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시장에서 초저가 화장품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로드숍 브랜드가 주요 오프라인 채널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다이소와 편의점, 그리고 대형마트 이마트까지도 가성비 화장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자들이 실속 있는 소비를 선호하게 되면서,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인 품질을 갖춘 제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이에 따라 각 유통채널들이 앞다투어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LG생활건강과 손잡고 초저가 스킨케어 브랜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GLOW:UP by BEYOND)’를 지난 18일 단독 론칭했습니다. 이 라인은 피부 탄력과 광채 개선에 중점을 둔 기초화장품 8종으로 구성되며, 전 제품의 가격은 4,950원입니다. 콜라겐, 바쿠치올, 글루타치온 등 고기능성 성분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을 실현한 배경에는 패키지 단순화, AI 모델 활용을 통한 마케팅 비용 절감, 생산 단량 통일 등을 통한 원가 절감 전략이 있습니다. 이는 이마트가 과거 PB 브랜드 ‘노브랜드’를 통해 식품과 와인에서 선보였던 가격 파괴 전략을 화장품 영역으로 확장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기초 제품뿐만 아니라 다이소 품절템으로 화제를 모은 브랜드 ‘성분에디터’와 자연주의 브랜드 ‘마미케어’ 등의 제품도 입점시켰으며, 탈모 케어 존까지 구성해 헤어 제품까지 저가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투쿨포스쿨’의 서브 브랜드 ‘TAG’, ‘데이셀 닥터비타’, ‘에뛰드’와 같은 브랜드도 입점해 5,000원 이하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략은 다이소가 구축해 놓은 저가 화장품 유통 모델을 이마트가 유사하게 전개하는 것으로, 향후 전국 매장 확대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편의점 업계에서도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GS25는 무신사의 메이크업 브랜드 ‘위찌’의 색조 제품을 일부 점포에서 테스트 판매 중입니다. 립틴트와 립앤치크 등 총 8종의 제품을 선보였으며, 가격대는 1만 원 초중반이지만, 카카오페이 프로모션 등을 통해 실구매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듀이트리, 이니스프리 등과 협업하여 기초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인 바 있고, 앞으로 색조와 마스크팩, 미스트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CU도 가세해 ‘엔젤루카’, ‘소용량 파우치 화장품’ 등을 선보이며 저가 뷰티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립틴트, 립글로스, 수분크림 등을 3,000원 이하로 구성해 출시했고, 해당 제품들은 누적 3만개 이상이 판매되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응급용이 아닌, 정기적인 뷰티 관리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구매 패턴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다이소는 이 시장의 중심에 있는 대표 주자입니다. 다이소는 이미 60여 개 뷰티 브랜드, 50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작년 한 해 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144% 증가하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미모 바이 마몽드’, LG생활건강은 ‘퓨어더마’, ‘CNP Bye od-td’, 그리고 더페이스샵, 코드글로컬러 등의 브랜드를 다이소 전용으로 개발해 입점시켰고, 토니모리는 ‘본셉’을 통해 5개월 만에 누적 100만개 판매라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처럼 다이소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전국 1,500개 매장을 기반으로 한 유통력, 브랜드 이미지 손상 없이 제품을 노출할 수 있는 채널로서 화장품 업체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초저가 화장품은 더 이상 ‘싼 맛에 쓰는 제품’이 아닌, 성분과 효과에 대한 신뢰도까지 갖춘 새로운 소비 패턴의 중심에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나 판매 채널보다 제조사나 성분을 통해 품질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유통업계도 브랜드와 공동 개발하거나 전용 브랜드를 론칭해 새로운 가성비 브랜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이 같은 저가 화장품을 통해 고객 유입을 유도하고, 관련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규 상품군을 기획하거나 PB브랜드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됩니다. 소비자의 다양한 피부 고민을 반영한 저가 라인업이 꾸준히 강화되는 배경에는 이처럼 전략적 유통 플랫폼 확대와 브랜드 협업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마트 정수민 바이어는 “합리적인 가격에 성분과 효능을 갖춘 초저가 화장품을 이마트 단독으로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유통 전문가와 피부 전문가가 협업해 고객들에게 만족도 높은 뷰티 경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초저가 화장품은 단순 유행이 아닌 유통 시장의 핵심 전략이 되었으며, 대형마트, 편의점, 균일가 매장 간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