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직접구매제(직구제)가 2001년 도입 이후 사실상 사문화된 지 20여 년 만에 부활하면서 SK어드밴스드·LG화학 등 대형 산업체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도매시장 가격(SMP)으로 전력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2022~2023년 SMP 평균은 kWh당 181.9원이었으나, 정부의 전기요금 억제 정책으로 한전의 산업용 판매가는 kWh당 136.2원에 머물러 그 차액을 한전이 27조원 이상 떠안았다.
현재 3만 kVA 이상 대용량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은 약 500곳으로 전체 소비자의 0.002%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전력량은 전체의 53.2%에 달한다.
산업부 전기위원회는 지난 3월 28일 직구제 활성화를 위한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을 의결했고, 계약 유지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며 위반 시 9년 재이탈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대기업 탈한전이 본격화되면 한전의 매출 비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대규모 소비처 이탈로 부채 부담이 가중되어, 중소기업·가정용 소비자에게 요금 인상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제기된다.

1. 제도 도입 배경
1.1 연료비 급등과 정부의 요금 억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연료비가 급등하며 SMP는 kWh당 180원 안팎으로 뛰었다.
그러나 정부는 물가 안정과 서민 부담 완화를 이유로 주택용 요금만 일부 인상하고, 산업용 요금은 동결·억제했다.
그 결과 한전은 2022~2023년 동안 산업용 요금과 SMP 간 격차 45.7원을 27조원 규모로 떠안았다.
1.2 산업용 요금 대폭 인상
한전은 2023년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네 차례에 걸쳐 총 38% 인상하며 수지 개선을 시도했으나, 이 과정에서 산업용 판매가는 여전히 SMP 대비 높아 기업들의 구매 비용 부담을 완화해줄 대안이 절실해졌다.
2. 직접구매제 핵심 내용
2.1 대상 및 근거
- 대상: 수전 설비 용량 3만 kVA(30MW) 이상인 대용량 소비처 약 500곳 .
- 근거법령: 전기사업법 및 전력시장운영규칙(2003년 제정) .
2.2 규칙 개정 주요 사항
계약 유지기간: 기존 1년 → 3년 확대 
재이탈 금지: 계약 기간 내 한전 소매고객으로 복귀 시 9년간 재이탈 금지 
기타: 전력거래소 시스템 보강 비용, 패널티 등 운영 세부 규정 마련 
3. 대기업 ‘탈한전’ 현황
- 첫 신청: 지난해 말 SK어드밴스드가 전력거래소에 직접구매 의사를 최초로 타진 .
- 확산 조짐: LG화학·LS M&M 등도 신청 절차 진행 중이며,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제조업체의 39.4%가 직구제 검토 의향을 표시 .
- 가격 차익: 업계는 직구제가 한전 소매가 대비 kWh당 20원 이상 저렴할 것으로 추정 .
4. 한전 재무 영향 및 교차보조 부담
4.1 누적 적자와 부채
2021~2023년 누적 영업적자 43조원 .
부채 총액 202조원, 한전채 발행 한도 자본금·적립금의 5배(87.6조원)로 확대됐으나 2027년 말 일몰 예정 .
2027년 말까지 한전채 잔액 40조원 이상 감축해야 하는 부담 존재 .
4.2 교차보조 우려
대규모 소비처 이탈 시 한전은 손실 보전을 위해 중소기업·가정용 요금에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어, 사회적·정책적 불평등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
5. 정책적 쟁점 및 향후 과제
5.1 형평성 확보
직구제 도입으로 선택권을 얻은 대기업과 대안이 없는 중소·가정용 소비자 간 불평등 문제가 불거져, 정부는 보조금·기본공급요금 제도 개선 등 형평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
5.2 요금 결정 권한 재조정
한전 등 판매사업자가 연료비 변동을 전기요금에 즉시 반영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해,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고 요금 인상을 예측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5.3 제도 모니터링 및 투명성
직구제 시행 초기 혼선을 줄이기 위해 전력시장 과부하, 송배전료 책정, 위약금 부과 절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메커니즘을 운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