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및 원자재값의 상승으로 공사원가가 크게 올랐다. 평균 공사비가 800만원대에 육박한다.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 저하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사업장이 많다.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이라는 둔촌주공 재건축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사 중단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이후 이에 대한 해석으로 다시 갈등을 맞았다.
시공비 증가로 인한 공사비 인상과 공사 중단은 재건축 사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조합방식" 정비사업의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업비 조달이 쉽고 추진속도가 빠른 신탁방식을 적용하는 구역도 생긴다. 오늘은 신탁방식 재건축 재개발 수수료 문제에 대한 분석입니다.
조합 VS 신탁
정비사업의 진행 방식은 크게 조합방식과 신탁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조합방식 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 스스로 조합을 설립한 조합장 및 조합원들이 사업시행자로서 각종 인허가 및 시공사 선정, 분양 등 모든 절차를 주도적으로 처리한다. 조합원이 사업의 주체이므로 조합원의 의견이 사업에 적극 반영되나 전문성이 부족하여 시행착오를 겪거나 조합장의 비리가 문제가 되어 사업성이 저하될 수 있다.
반면, 신탁방식은 토지등소유자가 신탁회사에게 토지를 위탁하면 신탁회사가 수수료를 받고 사업시행을 맡아서 하는 방식이다. 초기 사업비 조달부터 공사 발주, 관리와 분양 등의 업무를 대신해준다. 신탁회사는 "믿을 신信"에 "맡길 탁托"이라는 한자처럼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관리하고 보증하는 기관으로 시행사와 계약을 맺고 소유권을 위탁받아 관리한다.
신탁방식 장점
신탁방식의 장점은 초기 단계의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신탁방식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출보증을 받거나 신탁회사가 직접 자금조달을 하기 때문에 사업추진이 원활하며, 풍부한 경험을 갖춘 신탁회사가 전문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므로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킨다. 특히, 사업시행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신탁방식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75%의 동의를 얻으면 조합 설립 없이 신탁회사가 사업시행자로서 사업을 추진하기에 사업 기간을 2~3년은 줄일 수 있다.
사업추진과정이 투명하고 공공성 측면에서 조합방식보다 유리하다. 신탁회사는 금융기관이기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투명한 자금 운용을 하고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한다. 기존 조합방식의 정비사업은 모든 개발 이익을 조합에 귀속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조합방식은 전문성이 부족해 업무 집행 방식이 불투명하여 내부 갈등이 지속되고 이에 비대위가 결성되는 위험이 있다.
요즘처럼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거나 시공사가 수주를 포기하는 경우에는 신탁방식의 강점이 더욱 부각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공사비 인상 조율이 안 되면 시공사는 조합에 사업비 대출 연장 거부 및 사업비 회수를 요구할 수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은 자금조달부터 설계변경, 시공, 분양까지 시공사에 의존하기에 조합원의 이익이 배제될 수 있다.
이와 달리 신탁방식은 부동산 개발사업 경험이 풍부한 신탁회사가 전문적으로 공사비 검증하고 사업성이 낮아 시공사가 수주를 기피하는 소규모 사업장도 정부의 지원을 받도록 하여 원활한 사업 진행을 하도록 한다.
완공 후 조합의 해산과 청산절차도 효율적이다. 신축 아파트가 지어지고 입주를 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조합청산이 안되는 곳도 있는데, 이는 청산 단계의 조합은 민법이 적용되기에 행정적으로 관리와 감독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탁방식은 관리 비용 절감을 위해 신탁회사가 신속히 해산, 청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신탁방식 단점
신탁방식으로 개발을 하면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수수료 문제로 조합과 크게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신탁방식으로 진행되는 곳이 많은데, 이에 따른 수수료에 대한 부분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장마다 수수료율 기준과 납부시기, 방법이 달라 현장에서 혼란이 되고 있다. 신탁사들이 수주한 현장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신탁 수수료는 2.3%이다.
사단법인 주거환경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탁 수수료는 최소 0.24%~최대 7.87%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반분양 가구 수가 낮거나 지방에는 사업장의 경우 수수료율을 높게 책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마다 수수료율 차이가 크고 수수료의 책정기준마저 너무 달라서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일반분양 수입에 대해 수수료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현장에선 수수료 기준을 총 분양수입 혹은 총매출로 하면서 일반분양 뿐만 아니라 조합원 분양수익에도 수수료를 포함하는 문제도 생긴다. 그래서 수수료율과 수수료 책정기준에 따라 수수료 총액이 큰 차이가 난다. 또한, 수수료 납부시기로 현장 부담도 발생하는데, 신탁사들은 단계마다 수수료를 납부하도록 하는데 이게 신탁사마다 달라서 기준이 필요해졌다.
신탁방식 아직 미개척인가 ?
정부는 정비사업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국토부는 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특례방안도 검토했다. 신탁회사가 개입할 수 있는 단계를 앞당겨서 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까지 받고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계획 수립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렇게 된다면 신탁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할 경우 정비구역 지정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의 사업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아직 초기단계이다. 몇몇 대형 신탁회사를 제외하면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등을 제외한 중소형 신탁회사의 경우는 별다른 이력이 없다. 전국 준공 실적을 봐도 경기도 안양, 강서구 정도로 5개 아파트 밖에 없고 재건축의 경우는 아직 신탁방식으로 진행된 사례조차 없다.
그럼에도 신탁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공사비 인상 등으로 시공사와 갈등이 많기 때문인데, 특히, 강남 재건축 조합들이 정비사업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신탁회사를 많이 찾고 있다. 사업성이 좋은 목동9, 10, 14단지, 상계주공 5, 11단지 신탁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양천구 신월시영, 도봉구 창동9, 10구역도 신탁회사와 업무협약 MOU를 맺는 등 활성화가 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