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가 마침내 케이뱅크를 실적 면에서 앞질렀습니다. 한때 업계 3위로 평가받던 토스뱅크가 이제는 케이뱅크를 추월하고 카카오뱅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자본력 확충과 플랫폼 경쟁력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운영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사내 분위기 조성을 위한 파격적인 행보로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연간 흑자 전환을 기념하며 사비로 직원 100명을 일본 오키나와로 포상 여행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 대표는 과거에도 만우절 이벤트로 테슬라 차량을 직원들에게 선물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그 약속을 지켜낸 것입니다.
토스는 2023년 연간 기준 2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2022년만 해도 3,5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5,6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1% 증가했으며, 토스뱅크는 1분기 순이익 18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했습니다.
토스뱅크는 2021년 말에 출범한 이후 빠른 속도로 여신 잔액을 늘려왔습니다. 2024년 1분기 기준 여신 잔액은 14조6000억원으로 케이뱅크의 16조9000억원을 거의 따라잡은 수준입니다. 토스뱅크가 아직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여신 확대 여력이 크다는 평가입니다. 예금 규모 또한 케이뱅크(약 28.5조)와 비교해 1조5천억원 미만의 격차로 좁혀졌습니다.
이러한 성장은 자본력에서 기인한 바가 큽니다. 토스뱅크는 출범 이후 총 8차례에 걸쳐 1조685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꾸준히 확충했습니다. 이는 대출자산 확대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자본비율 또한 케이뱅크보다 높은 14.76%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갖췄습니다.
토스뱅크의 또 다른 강점은 강력한 플랫폼입니다. 토스 앱은 2025년 1분기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약 1,400만 명에 달하며, 카카오뱅크(1,000만 명), 케이뱅크(330만 명)와 비교해 확연한 우위를 보입니다. 앱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수시입출금 예금 상품에 높은 금리를 적용한 전략은 예금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대출로의 선순환 구조를 빠르게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케이뱅크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2024년 1분기 순이익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507억원) 대비 무려 68.2%나 감소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의 관계에 크게 의존했던 수익 구조가 이번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입니다. 특히 업비트 예치금 이용료율이 기존 0.1%에서 2.1%로 급등하면서, 케이뱅크의 이자 비용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순이자마진은 1.41%로 전년 대비 1%p 가까이 하락했으며, 이자이익도 20% 가까이 줄어든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1거래소-1은행’ 제휴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점도 케이뱅크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해당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케이뱅크의 업비트 중심 고객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수익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에 케이뱅크는 최근 개인사업자 대상의 ‘사장님 부동산 담보대출’ 등을 출시하며 기업금융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2027년까지 중소기업 대상 100% 비대면 법인대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장기 수익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본 확충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케이뱅크는 올해 세 번째 IPO를 준비 중이며, 이를 위해 주관사 선정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FI(재무적 투자자)들과의 계약에 따라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조건이 걸려 있어 상장은 사실상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IPO 성공 여부가 향후 도약을 위한 핵심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한편, 토스뱅크는 금융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BBC와 B Lab Global이 공동 제작한 ‘Common Good’ 다큐멘터리에 아시아 최초로 참여한 사례가 이를 보여줍니다. 이 캠페인은 이윤을 넘어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기업을 조명하며, 토스뱅크는 시각장애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과 자영업자 대상 비대면 대출 혁신 사례로 소개되었습니다.
이처럼 토스뱅크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기술, 고객 중심 설계, 자본력, 플랫폼 역량까지 다방면에서 혁신을 이루며 기존 인터넷은행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토스뱅크의 다음 행보는 단지 업계 2위 등극이 아니라, 금융의 본질적 가치 회복과 포용적 금융의 실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