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게임’이라 불렸던 온라인 게임들이 하나둘 사라져가는 지금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넥슨의 개발 자회사 네오플이 만든 ‘던전앤파이터(Dungeon & Fighter, 이하 던파)’ 시리즈입니다. 이 게임은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흥행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넥슨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해오고 있는 네오플과 던파의 이야기는 단순한 게임 성공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던파는 2005년 PC 온라인 게임으로 처음 출시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횡스크롤 액션이라는 장르는 다소 마이너한 장르로 여겨졌지만, 던파는 예상을 뒤엎고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전투 시스템과 직관적인 조작감, 그리고 끊임없이 추가되는 직업군과 던전 콘텐츠가 유저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키보드 액션의 손맛’이라는 표현은, 던파 유저들에게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던파의 진정한 전성기는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08년 중국에 정식 출시된 이후, 이 게임은 말 그대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중국 국민 게임’ 수준의 입지를 다지게 됩니다. 수많은 중국 게이머들이 캐릭터 육성과 던전 공략, 커뮤니티 활동에 열광했고, 현지 서비스는 텐센트가 맡으면서 안정적인 운영과 빠른 콘텐츠 업데이트가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2025년 1분기 기준으로는 중국 서버에서 진행된 신년 업데이트와 게임 내 경제 밸런스 조정이 큰 호응을 얻으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3%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네오플의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2024년 네오플은 매출 1조 3,784억 원, 영업이익 9,824억 원이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6.4%, 영업이익은 46.4%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체 매출 중 약 93%는 중국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단일 게임이 해외 시장에서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성과가 제주 본사 기준 약 300명의 인력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네오플은 넥슨이 2008년에 인수한 완전 자회사로, 법적으로는 독립 법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넥슨의 핵심 개발 스튜디오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넥슨은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한국과 북미, 유럽 등지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퍼블리셔입니다. 현재는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 온라인’, ‘블루 아카이브’ 등의 인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 분기 수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 중입니다.
실제로 넥슨은 2025년 1분기에 매출 1조 820억 원, 영업이익 3,95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43% 증가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던파의 반등과 메이플스토리 등 기존 IP의 안정적 수익 덕분이며, 특히 중국에서의 던파 매출 증가가 전사 수익 상승의 주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직원 처우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네오플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약 2억 2천만 원으로, 국내 게임업계 중 최고 수준입니다. 개발 직군의 평균 연봉은 약 2억 6천만 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년 대비 약 31% 상승한 수치입니다. 이는 제주라는 특수한 근무 환경과 더불어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력 있는 보상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던파는 단순한 온라인 게임을 넘어,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미디어믹스와 신작 개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싱글 패키지 게임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오픈월드 액션 RPG로 알려진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콘솔 기반의 신작 ‘던전앤파이터 오버킬’ 등도 개발 중이며, 던파 IP의 확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던파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한국 게임 산업의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글로벌 무대에서 변함없는 흥행을 이어가며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넥슨의 성장을 이끌어온 네오플. 이들이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갈지 게임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