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이제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라 대한민국 내수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이민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약 265만 명으로, 이들이 국내에서 신용카드로만 소비한 금액은 56조 원이 넘습니다. 이는 국내 전체 개인 신용카드 소비액의 6.9%에 해당하며, 대구시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숫자의 외국인들이 국내에 거주하며 실질적인 내수 소비를 이끌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스타트업들과 내수 기업들은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자 발급, 행정 처리, 금융, 주거, 채용, 통신, 결제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영역에서 외국인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솔루션이 출현하고 있으며, 이들은 새로운 시장이자 ‘또 하나의 내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컨대 하이어다이버시티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외국인등록증 발급, 비자 연장, 휴대폰 개통, 계좌 개설 등 약 80여 개의 행정 절차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하이어비자’ 앱을 개발해 전국 100여 개 대학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미 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엔코위더스가 있는데, 이들은 외국인 대상 중장기 숙박 플랫폼인 ‘엔코스테이’를 운영하며 서울 장한평 등에 외국인 전용 코리빙 주거 시설 ‘엔코플렉스’까지 직영으로 확장하며 외국인의 정주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이미 월간 5만 명 이상이 이 플랫폼을 방문하고 있으며, 매월 300건 이상의 계약이 체결되고 있습니다.
핀테크 분야에서도 외국인을 위한 금융 솔루션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패스는 국내 최초의 외국인 대상 해외 송금 플랫폼으로 시작해, 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추고 송금 시간을 5분 이내로 줄이는 방식으로 급성장했습니다. 현재는 구인·구직, 공과금 납부, 교통카드 충전, 항공권 예매 등 비금융 서비스까지 결합하며 ‘외국인 슈퍼앱’으로 도약하고 있고, 월간 40만 명이 이 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경훈 대표는 향후에는 외국인 대상 비대면 신용대출 비교 서비스, 다국어 택시 호출 앱 등으로 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PG사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토모로우는 외국인이 한국 온라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었던 ‘본인 인증’의 벽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해결하고자 KYC 인증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들은 외국 통신사 및 정부 인증기관과 협업하여 외국인의 신원을 실시간으로 검증하고, 기존 인증 체계가 커버하지 못했던 영역을 혁신적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이렇듯 외국인 시장은 점점 더 분화되고 세분화되고 있으며, 단기체류자, 유학생, 고소득 전문인력, 블루칼라 근로자 등 대상군에 따라 서비스 설계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벤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JB인베스트먼트는 외국인 대상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100억 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결성했으며, B2C보다 기관 및 기업과 연계해 외국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B2B2C 모델이 더 유망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정부도 외국인 유입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정주 여건이나 차별 해소 등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들이 정부와 지자체가 놓치는 사각지대를 채우며 공공 서비스의 보완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와 글로벌리어는 외국인 전용 택시 호출 앱 ‘타바’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경상북도는 외국인 전용 원스톱 지원센터를 구축해 외국인 고용과 정착을 아우르는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결국 체류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문화적 통합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영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금융, 주거, 비자, 통신, 커뮤니티 등 외국인의 삶을 실제로 개선해줄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시장은 내수의 새로운 기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