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CJ ENM과 손잡고 오는 6월 2일부터 배민클럽과 티빙을 결합한 새로운 통합 멤버십 상품을 선보입니다. 이는 쿠팡이츠의 와우 멤버십 전략에 맞서는 한편, 자사 유료 멤버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기존의 배민클럽은 월 3,990원(프로모션 시 1,990원)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과 장보기, 쇼핑 쿠폰 등을 제공해왔지만, 이번 제휴를 통해 티빙의 광고형 스탠다드 이용권까지 포함되면서 혜택이 대폭 확대됩니다. 출시 초기에는 첫 달 100원만 추가하면 티빙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월 3,500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이용 가능합니다.
이 같은 행보는 배달 서비스를 넘어 생활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꾀하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단순히 배달이라는 본업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자 생활 전반에 서비스를 연결함으로써 플랫폼 락인 효과를 높이고, 다양한 일상 혜택을 하나의 멤버십에 담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쿠팡 역시 이와 같은 전략을 선도해왔습니다. 와우 멤버십은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쿠팡 로켓배송까지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 이미 2,340만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특히 오는 6월부터는 쿠팡플레이를 일반 회원에게도 광고 기반으로 무료 제공할 예정이며, 이로 인해 사용자 접점은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콘텐츠는 이제 배달앱 경쟁에서도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되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OTT 서비스를 하나쯤은 구독하는 시대가 되었고, 배달앱 멤버십에 콘텐츠가 포함된다면 플랫폼 이탈을 막고 충성도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티빙과 배민의 제휴는 각사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티빙은 AVOD 모델(광고형 요금제)의 가입자 비중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광고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번 제휴를 통해 D2C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농촌 지역까지 타겟층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티빙은 올해 1분기 기준 AVOD 가입자 비중을 39.2%까지 끌어올렸고, 스포츠 콘텐츠와 숏폼 콘텐츠 강화, 오리지널 시리즈 공개 등으로 사용자 트래픽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CJ ENM의 전체 실적은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부진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커머스 부문과 티빙의 광고 매출 성장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티빙은 배민 외에도 다양한 제휴사를 확보해 가입자를 20\~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배달앱 간 경쟁은 이제 배달 자체의 서비스 품질이나 가격이 아닌, 플랫폼이 제공하는 총체적인 경험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배달료, 속도, 입점 매장 등 주요 요소는 상향 평준화되었고, 할인 경쟁은 오히려 출혈을 유도하며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플랫폼들은 멤버십 기반의 연계 혜택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배달앱을 통해 장보기, 쇼핑, 콘텐츠 소비까지 가능한 구조를 만들면서 이용자의 앱 체류시간을 늘리고, 멤버십을 유지할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쿠팡은 이러한 모델을 이미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으며, 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스포츠 중계, 예능, 영화, 드라마 등을 제공하면서 회원 충성도를 더욱 강화해 왔습니다. 여기에 고화질 스트리밍, 멀티채널 오디오, 현장 관람 이벤트 등 리워드 기반 기능도 확대 중입니다. 또, 장르별 유료 콘텐츠 서비스 ‘패스(PASS)’를 도입해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인 고객층까지 공략하고 있습니다.
배민은 이번 티빙과의 제휴를 계기로 쿠팡의 강력한 통합 멤버십 전략에 대응하고, 자사의 플랫폼 정체성을 한 단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배민의 MAU는 약 2,100만\~2,200만 명 수준에서 정체된 반면, 쿠팡이츠는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배민 입장에서는 플랫폼 생존을 위한 콘텐츠 연계 전략이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넷플릭스와 제휴해 멤버십에 광고형 요금제를 포함했고, SSG닷컴은 11번가에 입점해 신선식품을 공급하며 커머스 영역에서의 협업을 확대했습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는 넷플릭스 제휴 이후 1.5배 늘었고, 쇼핑 지출 역시 30%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콘텐츠가 단순한 혜택을 넘어 전환율과 객단가를 높이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플랫폼의 생존 전략은 구독, 멤버십, 콘텐츠 세 요소가 맞물린 구조로 진화하고 있으며, 배민과 티빙의 협업도 이 공식에 충실히 부합합니다. 배달의민족이 콘텐츠를 품고, 티빙은 생활 플랫폼과의 제휴로 저변을 넓히는 이 그림은 향후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배달 앱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플랫폼을 선택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