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패왕차희(霸王茶姬, CHAGEE)'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국 나스닥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패왕차희는 17일(현지시간) 나스닥에 'CHA'라는 티커명으로 거래를 시작했으며, 상장 첫날 주가는 15% 상승한 32.44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장중 한때 주가가 49%까지 치솟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시가총액은 약 56억 달러(약 8조원) 규모에 달했습니다. 공모가는 28달러로, 예측 범위(26~28달러)의 최상단에서 결정되었고, 이번 상장을 통해 약 4억1100만달러(약 5844억원)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패왕차희를 창업한 장쥔제(张俊杰) CEO는 올해 32세로, 이번 상장으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는 회사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개인 자산은 약 21억 달러(약 3조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장쥔제는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태어나 10세 때 부모를 모두 여의고, 오랜 시간 노숙자로 생활한 후 18세에야 비로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성장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이후 2010년 대만 밀크티 체인점에서 일하기 시작해 매장 책임자까지 올라섰으며, 2017년 고향 쿤밍으로 돌아와 패왕차희를 창업했습니다.
패왕차희는 일반적인 버블티 브랜드와 달리 중국 전통차인 녹차, 홍차, 우롱차에 우유를 섞어 건강을 강조한 제품을 주력으로 삼아 빠른 성장을 이뤘습니다. 기존 밀크티 시장이 고열량, 고당도 제품 위주였던 데 반해,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공략하며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이 전략 덕분에 패왕차희는 창업 약 8년 만에 중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해외 시장까지 확장하며, 현재 전 세계에 644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중 6284개 매장이 중국에, 나머지 156개가 해외에 위치해 있으며, 올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 쇼핑몰에 미국 첫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패왕차희는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는데, 이 과정에서 크리스찬 디올, 루이비통, 샤넬 등 명품 브랜드와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급 이미지를 통한 차별화 전략은 젊은 세대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제로 중국 내 주요 1~2선 도시의 매장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3년 폐점률은 1.5%에 불과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적 면에서도 패왕차희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023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67.4% 증가한 124억1000만 위안(약 2조4112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전년 대비 173.8% 늘어난 25억2000만 위안(약 4896억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중국 밀크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어 신규 매장보다 폐점하는 매장이 많아지는 상황에서도 패왕차희는 흔치 않은 성장을 기록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장쥔제 CEO는 패왕차희를 설립할 당시부터 스타벅스를 전면적으로 벤치마킹했으며, 올해 목표로 "중국 내 스타벅스 매출을 능가하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 패왕차희 매출은 약 58억 위안(한화 약 1조921억원)으로, 스타벅스 중국 매출(7억600만 달러, 한화 약 9634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단순히 벤치마킹을 넘어 실적으로도 스타벅스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편 패왕차희는 최근 한국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며 한국 진출 준비도 본격화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헤이티'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과 비슷한 흐름으로, 조만간 한국에서도 패왕차희 매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중국 전통 차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신차 음료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한 패왕차희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타벅스를 넘어서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