8585만원
허제홍 엘앤에프 이사회 의장의 경우 14일 엘앤에프 주식 1540주를 취득. 취득 단가는 1주당 6만 5365원, 전체 매수금액은 1억 66만원
<시사점>
트럼프 정부의 반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와 2차전지업계가 큰 곤혹을 치루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바뀐다는 인식으로 2차전지주가 천정부지로 올랐고, 아직도 그 기대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입니다.
전기차 캐즘과 트럼프의 정책의 여파로 2차전지주가 최대의 위기국면에 처해 있습니다. 거기다가 이러한 약점을 노린 공매도 세력의 무차별 공격으로 주가반등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이 하원을 아쓸하게 통과했고 상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세안에 반대하는 공화원 의원들이 있어 상원통과가 불확실하지만 일단은 통과를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봅니다.
감세안을 보면, 일단 전기차에 대한 세액 공제는 2026년말로 단축되었는데, 2026년에는 16년간 20만대 이하의 판매사에만 주어집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대수를 보면 확실하지는 않지만 현대차 15만대, 기아차 10만대 정도로 추측합니다. 각 사는 20만대 이하이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하면 확실하게 20만대를 넘는다고 하겠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각자로 볼지, 아니면 현대차그룹으로 한 회사로 볼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2차전지에 주어지는 세액공제는 2032년에서 2031년으로 1년 정도 단축되었기 때문에 불행 중 다행인 상황이며, 구사일생이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닙니다. 2차전지가 전기차 배터리외에도 ESS 등에도 사용되는 만큼, 고사위기로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중국산 배터리가 원천 차단되므로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고, 유럽인도향 전기차, 2차전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일말의 희망도 생기고 있습니다.
2차 전지 관련 회사의 임원이 주식을 매수하는 등 과매도 국면을 보여주고 있어 신규 투자자라면 소액으로 분할매수할만 하며, 기존 투자자라면 상당 기간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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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488993?date=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