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은 각각 보유하고 있는 영화 관련 계열사인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국내 영화산업에 지각 변동을 예고했습니다. 이번 합병은 극장과 영화 투자·배급 부문의 구조를 재편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침체된 영화 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입니다. 롯데쇼핑은 롯데컬처웍스 지분 86.37%를, 콘텐트리중앙은 메가박스중앙 지분 95.98%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합작법인은 양사의 공동 경영 체제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이번 합병은 단순히 극장 체인을 묶는 수준을 넘어, 콘텐츠 투자, 마케팅 역량, 운영 효율성 등을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극장 산업은 관객 감소, 콘텐츠 제작 부진, 흥행작 부족 등으로 전반적인 침체를 겪고 있으며, 롯데와 메가박스 모두 재무적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에 따라 양사는 합병법인을 통해 신규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여 자본확충과 재무 안정화에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양사의 합병이 완료되면, 메가박스(극장 수 115개, 스크린 수 767개)와 롯데시네마(극장 수 133개, 스크린 수 915개)가 통합돼 총 248개 극장과 1,682개 스크린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멀티플렉스 사업자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는 현재 업계 1위인 CJ CGV(극장 수 192개, 스크린 수 1,346개)와 유사한 수준으로, 국내 극장 시장이 양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입니다. 양사는 이를 통해 기존 3사 간의 출혈 경쟁을 완화하고, 영화 배급에서의 편중 문제를 해소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특히, 양사는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고유 콘텐츠와 제작 노하우, IP(지식재산권)를 결합해 신규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고 이를 극장 및 다양한 플랫폼에 선보여 수익을 극대화한 뒤, 다시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신과함께’ 시리즈, 메가박스의 투자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범죄도시’ 시리즈 및 ‘서울의 봄’ 등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경험이 있어, 이들의 결합은 콘텐츠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시너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단순 상영을 넘어 오감 체험이 가능한 특별관(돌비 애트모스, MX4D, 수퍼플렉스G 등)에 대한 신규 투자도 병행하며, OTT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영화관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메가박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완결편 단독 상영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 사례가 있으며, 앞으로도 단독 콘텐츠 확보 전략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한편, 업계 1위인 CJ CGV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CGV는 연결 기준 매출 5,336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는 춘절 시즌 흥행작에 힘입어 영업이익 189억원을 달성했고, 베트남에서도 코미디 영화의 흥행에 따라 역대 최대인 1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반면 국내는 흥행작 부재로 3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고전했습니다.
CGV는 자회사인 CJ 4DPLEX를 통해 스크린X와 4DX 기술을 앞세운 글로벌 상영관 확장을 주요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극장체인 AMC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특별관 보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영화 외에도 스포츠, 공연 등 얼터 콘텐츠 산업화를 추진하며 영화관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롯데와 메가박스의 합병은 한국 영화산업의 체질 개선과 생태계 안정화를 위한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단순한 점유율 확보보다 수익성 중심의 운영 전환이 영화관 업계 전체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향후 신규 합작 법인이 자본시장과 콘텐츠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또 CJ CGV와 어떤 차별화된 전략을 전개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