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 대정전 사태의 교훈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
교통, 통신, 금융 인프라가 한때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포르투갈 리스본 등 양국 주요 도시의 시민들이 한동안 촛불에 의지하는 등 19세기로 돌아간 듯한 대혼란을 겪으면서 스페인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
양국 정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전의 원인을 조사 중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음
또 정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대형 사고 등은 발생하지 않았음

자료 : 동아일보

정전 후 19세기로 돌아가

로이터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대규모 정전은 28일 낮 12시 33분(스페인 시간 기준) 스페인 전역, 포르투갈 및 프랑스 남부 일부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시작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선 지하철이 갑자기 운행을 멈추면서 약 3만5000명의 시민들이 구조
지상에선 교통 신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주요 건물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수신호로 차량을 통제
컴퓨터 작동이 어려워져 업무를 할 수 없게 된 직장인들은 낮부터 회사에서 나와 대거 귀갓길
부모들은 정전이 된 학교에서 자녀들을 데리고 나오는 등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
상점에선 카드 결제기가 작동하지 않아 큰 불편이 초래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 등 주요 스포츠 경기도 중단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정전으로 스페인이 19세기로 돌아갔다”고 전했음
포르투갈도 리스본과 주변 지역, 북부 및 남부 지역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시스템 먹통으로 리스본 국제공항에선 비행기 200여 편이 결항됐고, 일부 주유소는 영업을 중단했다.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앞두고 예정돼 있던 총리와 야당 대표 간 TV 토론도 연기됐다.
스페인 내무부는 마드리드, 안달루시아, 엑스트레마두라 등 일부 지역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에 3만 명의 경찰을 배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8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신속한 전력 복구를 위해 휴대전화 사용과 외출을 자제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요청
CNN방송에 따르면 스페인은 29일 오전까지 전력의 92%를 복구(오전 6시 현재 99% 복구)
중장거리 열차 노선 일부에선 아직 전력을 복구 중이며, 취소 및 지연된 항공편이 많아 일주일가량 공항 이용에 불편이 따를 것으로 스페인 교통부는 예상
포르투갈 역시 국가 에너지 위기를 선포하고 전력망 복구에 돌입. 포르투갈 전력공사인 REN에 따르면 리스본 등을 중심으로 28일 밤부터 전력 공급이 재개돼 29일 오전에는 포르투갈 전역의 복구율이 95%로 집계

대정전 스페인에서 시작

포르투갈은 전력망을 스페인과 공유하고 있는데, 정전이 발생한 오전 시간대 전력을 스페인에서 들여와 피해를 입었다고 CNN은 분석
스페인 산체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15GW 규모의 전력 생산이 단 5초 만에 사라졌다”고 설명. 이는 정전 당시 스페인 전체 전력 수요의 60%에 해당하는 규모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REN(포르투갈 전력공사)은 “스페인 내륙의 극심한 기온 변화로 인해 초고압선에 이상 진동이 발생하는 ‘유도 대기 진동’ 현상에 의해 시스템 간 동기화 장애가 생겨 전력망이 교란된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 사이버보안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정전이 “(전력망의) 케이블 결함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음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발전 과잉이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전했음. 스페인이 최근 몇 달간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을 확대하면서 전기 생산이 크게 늘었는데 송배전이 이에 맞춰 확충되지 않아 전력망이 불안정해졌다는 것
일각에서는 사이버 공격이 원인이라는 설(러시아 배후)

넷제로 정책에 예고된 재앙?

스페인은 국가 전력망이 평일 기준으로는 처음 100% 재생에너지로만 가동됐다는 성과를 자축한 지 불과 엿새 만에 대규모 정전을 맞았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재생에너지로 급격히 전환한 결과 발생한 구조적 불안정성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분석
통신망도 붕괴돼 일부 지역에서는 통화와 인터넷 접속이 모두 먹통
정전 사태 초기에 포르투갈 전력 회사 REN은 극한 기온 변화나 희귀한 대기 현상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몇 시간 안에 철회
스페인 전력망 운영사인 레드엘렉트리카(REE)에 따르면 이번 정전은 수도 마드리드 인근 전력 시스템에서 시작
정오 무렵 급격히 높아진 기온 속에서 전력수요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태양광발전량이 전력망을 압박
최초 손실이 발생할 당시 ‘매우 강한 진동’이 감지됐으며 이로 인해 유럽 표준 주파수(50Hz)가 무너지고 발전소들이 연쇄적으로 자동 차단되면서 정전이 확산
스페인 내 전력망에서 극심한 진동이 발생하면서 유럽 표준 주파수가 무너지며 발전소들이 연쇄적으로 자동 차단됐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력망은 유럽 본토 전력망과의 연결이 끊기면서 완전히 고립
근본적인 문제는 에너지 구조 변화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석탄·가스·원전이 전력망의 중심. 이들은 외부 충격이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도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그러나 최근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유럽연합(EU)의 2050 탄소 중립(넷제로) 달성 계획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렸음
스페인은 현재 전체 전력의 4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발전용량은 독일에 이어 EU 내 2위 수준임. 아울러 스페인은 원자력발전 비중을 현재 20%에서 ‘제로(0)’로 줄이는 탈원전 정책도 추진 중임. 전력망의 기반을 과거보다 훨씬 불안정한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것임
영국 스카이뉴스는 “정전에 분노한 스페인 시민들이 정부의 넷제로 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음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력망 불안정성을 두고 수년 전부터 경고가 이어지고 있음. 그간 에너지 전문가들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주파수 조정과 긴급 상황 대응이 어렵다며 플라이휠·배터리·열발전기 등의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정책에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음

<시사점>

4월 28일 정오 33분경(현지시간) 스페인-포르투갈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정전으로 인해 1)지하철, 항공, 교통신호 등 교통수단이 마비되고, 2) 컴퓨터, 통신 등이 중단되었으며, 3) 상품 결제 등 생활이 어려워지는 극단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 원인은 이상기후에 따른 유도 대기 진동 발생 등의 주장이 나왔으나 현재 가장 설득력있는 가정은 과다한 넷제로 정책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가장 안정적인 전력망은 석탄·가스·원전 등이며, 이들은 외부 충격이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도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국가전력망이 평일 기준으로 처음 100% 재생에너지만 가동했다는 축배를 든지 불과 엿새 만에 이러한 대규모 정전을 맞이해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이 화제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가 한 때 10%대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원전 확대(32.5%) 등으로 7% 수준(2024년 기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력 사정은 상당히 안정적인데 그 배경에는 탄탄한 원전 발전이 자리를 하고 있는데 따른 것입니다. 향후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겠습니다만, 이번 스페인-포르투갈 대정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탈원전 정책으로 나아가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병행 발전해야 하며, 이번 사태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전력 불안전성 증대)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