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엔비디아가 GPU 중심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AMD와 인텔, 일부 중국 기업들이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진입 장벽이 높고, 폐쇄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새로운 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한 한국의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기술 독립성과 오픈 생태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국내 AI 반도체 산업의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3년 이후 생성형 AI 기술의 급격한 확산으로 고성능 연산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A100, H100과 같은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은 높은 가격과 전력 소비, 폐쇄적인 쿠다 생태계 등 여러 제약 요인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은 이러한 인프라 도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나 공급망 불안정성은 엔비디아 중심 구조의 위험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퓨리오사AI는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등장한 기업입니다. 이들이 개발한 NPU 'Warboy'는 추론에 특화된 고효율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높은 전력 효율성과 비용 효율성을 제공합니다. 또한 파이토치나 텐서플로 등 다양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와 호환되는 접근을 택함으로써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협업, 네이버 클라우드에서의 실증 테스트 등은 퓨리오사의 기술이 연구 수준을 넘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줍니다.
퓨리오사의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력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기업은 AI 반도체의 시장 적합성, 소프트웨어 생태계와의 호환성, 정책 연계 가능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LLM 추론에 적합한 고효율 제품을 통해 GPU의 가격과 전력 부담에 어려움을 겪는 클라우드 사업자나 중견기업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AI 반도체는 단지 성능으로만 평가되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략과 맞물린 산업입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은 자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한국 또한 퓨리오사AI와 같은 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 자립과 산업 고도화에 힘을 실어야 할 시점입니다. 특히 공공 클라우드나 공공기관 도입 등 초기 수요를 적극 창출해 시장의 토대를 다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최근 퓨리오사AI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마켓플레이스에 자사의 AI 추론용 칩 ‘레니게이드’를 공식 등록한 사례에서 잘 드러납니다. 퓨리오사는 이 칩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고성능 추론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하고 있으며, 다양한 클라우드 환경에 적용 가능한 유연한 아키텍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라마 3.1 기반 API를 통해 기업 고객이 직접 성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퓨리오사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회사는 시리즈C 브릿지 라운드에서 투자 유치를 확대하며 기업가치를 9200억 원까지 끌어올렸고, 메타의 1조2000억 원 규모 인수 제안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퓨리오사가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현재 AI 경쟁의 최전선에서는 미국의 xAI, 중국의 딥시크, 글로벌 빅테크들이 상호 경쟁하며 엄청난 속도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GPU 수만 장을 활용해 LLM을 학습시키는 시스템 구축에 수조 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초거대 AI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AI 연산 능력을 갖춘 반도체 생태계가 국력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는 지금,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가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다행히도 한국은 반도체 제조 역량, 글로벌 제조업 기반, 그리고 자체 플랫폼 역량까지 겸비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AI 시대에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경제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퓨리오사AI는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구심점으로, 단순한 스타트업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기술적 성숙도와 상용화 성과, 투자와 수익성 간의 균형 등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도전한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며, 이는 결국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산업 생태계의 연대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퓨리오사의 미래는 이 기업 한 곳의 선택에 달린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AI 주권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집단적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