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는 여전히 세계 뷰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한류 콘텐츠의 확산과 더불어 기능성과 디자인, 가격 경쟁력을 고루 갖춘 K-뷰티 제품들은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중동 등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으며, 2025년 현재도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 중심에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같은 전통 강자들이 있고, 달바글로벌과 에이피알(APR) 같은 신흥 주자들이 공격적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K-뷰티는 2024년 기준 약 146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연평균 9%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 중입니다. 일본의 시세이도, 미국의 에스티로더, 프랑스의 로레알과 같은 전통 강자들과 경쟁하는 가운데, K-뷰티는 디지털 마케팅, 제품 기술력,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세계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와 같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2023년 다소 주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뷰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면세점 채널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하고, 중국 이커머스 채널에서도 소비 회복이 지연되면서 매출이 감소했지만, 미국·일본·EMEA 시장에서의 다변화 전략과 럭셔리 브랜드 집중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라네즈가 세포라 입점과 SNS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매출이 58% 이상 성장했고, EMEA 시장은 60% 이상 성장하며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시장 다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 중인 K-뷰티 기업 중 하나입니다. ‘중국 집중’ 전략에서 벗어나 북미, 일본, 중동, 동남아로 시장을 분산시키고 있으며, 글로벌 뷰티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화 전략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아마존과의 연계, 동남아에서는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같은 로컬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은 한때 K-뷰티 대표 브랜드였던 ‘더후’를 필두로 프리미엄 한방화장품 시장을 개척하며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화장품 부문에서의 성장 정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노후화와 면세점 의존도 상승이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2023년 화장품 부문 매출은 약 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0% 이상 줄었습니다. 반면,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은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등과의 협업 브랜드는 북미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더마 브랜드인 CNP 역시 일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러한 멀티 포트폴리오 전략은 전체 사업 안정성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부문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지만, 화장품 부문에서는 여전히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 브랜드 AGE20’s는 쿠션 파운데이션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로컬 브랜드와의 가격 경쟁, 코로나 이후의 소비 둔화 등으로 인해 본격적인 실적 반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경은 중동, 동남아, 미국 등 신규 시장 공략을 통해 화장품 부문에서도 성장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 기업들과 함께 최근 K-뷰티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이 바로 달바글로벌 에이피알(APR)입니다.


달바글로벌은 원래 H\&B 스토어 중심의 유통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유럽과 북미, 중동까지 확장하면서 단독 스킨케어 브랜드 중 독보적인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표 제품인 ‘화이트 트러플 미스트 세럼’은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을 핵심 원료로 사용해 프리미엄 이미지와 차별화된 기능성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24년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무려 210% 성장하며 약 1,500억 원을 돌파했고, 미국 아마존에서도 스킨케어 부문 상위권에 꾸준히 랭크될 만큼 브랜드 파워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달바는 ‘비건 뷰티’, ‘저자극 기능성’이라는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하며 글로벌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에이피알(APR)은 더욱 독특한 방식으로 K-뷰티의 새 지형을 그려가고 있는 기업입니다. 온라인 D2C(Direct to Consumer) 모델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디지털 마케팅과 콘텐츠 중심의 브랜드 운영으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해 왔습니다. 에이프릴스킨, 메디큐브, 글램디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에이피알은 특히 메디큐브를 통해 미용기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뷰티’ 영역을 개척하며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디큐브의 ‘AGE-R’ 고주파 기기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 50만대를 돌파하며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도 선도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24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고, 2025년 5월 기준 시가총액은 약 1조 9,800억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에이피알은 단순히 화장품을 넘어서 AI 기반 피부 분석, 피부측정기기 개발 등 뷰티 테크 영역으로까지 확장을 모색 중입니다.


K-뷰티의 과거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이라는 전통 강자들의 경쟁이었다면, 현재와 미래는 디지털과 기술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과 중견기업들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브랜드력, 유통 전략, 글로벌 네트워크, 소비자 소통 방식에서 다양한 색깔과 속도로 경쟁하는 이 구조는 K-뷰티 산업을 더욱 다층적이고 탄력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 또한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지금의 K-뷰티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강력한 ‘글로벌 콘텐츠’이자 수출 산업의 핵심 자산으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분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